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vs 일방

2022. 6. 29. 15:574. 끄저기/끄저기

유튜브방송 삼프로TV 스샷(2022년 6월 19일)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MC가 하는 말이 귀를 한 번 때리고 들어왔다.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는 권위주의 방식의 국가 주도 경제가 효율적인 구간이 있다.'라는 부분이었다. 

(구체적인 워딩은 약간 다를 수 있음)

 

나는 북유럽 신화에 등징하는 룬 문자의 마법을 믿는 사람이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의미덩어리가 하나의 문자로 묶어지면 그때부터 의사소통이라는 마법이 발휘되는데

이 과정을 잘 이용한다면 의미를 왜곡시키고 사람을 속이는데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그 단적이 예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에 있다. 

 

우리 나라에는 민주당과 국힘당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정치세력이 있다. 

각 정당의 특성을 정확한 의미로 표현하자면 민주당은 '보수정당', 국힘당은 '극우정당'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극우정당'이 '보수정당'으로, '보수정당'이 '진보정당'으로 왜곡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힘당이 정말 보수당인줄 알고 민주당이 정말 진보당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이번 삼프로TV 유튜브 방송에서 느꼈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잘못 사용된 것이다. 

그것은 '일방'이라는 단어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수시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폭력에 가족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그래서 가장이 일터에 나가 돈을 벌어온다면 

그게 과연 '효율적'인 걸까?

당연히 아니다. 

그건 '일방적'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는 가장이 죄값을 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그 가족이 온갖 피해를 묵묵히 감내해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문구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당하는 가족'이지

'효율적으로 피해를 감당하는 가족'이 아니다. 

 

경제발전에 드라이브를 건 권위주의 정권이 정말 다 '효율적'이었는지 시시비비를 따져보는 건 둘째치고,

MC의 말마따다 우리나라가 정말 그랬다 하더라도 

비교할 데이터가 없으니 '효율'이라는 단어는 더더군다나 어불성설이다. 

동일한 논리로 내가 동일 조건의 민주 체제라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더더욱 빨랐을 것이고 심지어 IMF와 같은 부작용도 겪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다면 무슨 말로 반박하겠는가?

 

즉, MC의 생각대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효율'이란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것은 힘없는 대다수 서민에게 가해진 일방적인 억압과 폭력을 그들이 견뎌낸 결과이다. 

 

"독재자가 이끈 효율적 경제?"

그건 당신 머리속에 있는 당신만의 허상일 뿐이다. 

 

이런 잘못된 이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이 팽배해 있는걸까?

 

나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하는 방송인 것 같은데

방송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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