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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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 인생에서...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다. 아니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날이다.
2023.01.25 -
땀 흘리는 시 - 왜 일해왔을까?
노동자 생활 체험(?)관 가산디지털단지 역 옆에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이 있다. 다세대 건물 하나를 개조하여 만든 작은 박물관이다. 점심시간을 빌려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에 서 있자니 체험관에서 본 사진 속 공돌이 공순이들의 모습과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딱 하나 차이는 있었다. 21세기 공돌이 공순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커피가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의아했다. 어차피 다 노동자로 살텐데 왜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닌 노동자생활'체험'관 일까? 시인의 눈 고마운 분이 생일을 맞으셔서 생일 축하를 드렸는데 뜻밖의 선물로 이 '시집'을 받았다. 난 시를 읽을 줄 모른다. 시를 읽을 줄 몰라 마치 산문을 읽듯이 시집을 읽어 버렸다. ..
2023.01.24 -
NGC 4631을 아시나요? - 소설책 출간소식
1. NGC 4631을 만나보세요. 북두칠성의 꼬리 아래 사냥개자리가 있습니다. 사냥개자리는 무려 네 개의 메시에 은하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충돌하는 두 개 은하를 볼 수 있는 M51은 너무나 유명하죠. 워낙 멋진 천체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긴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은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NGC 4631입니다. NGC 4631은 고래은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씬한 옆모습에 한쪽으로 치우친 은하중심 때문에 혹등고래를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밤하늘을 유영하는 우주고래!'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솜브레로 은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뾰족한 느낌이 있고 M82 시거은하와도 충분히 견줄 만한 독특한 은하입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 겨울 밤에는 자정이 지나야만 그 ..
2023.01.18 -
의자놀이 - '약자를 공격하는 약자' 시스템
자료조사차 읽은 책. 나는 2009년 여름 쌍용차에서 일어났던 사태의 내막을 잘 모른다. 다만 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공장에 식량과 의료지원은 물론 물조차 반입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했던 기억은 있다. 사형수나 전쟁포로에게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권리가 차단당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는 사형수보다도, 전쟁포로보다도 못한 존재구나...' 이 사건은 내 인생에 큰 방점을 남겼다. 나는 이때 어떻게든 회사를 그만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러면 내 지위는 저 바닥의 노동자를 벗어나 최소한 사형수나 전쟁포로보다 높아지긴 한 걸까? 대답은 당연히 'No'다. 나는 여전히 위태로운 일이 닥쳤을 때 살아..
2023.01.17 -
혼자 사는 사람들 - 이게 진짜 한국 영화지.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눈에 띠어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기분이 좋다. 너무 좋은 영화를 봤다. 이거지! 이게 우리나라 영화지! 최근 인도 마살라 영화인 RRR을 보고, 배우들은 분명 한국 배우들이지만 전혀 한국영화같지 않은 브로커를 보고 나서인지 이 영화야말로 한국의 색깔이 묻어나는 진짜 한국영화라는 느낌이 더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가 진짜 우리나라 영화라고 느끼게 만든 건 딱 하나다. 비틀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관객을 푹 담가 버린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인도영화나 날선 현실을 무디게 다듬어 표현하는 일본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한국 영화만의 매력이다. 영화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다. 왜 사람들은 화가 나 있을까? 왜 미안하다는 말은 엉뚱한 사람..
2023.01.12 -
RRR : 내가 마살라를 보게 될 줄이야...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작품상 후보에 영화 '헤어질 결심', '서부전선 이상없다', 'RRR' 등이 올랐다고 한다. (MBC뉴스 멘트, 실제로는 2작품 더 있음) 마침 '헤어질 결심'과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이미 본지라 어떤 영화가 상을 타게 될지 가늠해 보고자 'RRR'도 마저 봤다. 난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 마살라를 보게 될거라곤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마살라 영화가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것도 정말 놀라웠다. 어색한 더빙 대사에 밥말아 먹은 개연성과 저세상 CG에 처음에는 정말 황당무계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왠만한 마블 히어로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선악 대립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싸우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명분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노..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