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6. 23:37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8월 한달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여기저기 별지기들의 한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그 사이 방학이 끝나거나 끝나가고 있고, 저같은 직장인들은 짧은 여름 휴가 내내 꾸물꾸물한 하늘만 바라봐야 했죠.
그러다보니 어느덧 8월이 저물어가네요.
9월에 있을 천문지도사 3급 연수시까지 완수해야 할 조별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조원들끼리 함께 1회 이상 관측모임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다가는 9월 연수 전에 다 같이 한 번 모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함께 연수에 참여하시는 조원분들이 모두 바쁜 직장인들이다보니
평소 인터넷 카페와 같은 동호회에서처럼 그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번개를 날리는 것으로는 다함께 모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특정 날짜를 미리 잡는 일종의 모험을 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8월 23일 토요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모두다 참여를 하기로 얘기가 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꾸물꾸물하기만 한 날씨였습니다.
비오다가 흐리다가 비오다가 흐리다가....이봐! 여긴 영국이 아니라구!!!
1. 관측 계획
장소 : 광명시 가학광산동굴 주차장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 17-1
일시 : 2014년 8월 23일 토, 20시~
그 동안의 날씨 패턴으로 봐서는 사실 관측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모이는데 사진만 찍고 해산하는것도 아닌것 같고,
그래서 APO 굴절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조장에게 적도의 극축 맞추는 법을 조원들에게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연무가 점점 옅어지면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최소한 별 몇개는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보니 관측 목표를 좀더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리듐 플레어, 국제우주정거장
: 관측회에 같이 참여하시게된 아마추어 천문학회 서울지부장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입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보였는데, 역쉬~)
이리듐 플레어는 20시 9분 11초에 63도 고도에서 무려 -8.4등급까지 밝아질 예정이었고,
국제우주정거장은 20시 15분에 고도 73도에서 -3.3등급까지 밝아질 예정이었습니다.
이 정도 밝기라면 충분히 관측이 가능할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1> 8월 23일 이리듐 플레어 경로 정보
(출처 : http://www.heavens-above.com/)
표2> 8월 23일 국제우주정거장 경로 정보
(출처 : http://www.heavens-above.com/)
- M10, M12
모두 땅꾼자리에 위치하는 구상성단으로, 쌍안경 관측 난이도가 쉬운 천체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별자리를 하나하나 익히고 있는데, 이번이 땅꾼자리를 익힐 차례였기 때문에 선택한 천체입니다.
표3> M10과, M12의 관측 파일
중간 쯤에 쌍안경 관측난이도(Binocular Difficulty)가 E등급(Easy)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Easy를 마냥 쉽다고만 생각하면 안되더군요. 기본적으로 기준별들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정도만 볼 수 있어도 대 성공일 거라 생각하고 가학광산으로 향했습니다.
가학광산은 수도권 가까이에 위치하고,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집중 주거단지는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북동쪽에서 남동쪽으로 구름산-가학산-서독산에 이르는 200미터정도 높이의 능선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 덕에 광명시 아파트단지의 광해가 어느정도 차단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수도권의 맹렬한 빛공해를 피해갈 수는 없는 관측지입니다.
그러나 관측지에 화장실이 있는 것은 정말 큰 장점 중에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여름, 대삼각형에 빠지다.
관측지에 도착하고 잠시 후 아마추어 천문학회 서울지부장님과 과학전시관의 김선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곧이어 줄줄이 설치되는 삼각대, 쌍안경들과 의자들!
역시 전문가분들은 사소해보이지만 디테일한 준비성이 남다른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쪽하늘에서 이분들만큼이나 반가운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진1>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굴뚝 옆에 목동자리 알파별 아크투르스가 오랜만에 열린 하늘에서 그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곧 나타난 이리듐 플레어!
이리듐 위성은 인공위성통신망 구축을 목적으로 지구 주위 800킬로미터 궤도에 도열한 66개의 위성입니다.
각 위성은 반사율이 높은 3개의 안테나를 갖고 있으며 이 안테나가 햇빛을 반사하면서 순간적으로 빛을뿜어내는 현상을 이리듐 플레어라 합니다.
오늘 이리듐 플레어가 -8등급인데, 이는 이리듐 플레어가 뿜어내는 최대 밝기에 해당합니다.
사진 2> 이리듐 플레어 - 겨냥이 많이 빗나갔지만, 다행히 화각을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동영상 1> 이리듐 플레어
2초 노출을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으로 타임랩스 동영상을 만들어봤는데, 별로 좋은 옵션은 아닌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아예 동영상 촬영을 하든가, 좀더 촘촘한 간격으로 연사촬영을 하는 것으로 바꿔볼 생각입니다.
동영상에 함께 나타나는 초록색 빛은 별 지시기의 빛입니다.
이리듐 플레어에 이어 국제우주정거장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이리듐 플레어와는 달리 시종일관 엄청난 밝기를 자랑하며 천정을 천천히 지나더군요.
사진 3> 국제우주정거장 : 2분여에 걸쳐 천정을 가로지르는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동영상 2> 국제우주정거장
지부장님의 설명에 산책 중이셨던 일반인들도 모두 이 모습을 감동과 함께 바라봅니다.
개인적으로 목표로 한 M10과 M12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하늘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대기에는 연무와 구름이 끼어 있었고, 이 조건에서 관측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가 그리는 여름하늘의 대 삼각형은 선명하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진 4> 가학광산 하늘에 나타난 여름밤의 대 삼각형.
지부장님께서 베가와 알타이르 중간지점 작은 여우자리에 위치한 옷걸이 성단을 겨냥하여 보여주었습니다.
별지시기를 쌍안경 렌즈에 투영하여 대상지점을 겨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옷걸이 성단은 정말 옷걸이처럼 생겼더군요.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Collinder목록 399번(Cr 399)으로 등록되어 있는 산개성단이라고 합니다.
사진에 못담은 게 아쉽네요.
하지만 더블더블을 표현한 베가 주변 삼각형 별의 점상사진과 알타이르 주변의 점상사진은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5> 베가와 알타이르
대기의 투명도가 많이 떨어지다보니 아무래도 망원경들이 천정을 향하고 그래서 관측자의 목은 자꾸만 아파집니다.
대기의 투명도와 관측자의 목통증 사이에 반비례관계가 성립하는것 같습니다. ㅡㅡ;;;
조장이 소지한 적도의로 극축을 맞추는 절차를 봤습니다.
적도의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극축 맞추는 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측장비들이 좋아지면서 개인 수고의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점점 커버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수고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극축을 맞추고, 1점, 2점 또는 3점 정렬(1개, 2개, 또는 3개의 별로 적도의에 탑재된 망원경의 지향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작업)을 하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적도의가 알아서 대상을 화각에 도입시켜 주게 됩니다.
비록 별 호핑의 낭만(?)은 점점 사라져가는듯 하지만,
윈도우가 출현하면서 컴퓨터의 대중화가 촉발되었듯이, 이러한 발전이 아마추어 천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비싼 장비가격들은 여전히 장애물로 남아 있습니다.
3. 한자리 하는 별들과 친해지기.
대개 별자리가 잘 그려지는 조건 좋은 날을 골라 관측을 해왔고,
그런 상태의 하늘을 봐오다가 탁한 하늘에 별자리가 떠올려지지 않는 상황이 되니, 별의 위치를 잡지 못하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도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별들을 볼 수 있는 감을 꼭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바 봄의 대곡선, 여름의 대삼각형, 가을의 사각형, 겨울의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길잡이 별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동서남북 저위도상에 존재하는 낮은 밝기등급의 별들 역시 그 대상이 될 것 같네요.
목록을 한 번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한 별들 역시 제외하면 안되겠죠.
바로 관측회를 함께 하시며 자리를 빛내주신 저희 조 여러분들과, 지부장님, 과학전시관 김선생님이십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진 6> 바쁜시간 쪼개어 관측회를 함께 해주신 소중한 별님들.
'1. 별과 하늘의 이야기 > 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M103 (0) | 2014.09.02 |
---|---|
청명한 하늘을 향한 변명 (0) | 2014.08.29 |
강화도 강서중 번개(8월 15일, 16일) (0) | 2014.08.19 |
2014 슈퍼문 (0) | 2014.08.13 |
가학광산 번개관측 후기(2014년 8월 8일) (0) | 2014.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