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4장 - 사라진 별자리 11. 안티누스자리(Antinous)

2025. 3. 3. 11:27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안티누스자리

 

안티누스(Antinous)는 로마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의 동성애 상대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허구처럼 보이지만 안티누스는 신화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안티누스는 서기 110년, 클라우디오폴리스(Claudiopolis)라 불리기도 하는 비티니움(Bythinium)에서 태어났습니다. 
비티니움은 오늘날 터키 북서쪽 볼루(Bolu) 인근에 있는 도시입니다. 
당시 이곳은 로마의 식민지였습니다. 

하드리아누스가 공무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안티누스를 만난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첫번째 동성애자 황제인 하드리아누스는 안티누스에게 매료되어 영원한 반려자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하드리아누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서기 130년, 안티누스는 나일강을 여행하던 중 지금의 이집트 말라와 인근에서 강에 빠져죽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황제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가장 사랑하는 물건을 희생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안티누스는 이 신탁이 자신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닳았죠. 
안티누스의 죽음이 그저 사고였는지, 자살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희생제물이 된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드리아누스가 이 일로 크게 상심했다는 것입니다. 

하드리아누스는 안티누가 죽은 곳 인근에 안티노폴리스(Antinoöpolis)라는 도시를 건설했고 안티누스를 신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독수리자리(AQUILA) 남쪽에 그 어느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별들로 안티누스를 기리는 별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안티누스자리는 알마게스트의 48개 별자리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안티누스자리를 독수리자리의 부속 별자리로 보았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살았던 곳은 나일강 어귀 알렉산드리아였습니다. 
알마게스트가 집필된 시기는 안티누스가 죽고 나서 약 20년 후이기 때문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안티누스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프톨레마이오스가 하드리아누스의 요청을 받아 안티누스자리를 만든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안티누스자리는 3등급에서 5등급의 별 여섯 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여섯 개 별은 오늘날 독수리자리 에타(η), 세타(θ), 델타(δ), 요타(ι), 카파(κ), 람다(λ)별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은 3.2등급의 독수리자리 세타별입니다. 
이 여섯 개 별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목판본 별지도(1515)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뒤러는 안티누스의 형상을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안티누스자리가 처음 형상을 드러낸 것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지도제작자였던 카스파 보펠(Caspar Vopel, 1511~1561)의 천구의(1536)에서였습니다. 
이후 안티누스자리는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 1512~1594)의 천구의(1551)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는 1602년 펴낸 자신의 별목록에서 안티누스자리를 독립적인 별자리로 다루었습니다. 
이때 안티누스자리에 속하는 별은 단 세 개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티코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후 여러 별지도에서 안티누스자리는 독립적인 별자리로 다뤄졌습니다.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는 독수리가 안티누스를 움켜잡고 있는 형태로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냈습니다. (그림 1)
요한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역시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에서 바이어의 전철을 따랐습니다.(그림 2) 

 


그림 2
요한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9장에 등장하는 안티누스자리 

 

어떤 별지도에서는 안티누스가 신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헤벨리우스는 안티누스가 활과 화살을 쥐고 있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아마도 리비아에서 하드리아누스의 마루시아 사자 사냥에 함께 했던 안티누스의 모습을 형상화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 3)


그림 3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안티누스자리


안티누스자리가 독수리자리 바로 아래 있다보니 안티누스는 독수리에게 붙잡혀 제우스의 신전으로 끌려가는 가니메데와 혼동되곤 합니다. 
하지만 가니메데를 상징하는 별자리는 물병자리(AQUARIUS)입니다. 

 

안티누스자리는 19세기까지 널리 받아들여졌던 별자리입니다. 
하지만 안티누스자리의 모든 별은 결국 독수리자리로 재합병되었습니다. 
이곳에 안티누스자리가 있었다는 흔적은 독수리자리 세타별의 공식 명칭 안티누스(Antinous)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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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공식 88개 별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라틴어 철자를 대문자로 표기하였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소문자 혼용으로 표기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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