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나 보내다.
2021. 12. 18. 14:09ㆍ4. 끄저기/끄저기
장어머니의 항암 비용을 대기 위해 제주 땅을 급매로 내놓았다.
그러나 장어머니께서는 그 항암 치료를 한 번 밖에 하지 못하셨고, 끝내 회복을 못하신 채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내가 장어머니를 처음 뵈었을 때, 장어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으셨었다.
되돌아보니 시간이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가버리는 것 같다.
올해 장어머니를 비롯해서 산청 채울집 생활을 함께 한 하늘이, 하나가 모두 내 곁을 떠나갔다.
문득 나도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 땅 급매를 걷어들이지 않았다.
그 땅은 지난 15년 동안 심정적으로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삶이 고될 때마다 내겐 피난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땅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중년의 여자분이 그 땅의 새 주인이 되었다.
좋은 주인을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맘속에 더 이상 제주는 없다.
하나하나 비워 나가다가
내가 이 별을 떠나야 할 때는
아무런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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