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5. 01:19ㆍ4. 끄저기/끄저기
(1988년 여름 친구들과 함께 간 성당 초막절 행사)
중학교 3학년 시절 다소 먼 거리로 이사를 한 이유로 인해
나는 중학교 이전 친구들과, 고등학교 이후 친구라는 두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이건 고등학교 이후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5월 30일. 원래 이 날은 내 안주인과 안쥔의 친구들과 함께 양양으로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날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고 온 바로 다음 날로
나는 여행을 가서도 영 즐거울 거 같지 않아 결국 여행에서 빠지기로 안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뜻밖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에 친구 집 한군데서 모두 만나자는 것이었다.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모두 6명이다.
한 명은 신부님이 되어 필리핀 밀림 속에 있고,
한 명은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중국에 나간 친구가 잠시 귀국했으니 얼굴이나 보자는 말이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인지,
내 친구들은 모두 그만그만한 직장에 그만그만한 수준에,
모두들 원만하게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생기는 특징이기도 한데,
자주 모이지도 않는 친구들이 어쩌다 한 번 모일라치면
꼭 친구 누구네 집에서 만나자고 한다.
이 말은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항상 '부부동반'을 요구하는 자리이고,
부부동반이라 함은 아이들 까지도 합석함을 의미한다.
역시나 그 날의 자리는 예상한 그런 분위기의 자리가 됐고,
안주인이 여행을 간 나만 혼자인 그런 자리가 됐다.
이 친구들..
2002년 12월 바로 그 자리에서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을 함께 보며
환호성을 올리던 친구들이었다.
그 사이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당시에는 부부들만이 함께 했던 자리 사이사이에 하나 둘씩의 아이가 끼어 있게 되었다.
환호성을 함께 한 그 대통령께서는 어제 우리곁에서 영영 떠나셨다.
그.리.고.
그 자리 내내 돌아가신 대통령님의 얘기는 단 한 마디도,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그 시간 내내 아이들 얘기 70퍼센트, 그리고, 아내들끼리의 친정얘기, 시집얘기 30%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언젠간 시국선언을 하는 교수들 앞에서 '연구나 해' 라고 고함치는 노인이 이 친구들 중에서도 나오게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잘난거 하나도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난 절대 저렇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아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변하지 말라고....
p.s.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 하다.
내 친구들 중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민주당 지지성향과, 무관심이 3 대 3 정도이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야 이런 얘기를 하는데,,,,쯧....결국 내 문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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