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2009. 7. 19. 03:034. 끄저기/끄저기

2009년 7월 17일.

주말을 앞둔 금요일 임에도

회사 업무의 스트레스로 두통이 찾아온 머리를 한 손으로 쥐고,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우산을 쥐고 퇴근했다.

 

누구나 힘든 회사일이라지만, 정말...

회사일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그 사람들과 같이 살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역할의 분담일뿐,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자신의 이름도 아닌 소속 직장의 이름으로

사람의 우열을 가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원가를 낮추고, 매출은 올려야 한다.

이 두가지 모두는 나의 노력으로 나오는 것이다.

만약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다면,

더 쉽게 더 좋은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노력이 나보다 우월하지 못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를 해야 하는 노력이라면 나는 그런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나에게 그러한 요구를 하는 당신의 입장을 이해한다.

당신도 나처럼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고,

그리고 당신이 먼저 시작한 이 회사의 회사 생활은

아마도 당신이 지금 나에게 요구하는 것 보다도

훨씬 부당한 요구를 당신은 당신 선배에게 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당신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당신과 당신의 세대를 동정해 줄 수는 있지만 인정해 줄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당신과, 그리고 당신과 구세대가 쌓아올린 그런 방식에 쉽게 매몰되는

내 또래, 혹은 나보다도 어린 또래의 당신들을 비난하거나

당신들의 변화를 촉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므로 내가 당신들의 변화를 바랄 수도, 이유도 없지만

어쨌든 나는 당신들이 쉽게 바꿔버린 그런 모습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비록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에서 쉽사리 나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댓가에 대해서는 내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정당한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회사에서 그간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단호하게 요구하되,

그것이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그리고 내가 판단하건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보다 약자의 위치에 선 그 분들께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책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에 대해 당신이 나를 책망한다면

난 그 책망을 달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입장에서 나의 지위를 이용하여, 10미터, 혹은 20미터 앞선 자리에서 출발하기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 있다면 혹, 그 플러스를 만들기위해 누군가 마이너스의 굴레를 짊어지고 있지 않은지를 생각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인을 찾을 것이고, 그래서 원인을 풀어내서 나 뿐 아니라,

내 위치에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후임이 될 사람이 나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 일을 수행함에 있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힘들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항상 가정에서 미소와 평안함과 여유를 잃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비록 아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당신의 아이들이 좀더 행복하게, 그리고 조금은 더 합리적이고, 밝은 대한민국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날은 쉽게 오지도, 더더군다나 나와 같은 일반 서민이 노력을 한다고 하여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의 가족과 자식들을 소중히 생각하듯,

당신 자식들은 절대 비정규직이 되지도 중소기업의 직원따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좀더 넓은 틀로, 그리고 함께 사는 공동체의 사회로 이 세상을 바라봐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랄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그렇게 꿋꿋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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