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아이스커피.

2022. 7. 6. 14:114. 끄저기/끄저기

여름을 특별하게 만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단 숭배한다.

나는 여름이 올때마다 행복을 느끼고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를 느낀다. 

 

여름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나는 얼죽아는 아니다. 

예전에 회사생활을 할 때, 친했던 선배 하나가 얼죽아였다. 

매서운 빌딩풍이 몰아치던 가산디지털 단지 골목에서 으작으작 얼음을 씹어먹는 그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코카인을 저렇게 씹어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얼죽아는 고된 정신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직장 문화의 한 단면으로 각인되어 있고 

전혀 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우려내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게 커피다.

단 한가지 방법으로만 커피를 즐긴다는 게 얼마나 아까운 일이냐 말이다. 

 

내게 아이스아메리카노는 거룩한 축일을 상징하는 부활절 달걀만큼이나 소중한 여름의 상징이다. 

그래서 복잡한 성주간 미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미리미리 준비를 통해 그 해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맞이한다. 

 

우선 그동안 열일하던 종이필터와 가베 커피드립 세트를 싱크대 찬장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리고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꺼내 깨끗이 씻고 말렸다. 

미리미리 얼음을 얼려 얼음 트레이를 한 가득 채우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원두를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올해는 시다모와 따라주를 준비했다. 

정확한 기준 따위는 없다. 

그냥 원두를 골라담을 때, 시다모가 예가체프보다는 더 시큼했고

따라주가 안티구아보다는 더 다크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준비한 모든 것이 주방에 구비되었다.

지난 며칠 열대야로 에어컨을 무작스럽게 틀어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2022년 여름을 경배하며 맞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가스 불을 올린지 2분 여가 지나자 

모카포트 특유의 커피 끓는 소리와 함께 김이 뿜어져나온다.

그렇게 우러나온 에스프레소를 얼음을 가득 담은 머그컵에 따라냈다. 

 

얼음의 힘을 빌려 짜릿짜릿 혀끝을 파고드는 달콤한 커피향에 취해 기원해본다. 

올해도 멋진 여름이 되게 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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