강화도 강서중 번개(8월 15일, 16일)

2014. 8. 19. 00:27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틈나는대로 나갈 생각에 부풀어 있습니다.

바로 두 가지를 준비했기 때문이죠.

 

첫번째는 카메라에 추가 관절을 달아준 일입니다.

 

                                                      사진 1> 볼헤드 위에 볼헤드

 

스카이트래커를 쓰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볼헤드 두개를 권장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구멍이 극축 망원경을 위치시키는 곳인데 볼헤드 하나로는 카메라가 극축 망원경을 가릴 수밖에 없는 각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정 부근의 사진을 찍을라치면 볼헤드 하나로는 카메라를 위로 젖힐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카메라 렌즈가

하늘을 향하도록 해 주어야 하죠. 이럴때마다 삼각대와 스카이 트래커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스카이트래커는 카메라 또는 삼각대에 약간의 진동이 있어도 극축이 틀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극축 맞춰주는게 일이죠.

제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동조절나사가 달린 경위대 위에 스카이트래커를 올립니다.

그래서 극축 맞추는게 많이 수월해 지긴 했습니다만, 수월해 진것일 뿐, 극축은 어쨌든 수도 없이 틀어집니다.

 

두 개의 볼헤드를 달면 카메라를 항상 극축 망원경을 가리지 않는 동선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천정 부근을 찍을때도 진동을 최소화하며 수월하게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쌍안경으로 우선 찾아보기 쉬운 메시에 천체를 찾을 맘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통과 적도의를 샀고, 지금 경통은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쌍안경으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메시에 천체를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었고, 우선 뱀주인 자리의 M10, M12 구상성단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두 개 모두 쌍안경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천체로 분류되고 있는 천체입니다.

 

 

                                                   사진 2> 쌍안경으로 대상 천체 방향 GOTO 하는 법.

                                                               순 노가다 작업일 수밖에 없지만....어쨌든 이론상 가능한 얘기죠.

                                                               스마트 폰에는 Google Sky App을 띄워놓습니다. 

                                                               Google Sky는 시선 방향으로 수직일 때, GPS를 잘 잡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15일 저녁 강화도 강서중학교로 출발했습니다.

늦게 출발해서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11시가 넘으면 달이 10도 이상 고도를 높여갈 것이기 때문이었죠.

 

강서중학교에 도착하니, 오랜만의 번개에 실로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사진 3> 8월 15일 강서중학교 번개모임 : 정말 많은 분들이 강서중학교를 찾으셨습니다.

 

부랴부랴 경위대에 스카이트래커를 얹고 삼각대에 쌍안경을 올리려는 순간...헉...플레이트 하나가 부족해...ㅡㅡ;;;

스카이트래커에 볼헤드를 두 개를 달다보니, 볼헤드와 볼헤드 사이에 플레이트가 들어갑니다. 쌍안경을 올릴 플레이트가 없네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통감하는 중....ㅡㅡ;;;)

 

어쩔 수 없이 스카이트래커의 볼헤드 하나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쌍안경을 삼각대 위에 올렸죠.

그.러.나....

 

구글 스카이는 여전히 방위각을 못 잡고 빙글빙글 돕니다...

결정적으로 땅꾼자리가 안보이네요...ㅡㅡ;;;

 

그러다가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들어 별이 모두 사라집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식소리....

 

16일 오전에 할 일이 있어 저는 잠시 더 머무르다가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16일 밤!

 

강서 중학교를 다시 찾았습니다.

북적이던 강서 중학교 운동장에 두 분이 계시더군요. 사위가 조용합니다.

 

 

                 사진 4> 8월 18일 저녁 10시, 강서중학교 북서쪽 하늘.

                             아크투르스를 비롯한 목동자리와 그 바로 위 북쪽왕관자리가 선명히 보입니다.

                        

 

하늘 상태는... 어제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요.

오늘은 욕심 내지 않고, 강서중학교 북서쪽을 배경으로 별이 가라앉는 타임랩스 동영상을 만들 생각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짐이 단촐해졌죠.

 

도착해보니 한 분께서 지금 태평양을 건너고 있을 제 경통과 구경은 다르지만 같은 종류를 쓰고 계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삼각대 위에 카메라 올리고 북서쪽 하늘에 릴리즈 촬영을 돌리고

그 분께 궁금했던 접안부 구성에 대해서, 그리고 해당 경통의 여러가지 특성에 대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망원경을 산다는 건, 이제 시작이란 얘기죠.... 그 많은 고난과 배움의 길을 말입니다. ㅋㅋ

 

하지만 16일 밤 역시 어제처럼 구름이 곧 몰려왔습니다.

도무지 구름이 걷힐 생각도 없고, 위성 사진에는 구름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타임랩스 동영상은 별들이 구름에 모두 집어삼켜지는 Sad Movie가 되고 말았습니다. ㅡㅡ;;;

 




                                                     1~2초 사이에 잘 보면 유성도 잡혔습니다. 순식간에 휙~ ^^

 

 

그렇지만 단촐한 모임이 되면서 제가 궁금해하던 경통의 접안부 구성에 대해서

그리고 그 밖의 여러가지 내용에 대해 정말 많은 걸 들을 수 있었던 번개였습니다.

 

17일부터 다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가을 장마인가 봅니다.

 

주말에는 하늘이 다시 청명한 자태를 드러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