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이발소 - 삼봉이는 뭘 한걸까?

2013. 5. 1. 20:254. 끄저기/끄저기

관람일시 : 2013년 3월 24일 14시
관람장소 : 라이프 씨어터

 

사실 코드가 맞는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맞는 코드만 찾아다닌다면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코드가 맞고 안 맞고는 사소한 문제임에 반해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

 

코드, 다양성 주절주절 운운하는 이유는 연극을 관람하기 전,

연극에 대한 프리뷰나 다른 이들의 평가를 한사코 거부하는 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사실 문화소비 성향이 그렇게 폭넓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폭넓지 못함을 커버하기 위한 일환으로

연극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연극을 보는 선택을 간혹 한다.

 

이 연극 삼봉 이발소 역시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한 연극이다.


역시 내가 무언가 사전 정보를 수집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연극을 선택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그 대가 치고는 좀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연극이 진행중이던 당시, 그리고 끝나고 나서 여태까지

스토리가 무엇이었는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발사 김삼봉이 커다란 가위를 들고 도대체 뭘 했던 건지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타일을 만들어 준 건가?
아니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 준 건가?

 

정작 가장 중요한 소재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이해가 안가니 전체 스토리가 정렬되지 않고 막춤을 추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의 수준은 항상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수준에 비해 빠지거나 모자람은 전혀 없었다.

다만 김삼봉 역을 담당하셨던 분은 그 날 무척 심드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캐릭터는 심드렁한 캐릭터이다.
그렇지만 심드렁한 연기를 하는 것과 심드렁한 것과는 색깔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까지 심드렁 해지더라....
물론 나의 판단이 틀렸길 바란다.

 

연극을 보고 나서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그 만화를 본다면 이 연극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던 것인지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별로 만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아직도 궁금하다... 김상봉은 가위를 들고 뭘 한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