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30. 21:08ㆍ4. 끄저기/끄저기
2021년 7월 2일부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비만 오면 진창이 되었던 좁은 골목길과 여러 가구가 함께 사용하던 공동화장실을 기억하는 나는
선진국 대한민국이 얼떨떨하기만 하다.
이 책은 딱 제목이 그 얼떨떨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어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상당히 많다.
우선 상당히 많은 데이터들이 나온다.
주로 OECD국가들의 현황을 비교하는 데이터들인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다.
지구가 본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 만큼의 인류 배출 오염물질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구생태용량'이라는 개념,
산업화 수준과 불평등 수준의 증감관계를 정의한 '쿠즈네츠 파동',
복지국가에서 시민권처럼 주어지는 '보편적 사회권'이라는 개념 등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지식들이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본을 '불평등'으로 귀결시킨 저자의 통찰 역시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고도 성장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고도 성장에 집착한다면 불평등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내 마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너무나 원론적인 결론 때문이다.
예리한 현상분석과 허황된 결론.
이 책의 허황된 결론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착각 때문에 발생한다.
어마어마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을 간과하여 수구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긴 현상황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대한민국이 왜 지금과 같은 문제를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면 볼만한 책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이 책보다는 차라리 성경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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