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페르세우스별비 알현기 - 별비여행

2018. 8. 18. 21:42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시간당 100개 이상의 별똥별을 볼 수 있다는 3대 별비 중 

추위 걱정 없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별비가 한 여름밤의 페르세우스별비죠.

 

작년 8월 경북 영양에서 별비가 아닌 물비를 잔뜩 맞고 왔던 터라, 

그리고 올해는 비록 폭염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 덕에 날씨가 나쁘지 않을거라는 기대가 있던 터라,  

다소 설레는 가슴을 안고 여름 휴가 일정을 짰습니다.

 

뭔가 근사한 풍경과 함께 별비를 담고 싶었고 

그래서 설악산 - 지리산 - 황매산으로 이어지는 3박 4일 일정의 페르세우스별비 여행 코스를 짰습니다.

 

자가용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중교통과 렌트카를 혼용해가면서 돌아다니는 방안, 

100%렌트카를 이용하여 돌아다니는 방안, 이렇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짰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교통비만 못해도 45만원 이상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네이버카페 별하늘지기 회원이신 문승욱 님께서 합류하시면서 문승욱 님의 차를 이용하여 경제적 부담도 절감되고 몸도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2018년 페르세우스별비 여행을 시작하며. 

          문승욱 님과 함께 기념사진 한 컷!

 

 

1. 설악산 성인대 (8월 12일~13일)

 

   설악산 성인대는 장엄한 울산바위와 함께 미리내를 담을 수 있는, 

   그래서 미리내 촬영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저는 올해에서야 설악산 성인대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지난 4월부터 미리내 촬영을 위해 그믐만 되면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속초시의 광해가 상당하고, 시도때도 없이 불어대는 바람으로 시상이 안 좋은 적도 많지만

   그 대신 투명도가 좋아서 망원경 관측이 아닌, 장판 하나 깔고 누워 밤새 맨눈으로 밤하늘을 만끽하는데는 상당히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올해 페르세우스별비는 이곳 성인대에서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죠. 

   때마침 동행하셨던 문승욱 님께서 속초도 처음이고 울산바위도 처음이라고 하셔서 멋진 장소를 알려드릴 수 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인제양양 터널을 통과하자 우려로 바뀌었습니다.

   터널 통과 전 쾌청하기만 했던 하늘은 터널을 통과하여 영동지방으로 들어가자 잔뜩 찌뿌린 날씨로 변했습니다. 

   더군다나 성인대가 있는 미시령은 온통 구름투성이었고 울산바위도 구름 속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죠. 

   하지만 일기예보가 그닥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잠시라도 하늘이 열릴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성인대에 올랐습니다. 

 

 

 

   사진 2> 1.2킬로의 결코 쉽지만은 않은 등산 후 오른 성인대 정상. 

            이곳에 올때마다 느낍니다. 운동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걸 말입니다. ㅡㅡ;;

            이날 성인대에서 만난 울산바위는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사진 3> 밤이 되자 구름이 서서히 낮아지며 하늘과 울산바위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대기중에 옅은 구름과 짙은 수증기가 가득하여 속초의 빛공해가 심하게 산란됐고, 관측 조건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사진 4> 성인대 낙타바위와 울산바위 

             성인대 정상은 바위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입니다.

             미시령 바람골을 통과하여 동해로 불어닥치는 강한 바람이 오랜 세월동안 빚어놓은 예술품들이죠. 

             이날 관측 조건은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바람은 잠잠했습니다. 

 

 

 

   사진 5> 낙타바위를 북쪽으로 바라보는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신선암 쪽으로 걸아가면 통과하게 되는 낙타바위 역시 상당히 잘생긴 바위 기둥입니다. 

             평소에는 이곳에 사람이 워낙 자주 드나드는지라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지만

             이 날은 일기도 좋지 않고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낙타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아내기 좋은 밤이었죠. 

             이 사진은 문승욱 님께서 촬영하셨습니다. 제일 왼쪽이 접니다. ^^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중에 거대한 별똥별 하나가 북쪽 하늘을 가로질러가며 오늘 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었죠. 

   

   그러고보니 이번 페르세우스 별비의 특징은 하나같이 거대한 불덩이 별똥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별똥별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하나씩 눈에 띄는 별똥별들은 하나같이 큰 별똥별이었죠.

   아마 구름이 오고가는 날씨때문에 유독 큰 별똥별들만 눈에 띤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6> 낙타바위 위의 페르세우스별비

             별똥별 궤적은 자정부터 25초 간격으로 촬영된 430장의 사진 중 4장에 담긴 궤적을 합성한 것입니다. 

 

   새벽 3시경부터 다시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고 미시령 너머 멀리서부터 번개로 인해 번쩍이는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앉아 있긴 했지만 기상청 레이더 사진에서 소나기구름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 새벽 4시경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비가 생각보다 빨리 쏟아지면서 우비를 뒤집어쓰고 다소 힘든 하산을 해야 했죠. 

   

   다행히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고 속초 시내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찜질방에 들어가 눈을 붙이며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2. 지리산 와운마을 (8월 13일~14일) 

   

   며칠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한반도 대서사시 나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멋진 나무들이 등장한 다큐였는데, 이때 제 눈길을 잡아끈 곳이 지리산 와운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송이었습니다.

   나무가 상당히 멋있었던 것은 둘째치고, 나무의 위치가 제법 산속이라는 느낌이었고 고도감까지 느껴져 이 나무들을 배경으로 별사진을 찍으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선택한 두 번째 별비여행지는 지리산 와운마을이었습니다. 

 

 

 

   사진 7> 속초에서 지리산으로 출발 준비. 

             이번 별비여행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전을 해야 하는 구간으로 이동거리는 총 486킬로미터에 

             이동시간만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구간입니다. 

             사진은 출발에 앞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다행히 이날은 날씨가 좋아져서 저나 문승욱 님 모두 설레는 마음을 안고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를 지나, 지리산자락 산내면을 지나,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계곡 출입구를 지나 상당한 경사길을 올라 

    구름도 쉬어간다는 뜻의 와운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뱀사골 와운마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천년송 두 그루를 보살피고 있는 마을입니다. 

    각 소나무들은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 나무로 불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들을 보기 위해 이 마을을 찾고 있고, 이렇게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가 오히려 마을을 보살피고 있다는게 맞는 표현일것 같습니다.

 

 

 

    사진 8> 할머니소나무의 모습

             할아버지소나무와 할머니소나무 중 할머니소나무가 훨씬 어여쁘십니다. (할아버지께는 비밀입니다. ^^;;;)

           

    밤이 되자 담처럼 둘러처진 지리산 자락으로 별들이 퐁퐁 솟아오르고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소나무와 할머니소나무의 너른 품 사이사이로 흘러가는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왔는지 모릅니다. 

    

    이날 역시 방향으로 보아 페르세우스 별비임이 분명한 커다란 별똥별도 많이 보았고, 

    결코 외롭지 않은 밤을 만들어주는 여러 별똥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 사이에 장판을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순간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어마어마 많은 모기들에게 제 몸을 약간씩 나눠줘야 했죠. 

    아마 그 모기들은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튼튼하게 잘 살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다음에는 꼭 모기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9>할아버지나무 품 사이로 보이는 미리내

 

 

 

 

    사진 10> 할머니 소나무와 아름다운 와운마을의 하늘.

           

 

3. 황매산 (8월 14일 ~ 15일)

 

   지리산에서 황매산까지는 2시간 이내의 가까운 길입니다. 

   그래서 와운마을에서 정오까지 늦잠을 자며 이틀간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여유있게 식사를 하고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고, 여유있게 이동하여 

   산청에서 멋진 별빛생활을 하고 계시는 별아띠천문대 김도현 대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사진 11> 별아띠천문대 응접실.

              맨 왼쪽이 김도현 대장님이십니다. 

              별아띠천문대 응접실에 앉아 있으면 세상이 다 아름다와 보입니다. 

              물론 별아띠천문대에서 하룻밤을 보내시면 더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직 별아띠천문대에 안 가보신 분은 꼭 기회를 만들어서 가보세요. 

              (별아띠천문대 홈페이지 - http://www.byulatti.com )

   

   김도현 대장님으로부터 차한잔 얻어마시고 황매산으로 향했습니다. 

 

   황매산은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망원경을 들고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늘도 무척 넓고 깨끗하게 열리는 곳이죠. 

   하지만 하늘이 넓게 열리고 지대가 높다보니 동쪽, 남쪽, 서쪽의 대도시들과 마을들로부터 올라오는 광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진 12> 황매산은 넓고 아름다운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만 

              주위의 크고작은 도시로부터 발생하는 빛공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희가 황매산을 찾은 14일이 광복절 공휴일 전날이어서 그런지 밤사진을 찍으려는 분들이 아주 많이 계셨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문제가 있기도 하죠. 

   대부분은 별 무리 없이 밤사진 촬영을 하셨지만, 컨셉 사진을 찍겠다고 하늘을 향해 플레쉬를 치켜드는 사람, 

   초점을 맞추겠다고 그린레이저를 쏘는 사람 - 왜 그린레이저를 켜서 초점을 맞추는 걸까요??? - 등, 일부 매너가 없으신 분들이 있어 

   눈살이 찌부려지기도 했습니다. 

 

 

 

   사진 13>황매산 정상에는 사진에서처럼 세트장처럼 만든 작은 성곽이 있는데 이 성곽 주변으로 밤사진을 촬영하는 분들이 많이 몰립니다. 

             그런데 사진 자체에 포커싱 되어 있는 분들 중에는 밤하늘을 함부로 대하는 듯한 분들이 일부 계셔서 마음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새벽 2시가 지나자 저와 문승욱 님만이 남아 저희들만의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담으려는 사람들은 많습니다만, 밤새 그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별지기들이죠! ^^

 

 

 

   사진 14>황매산 정상의 페르세우스별비 

             별똥별 궤적은 14일 22시부터 15일 05시까지 25초 간격으로 촬영된 935장의 사진 중 5장에 담긴 궤적을 합성한 것입니다. 

 

 

 

   사진 15>떠오르는 오리온

             새벽 5시, 겨울의 별자리들이 새벽을 이끌고 올라오며 저희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장식해 주었습니다. 

 

 

2018년 페르세우스별비는 강원도에서, 전라도에서, 경상도에서 알현드릴 수 있었습니다.

매일마다 밤을 새는 빡빡한 여정이었지만 별빛을 맞으면 힘이나는 별지기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16> 2018년 페르세우스별비 

           3박 동안 12밀리 어안렌즈로 담아낸 페르세우스별비의 별똥별 중 잘생긴 궤적만 뽑아 와운마을 할머니 소나무사진에 합성하였습니다. 

           아마 이 사진이 올해 제 가슴속에 새겨진 페르세우스별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영상 > 3박 4일의 별비여행을 마치고 꾀죄죄하기 그지없는 저와 문승욱 님의 모습.

드론을 준비하신 문승욱 님께서 꾀죄죄한 모습이 느껴지지 않도록 멋진 마무리 샷을 찍어주셨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거리에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여정을 마련하고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또 새로운 코스로 여정을 구성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편으로는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와운마을에 올 겨울 쌍둥이자리별비때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12월 14일 쌍둥이자리별비는 금요일이고 이때도 월령이 괜찮습니다.)


별지기들이라면 구태여 꼭 별비때가 아니어도 어느 때 어느 밤하늘이든, 하룻밤을 온전히 견뎌낼 때 

하늘이 엄청난 별똥별 선물을 안겨준다는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그래도 별비 여행은 뭔가 항상 특별한 느낌을 줬던 것 같습니다. 

 

올겨울, 쌍둥이자리 별비가 내리는 때가 되고 그 느낌을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동지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든든한 옷과, 밤새 별비를 맞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하시죠.^^

 

3박 4일 멋진 여행에 함께 해주신 문승욱 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