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가을의 이야기

2014. 12. 6. 10:574. 끄저기/끄저기

태초에는 여름과 겨울만이 있었다.  
 
사람들은 초봄과 초가을을 늦겨울, 늦여름이라 불렀고
늦봄과 늦가을을 초여름, 초겨울이라 불렀다.  
 
봄과 가을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원래 세상은 아주 뜨겁거나 아주 차가운 
극단주의자들이 지배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봄과 가을은 
자신들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봄이 말했다. 
"나는 푸른색 잎과 다채로운 색깔의 꽃으로 나를 장식할거야.
색깔이 선명해지면 사람들이 나를 내 이름으로 불러주게 될거야." 
 
가을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네가 피워낸 꽃과 잎으로 거리에 카페트를 깔겠어. 
은은하고 담백한 색깔의 카페트를 밟고 지나가게 되면 
사람들이 나도 내 이름으로 불러주게 되겠지?"  

이제 사람들은 이들을 여름과 겨울에서 구분해내어
봄과 가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신들이 알던 여름과 겨울보다 
봄과 가을을 더더욱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