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자리(the Dead Man)의 별은 다양한 별목록에 등장하며 밀교적 성격의 주석이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자리의 성격을 규명해줄 예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체자리가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시기는 겨울철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좀더 세부적인 위치는 자바바자리(the Star of Zababa)와 독수리자리(the Eagle) 부근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이상의 정확한 위치와 형상은 여전히 추측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체'를 의미하는 전통적 표기는 그 행위를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누운 사람이 등장하고, 그가 죽었음을 의미하는 우쉬(Uš) 표기가 누운 사람을 가로지르는 모습으로 표기되었습니다.
그림 1은 초기의 표기 몇 가지를 나열한 것으로 이 표기들은 기원전 3천년 대 중반에서 후기의 서판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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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시체'를 의미하는 다양한 표기 |
이 표기는 대개 '아따(Adda)라 읽힙니다.
하지만 기원전 3천년 대가 지나면서 이 표기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아래 상자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원래 표기의 구성 요소를 분리하여 '루-우쉬'라는 표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기원전 3천년 대가 지난 후 시체자리는 '물 루-우쉬(Mul Lu-Uš)'로 표기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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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표기는 아카드어로 '주검', '송장', '시체'를 의미하는 '빠그루(pagru)'라 읽힙니다. |
| '루(Lu)' 표기는 사람의 머리 또는 흉상을 묘사한 것으로 단순하게 쓰일 경우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 표기는 대개 남자 이름 앞에 위치하여 그 사람이 노예나 농노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임을 의미합니다. '우쉬(Uš)' 표기는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 예언문학에서는 '죽다'라는 동사로 쓰이기도 하고, '죽은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체 의미는 '죽은 이', 또는 '시체'가 됩니다. |
시체자리는 점성술 문서에서 '아삭쿠(asakku)'라는 이름의 악마나 이 악마의 시신과 동일시됩니다.
다른 악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삭쿠 역시 하늘과 땅의 후손입니다.
아삭쿠는 끔찍한 외모에 역병을 가져오는 악마로 묘사되며, '산악에서 온 살인마'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수메르 신화에는 닌우르타(Ninurta)가 아삭쿠와 아삭쿠의 동맹군인 돌덩이로 만들어진 군대를 무찌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닌우르타는 이때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산악의 정복자'라는 호칭을 수여받게 되죠.
전쟁에서 승리한 닌우르타는 돌덩이의 운명을 점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돌덩이 중 일부는 닌우르타의 보좌직을 수여받는 영예를 얻은 반면, 어떤 돌덩이는 저주와 형벌을 받은 후 쓸모없는 돌덩이로 내쳐졌다고 하죠.
닌우르타가 산악을 정복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신화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석재와 금속 광석과 같은 자원이 부족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로 추정됩니다.
즉, 메소포타미아는 무역활동이나 정복활동을 통해서만 석재와 금속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며, 닌우르타의 정복 전쟁 덕에 메소포타미아의 건축업자와 장인들이 이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밀교적 성격을 띤 문서에서는 시체자리를 돌에, 자바바 신을 '돌을 부수는 자'에 비유하여 신화의 상징성에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바바(Zababa)는 종종 닌우르타와 동일시되는 신입니다.
그는 독수리자리의 주재신이기도 하며, 독수리 머리 장식이 있는 지팡이는 자바바의 주요 상징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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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네르갈(Nergal)과 자바바(Zababa) 상징. 독수리 머리가 자바바의 상징입니다. |
밀교 문서에서 돌을 시체자리로 본다는 점과 닌우르타와 동일시되는 자바바가 독수리로 상징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보면 독수리와 연계된 시체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돌이 죽음과 동일하게 다뤄진다는 상징체계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아마도 살이 모두 썩어 없어지고 남은 뼈가 돌과 같다는 암시를 갖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초기 메소포타미아 미술작품에서 이와같은 모티프를 가진 문양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독수리 또는 안주(Anzu)가 포박당한 사람을 나르는 문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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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포박된 죄수를 나르는 안주 또는 독수리를 그린 이 그림은 기원전 4천년 대 후기 인장에 등장합니다. |
이 인장 문양은 기원전 4천년 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후대에는 니푸르(Nippur)에 있는 엔릴의 신전 지구라트 문에도 새겨져 있었다고 하죠.
동시대의 비문 중에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을 붙잡는 독수리를 묘사한 것도 있습니다.
니푸르의 국경은 거대한 그물이 둘러싸고 있다.
그 안에는 후르의 독수리가 거대한 발톱을 세우고 있다.
악마와 사악한 인간은
그 발톱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사상이 지목하는 기본 모티프는 괴물 새에 의해 날라지는 인간이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의 사신으로서 독수리는 그림 4의 인장 문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태양이 떠오를 때 훔바바를 처치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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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떠오르는 태양신(왼쪽)과 살해당하는 훔바바(오른쪽) |
이 인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독수리와 산염소가 갖는 기본 모티프입니다.
'죽음'이라는 맥락에서 이 문양을 해석하면 산염소는 살해당하는 인간의 생명을 상징하며 독수리는 생명을 낚아채가는 운명의 화신을 상징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기를 치켜든 두 명의 영웅만큼이나 죽음의 순간을 확실하게 묘사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인의 방식인 것입니다.
괴물 새와 죽은 이의 연관성은 고대 세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상징입니다.
죽은 이의 사체를 콘도르나 독수리가 뜯어먹도록 내주는 천장관습이 이러한 상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와 비슷한 고대의 예를 차탈휘위크(Çatalhüyük)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원전 7천년 대 아나톨리아에 있었던 고대인들의 거주 유적지인 차탈휘위크에는 밀교적 프레스코로 장식된 여러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이 중에는 맹금류로 보이는 괴물 새가 머리가 없는 시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묘사된 프레스코화도 있습니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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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차탈휘위크의 프레스코 장식 예 |
고대 문헌에는 이 모티프를 약간의 차이를 가진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독수리 또는 안주가 죽은 이를 나른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악한 사람이나 저주받을 범죄를 저지른 이의 영혼을 괴물새가 낚아채 특별한 형벌에 처할 목적으로 저승 세계로 나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해석이 고대 그리스로 그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조의 괴물 하르피아이(Harpies)는 종종 망자의 영혼을 나르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들은 동시에 악한 이의 영혼을 지하세계로 끌고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판다레오스(Pandareus)의 딸들이 아버지가 저지를 죄를 대신하여 하르피아이에게 납치된 사건이 대표적이 예죠.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본다면 시체자리의 위치는 독수리가 발톱으로 움켜쥔 지점에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독수리자리가 고대 그리스의 독수리자리(AQUILA)와 같은 방향으로 위치하고 있었다면 시체자리는 오늘날 화살자리(SAGITTA)에 대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화살자리를 구성하는 별이 시체자리를 구성한 별이었을 거라는 추정에는 또다른 근거가 있습니다.
화살자리를 구성하는 네개 별이 시체자리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우쉬(Uš)' 표기를 닮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별자리가 하늘이라는 틀에 글자처럼 새겨져 있다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사상과도 일치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보이는 별자리가 있습니다.
하늘로 '누군가를 잡아 나르는 독수리'라는 모티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별자리 신화 모두에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독수리가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가니메데를 하늘로 납치하여 제우스의 시종이 되게 했다고 하죠.
여기서 더 들어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이야기입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서기 132년, 자신의 동성애 연인이었던 안티누스(Antinous)의 형상을 하늘에 새겨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하죠.
그는 독수리자리 남쪽에 있는 아모이포토이를 이용하여 안티누스의 형상을 만들도록 했고, 그 결과 독수리가 안티누스를 움켜쥔 형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티누스자리(Antinous)는 유럽의 별지도에 18세기까지 등장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사라지는 별자리가 되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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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아시리아의 괴조 하피(Harpy)와 염소고기를 뜯는 두 마리 콘도르 |
이처럼 여러가지 형태로 추정가능한 상징의 총체적 배열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별지도를 하나의 맥락으로 바라봤을 때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여러 별자리 설명에서 언급했듯,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미리내를 이루는 무수한 별을 죽은이의 영혼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성한 정의의 상징을 갖는 독수리는 이 중에서 악한 이의 영혼을 낚아채 이들이 죄값을 치르도록 지하에 있는 어둠의 왕국으로 데려갑니다.
이때 이들에게 내려지는 궁극적 처벌은 이들의 영혼을 선조들의 왕국에서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새로운 삶을 이어갈 희망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범죄와 형벌을 이어 놓은 이 윤리적 모티프는 이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개념위에 구축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 원초적 개념이란 죽은 자의 영혼은 새로 상징된다는 것과, 죽은 자의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선조들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별자리 : 독수리자리(the Eagle), 자바바자리(the Star of Zab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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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별자리 이름이 현대 별자리 이름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는 '이탤릭체'로 표시하였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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