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6. 22:41ㆍ4. 끄저기/끄저기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도 7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고,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은 - 많은 의혹이 남아 있지만 -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직접적인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고 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세월호를 그만 잊으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바램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세월호의 그늘을 훌훌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바로 오늘 다시 발생한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과연 동일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불행히도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의 그늘은 바로 이 부분에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처벌 양상대로라면 양심적인 선사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선원들이 있다면 동일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즉, 지금 처벌받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라면 참사가 예방될 수 있을거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전적으로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행히도 이것은 전혀 객관적이지도, 가시적이지도 못하다.
누구나 비행기나 배, 자동차를 이용하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서의 안전 보장이 '특정인의 양심과 업무 충실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얘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유사한 사고의 예방 및,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최소화를 보장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측량 가능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이러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참사를 야기시킨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정부가 애써 눈감고 있는 바로 그 부분이다.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그 부분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진정성 없는 어정쩡한 눈물로 땜빵해 버렸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문제를 덮기에 급급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규제완화 타령이나 하고 있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이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고는 어디서든,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의 현장에 불행히도 누군가는 당사자로 서있게 된다.
그 현장이 하필 배 위이고, 그 배는 6천톤이 넘으며, 사고 현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조류가 센 바다라고 가정해보자.
과연 이 상황에서 국가가 나를 구해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전 국민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러한 믿음을 심어주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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