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들을 만나다.

2022. 4. 15. 15:514. 끄저기/끄저기

도 책임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이제는 LG타운이 된 마곡에서 옛 회사 동료들을 만났다. 

 

오랜동안의 공백 때문에 어색하기도 할 것이고 

내가 못 알아듣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서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1, 2차에 이어진 자리를 마치고 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1. 

나는 학창 시절에 만난 어릴 적 친구가 아니라면

쉽게 마음을 열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옛 회사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나는 19년 동안 회사 생활을 했다. 

되돌아보니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며 쌓은 정도 

어릴적 친구들끼리 쌓은 정에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회사를 그만 두고 난 이후 새삼 깨닫게 된 것중 하나가

내가 어마어마한 첨단 영역에서 근무했었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의 템포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옛 회사동료들은 오늘도 데이터를 흘리고 테스트하고 검증하고 관리하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어제 대화 중에도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왔다. 

내가 그런 곳에서 19년을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동료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3. 

내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 쫓겨났다고 하자

선배님께서 "너 또 거기서 바른말 했구나."라고 반응하셨다. 

선배님에게 바른말을 하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니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정말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이다. 

 

4. 

회사를 그만둔 후 이번을 포함해서 다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세 번 받았다.

자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선배님께서 

"계속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 넌 회사 생활 잘한거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가 잘 한 건 회사 생활이 아니라 선배님과 동료분들처럼 너그럽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겁니다." 

 

 

실버 파라다이스를 쓸 때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회사 동료들의 이름을 사용했다. 

언젠가 그 책을 들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술 한잔 하는 것만큼 소중한 인생의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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