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시 - 왜 일해왔을까?

2023. 1. 24. 23:194. 끄저기/끄저기

 

노동자 생활 체험(?)관

 

가산디지털단지 역 옆에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이 있다. 

다세대 건물 하나를 개조하여 만든 작은 박물관이다. 

 

점심시간을 빌려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에 서 있자니 

체험관에서 본 사진 속 공돌이 공순이들의 모습과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딱 하나 차이는 있었다.

 

21세기 공돌이 공순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커피가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의아했다. 

어차피 다 노동자로 살텐데 왜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닌  노동자생활'체험'관 일까? 

 

시인의 눈

 

고마운 분이 생일을 맞으셔서 생일 축하를 드렸는데 뜻밖의 선물로 이 '시집'을 받았다.

 

난 시를 읽을 줄 모른다. 

시를 읽을 줄 몰라 마치 산문을 읽듯이 시집을 읽어 버렸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든 탓일까?

 

여전히 모르겠는 시 가운데 짬짬이 가슴을 뒤흔드는 문구가 있었다. 

 

한편 내 옛 모습이 생각나는 시도 있었다.

박성우 시인의 '건망증'

회사를 다닐 때 내가 딱 이 시에서 다루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외에도 인상적인 시들과 문구가 많았다.

 

시공간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인들의 안목에

하나하나 포스트잇을 달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읽느니

차라리 앞으로 시를 읽어야겠다고 말이다. 

 

왜 일해왔을까?

 

이 책을 선물받게 된 것은 '오늘은 필리핀'이라는 임지은 시인의 시 때문이었다. 

이 책에 '오늘은 필리핀'이 실려 있다. 

 

여러 번 읽었다. 

여러 번 읽어도 좋다. 

 

그리고 다른 시들도 읽었다. 

그 시들을 읽으며 80년대 중후반에 주로 접했던 노동시들이 생각났다. 

 

뭐가 달라진걸까?

 

분명 발전했다는데 

 

왜 그때 힘겨웠고

지금도 힘겨울까?

 

그 오랜 세월을 포장해온 '발전'은 무엇일까?

 

발전의 뜻이 "손에 원두커피 한 잔을 들고 서 있음" 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에 

산문책을 덮듯이 시집을 덮긴 했지만

여전히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