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 - 이게 진짜 한국 영화지.

2023. 1. 12. 20:454. 끄저기/끄저기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눈에 띠어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기분이 좋다.

너무 좋은 영화를 봤다.

 

이거지! 이게 우리나라 영화지!

 

최근 인도 마살라 영화인 RRR을 보고,

배우들은 분명 한국 배우들이지만 전혀 한국영화같지 않은 브로커를 보고 나서인지
이 영화야말로 한국의 색깔이 묻어나는 진짜 한국영화라는 느낌이 더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혼자 사는 사람들(2021, 홍성은 감독) 스틸컷.

 

이 영화가 진짜 우리나라 영화라고 느끼게 만든 건 딱 하나다.

 

비틀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관객을 푹 담가 버린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인도영화나

날선 현실을 무디게 다듬어 표현하는 일본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한국 영화만의 매력이다. 

 

영화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다. 

 

왜 사람들은 화가 나 있을까?

왜 미안하다는 말은 엉뚱한 사람이 해야 하는 걸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독사한 먼저 번 입주자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웃들을 불러 함께 제사를 치르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남자는 목발을 쓰는 장애인이다. 

 

약자를 챙기는 약자.

그에 의해 

마음을 꽁꽁 닫아두었던 주인공이 

서서이 마음을 연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결말이었다. 

 

현실에 푹 절여져 있었는데 

뜬금없는 파라다이스 결말이 나와 버렸다. 

물론 감독 나름대로 제시한 솔루션이었을 것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다. 

 

현실은 정반대다.

 

이동권을 달라고 외치는 장애인들,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화물기사들.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들인 이들을

정부는 대놓고 겁박하고 

사람들은 잘한다고 손뼉을 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고 

우리는 여전히 현실에서 혼자 살고 있다. 

 

값진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성은 감독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