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 22:36ㆍ4. 끄저기/끄저기
2022년 새해 첫 날.
오늘은 맛있는 걸 먹으며 철저하게 쉬기로 했다.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휴식에 걸맞는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했다.
유플러스 TV의 무료 애니메이션을 검색하다가 인상적인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렇게 해서 이 보석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나게 됐다.
제목은 '환상의 마로나(Marona's Fantastic Tale, 2019)'이다.
작화가 너무나 아름다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컷 한 컷,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을 보는 듯 했다.
스토리는 로드킬을 당한 강아지 마로나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눈을 감는 순간 마로나의 생애가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지나간다.
바로 그 한 편의 영화가 이 작품이다.
이 강아지는 아홉 마리 새끼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리고 주인에 의해 너프라고 불렸다.
너프(neuf)는 프랑스어로 '아홉'이다. 그러니까 이름이라기보다는 그냥 숫자를 구분하기 위한 호칭이었다.
이후 이 강아지는 유기에 유기를 거듭하며 세 명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 와중에 강아지의 이름은 아나, 사라, 마로나로 바뀌어간다.
모든 스토리는 이 강아지의 시각으로 그려지는데 그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인상깊게 표현된다.
그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는데
강아지의 시각을 통해 파헤친 행복의 본질은 더더욱 큰 선물이었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개에게 행복이란 인간과 반대다. 지금 그대로가 제일 행복하다.'
무언가를 처음 들었을 때는 좀처럼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둔한 머리임에도
이 워딩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품을 보고 나서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가 작년 무지개 다리를 건너 내 곁을 떠나간 하늘이와 하나가 생각났다.
약간의 먹을 것, 약간의 물, 그리고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하던 아이들이다.
하늘이, 하나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잘해 준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그 아이들이 떠나기 전 많은 시간을 함께 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작품 중에 너프가 주인이 던져준 공을 물어오며
자기는 공 물어오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주인이 공 던지는 걸 좋아해서 해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틀어 본 그 시점이 너무나도 유쾌하면서도
우리 아이들도 내가 좋아해서 한 일들이 꽤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왈칵...
2022년 새해 첫 날,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났다.
그것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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