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VIRGO) 신화

2019. 4. 11. 10:252. 별자리 이야기/별자리 신화모음

1. 하늘로 올라간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라이아 

   출처 : 변신 이야기1 p20 ~ 23, 오비디우스 저, 이윤기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나라가 청동판에다 포고문을 게시하여 백성을 을러매는 법도 없었고 청 넣으러 간 무리가 판관 앞에서 자비를 비는 일도 없었다.

   아니, 아예 판관이라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판관 없이도 마음놓고 살 수 있었다. 


   소나무만 하더라도 고향 산천에서 무참하게 잘리고 배로 지어져,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타관 땅으로 끌려가지 않아도 좋았다. 

   인간도 저희들이 살고 있는 땅의 해변밖에는 알지 못했다. 

   마을에 전쟁용 참호 같은 것은 있을 필요도 없었다. 

   놋쇠 나팔, 뿔피리, 갑옷, 칼 같은 것도 없었다. 

   군대가 없었으니, 인간은 저희 동아리끼리 아무 걱정없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대지도, 괭이로 파고 보습으로 갈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자라지 않게 대어주었다. 

   인간은 대지가 대어주는 양식을 흥감하게 여기고 양매, 산딸기, 산수유 열매, 관목에 열리는 나무 딸기, 가지를 벌린 유피테르 나무-떡갈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로 만족했다.


   기후는 늘 봄이었다.

   서풍은 그 부드러운 숨결로, 씨 뿌린 일이 없는데도 산천에 만발한 꽃들을 어루만졌다. 

   때맞추어 대지는, 보습에 닿은 적이 없는데도 곡물을 생산했고 논밭은 한 해 묵는 일 없이 늘 익은 곡식의 이삭으로 황금 물결을 이루었다. 

   도처에 우유의 강, 넥타르의 강이 흘렀고 털가시나무 가지는 시도 때도 없이 누런 꿀을 떨구었다. 



   그러나 사투르누스가 저 암흑의 타르타로스에 갇히고 세상의 지배권이 유피테르의 손으로 넘어오자 이윽고 시대는 변하여 은의 시대가 되었다. 


   이 시대는 황금의 시대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이어서 올 퍼렇게 녹슨 청동의 시대보다는 나았다.

   유피테르는 늘 봄이던 계절을 뚝 분질러 겨울과 여름, 날씨가 변덕스러운 가을, 짧은 봄, 이렇게 네 계절로 나누었다. 

   이 시대에 이르자 대기가 메말라 불볕 더위가 계속되는가 하면, 북풍이 물을 얼리고 나뭇가지에다 고드름을 매다는 혹한이 오기도 했다. 


   인간은 처음으로 집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았다. 

   그러나 집이라고 해봐야 동굴이나 밀집한 덤불 속 아니면 나뭇가지를 나무껍질로 엮어 덮은 것에 지나지 못했다. 

   케레스의 선물-곡식-이 긴 이랑에 뿌려지고 소가 꼬뚜레에 꿰여 신음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어선 온 시대가 세번째 시대에 해당하는 청동의 시대다.


   청동시대 인간은 은의 시대 인간보다 성정이 거칠어 더러 무기를 잡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흉악하다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이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오자 인간들 사이에서는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뱃사람들은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제 배의 돛을 바람에 맡겼다. 

   높은 산에서 옷 노릇을 하던 나무는 배 지을 재목으로 찍혀 내려와 타관인 바다의 파도 사이로 쫓겨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햇빛과 공기와 함께 모든 인간의 공유물이었던 땅거죽도, 서로 제 땅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땅 임자들이 그은 경계선으로 얼룩졌다.


   사람들은, 넉넉한 대지로부터 곡물이나 먹이를 거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지에 내장에까지 침입하여 대지가 스튁스 근처에다 감추어둔 재보와 

   인간에게 악업을 부추기는 보화를 파내었다. 

   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렇게 되자, 이 친구는 저 친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장인은 사위의 손을 안심할 수 없는 사태가 생겨났다. 

   형제간의 우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아비는 지어미가 죽기를 목마르게 기다렸고, 지어미는 지아비가 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사악한 계모는 독초를 찧어 독약을 만들었고 자식은 아비의 점괘를 곁눈질하며 아비 죽을 날을 목 늘이고 기다렸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을 떠나자 마지막까지 이 땅에 남아 있던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라이아도 머리를 풀고 이 피 묻은 땅을 떠났다. 


참고 : 별자리 신화모음 폴더에는 각 별자리 신화를 제 1 텍스트의 기록 그대로 모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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