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4. 21:43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1. 행복한 시작
여기 발랄하기 그지 없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이 소녀의 이름은 인안나입니다.
그리고 여기,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춤을 추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인안나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사내가 있죠.
이 사내의 이름은 두무지입니다.
직업은 양치기죠.
당시는 소유하고 있는 가축이나 땅이 절대적인 재산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두무지는 많은 양을 치는 제법 부자 청년이었죠.
인안나 때문에 후끈 달아오른 두무지는
인안나의 어머니와 오빠에게 많은 선물을 바치며
인안나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두무지의 많은 재산과 선물에 넘어간 어머니 닌갈과 오빠 우투는
인안나에게 두무지와 결혼하라고 압력을 넣죠.
인안나도 두무지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짐짓 자신은 양치기가 아닌 농부와 결혼하겠노라고 밀당의 미덕을 발휘하며,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올려놓죠.
결국 인안나는 두무지로부터 더 많은 혼인예물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결혼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자신의 오빠인 우투로부터 보장 받습니다.
화려한 결혼식의 그날
인안나는 신랑 두무지에게 말합니다.
자기는 빗자루질조차 할 줄 모른다고 말입니다.
신랑 두무지는 모든 남자들이 하는 말을 하죠.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게 하겠노라고 말입니다.
인안나는 자신의 거룩한 광채가 하늘의 지평선 위에 빛날 것이라고 미소지으며
두무지의 품에 안깁니다.
2. 버트 그러나~
어느날 두무지는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야 한다고 길을 나섭니다.
인안나는 두무지가 당연히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두무지는 자기 혼자 가겠노라고 하죠.
게다가 얼마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말도 합니다.
시댁에 혼자 남게 된 인안나는 우울합니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떠난 두무지는...
다른 여자와 놀고 있네요...
3. 인안나는 여행을 떠납니다. 어디로?
발랄함 그 자체였던 소녀 인안나,
아름다운 광채 그 자체였던 신부 인안나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몸부림치는 가련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자신을 화려하게 꾸밉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리죠.
그녀가 향하는 곳은....저승!!! 저승입니다.
저승으로 떠나기 전 인안나는 시종 닌슈부르에게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남겨진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합니다.
저승의 일곱문을 통과하며
인안나는 화려한 옷과 치장을 모두 빼앗겨
벌거숭이가 된 채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승의 여신 에레쉬키갈라가 나타나자,
당당히 그녀와 맞서 싸움을 벌입니다.
그러나 똥개도 자기집 마당에선 도베르만과 맞서는 법입니다.
저승사자들에게 잡힌 인안나는 모진 매질 끝에 한덩이 고깃조각이 되고 맙니다.
4. 구원 by...
인안나의 시종 닌슈부르는 이제나 저제나 자신의 주인 인안나를 기다리지만
인안나는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슬픔에 빠진 닌슈부르는 인안나의 당부대로 인안나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우선 닌슈부르가 찾아간 이는 인안나의 친정 아버지 난나였습니다.
친정 아버지 난나가 한마디 하십니다. "거길 왜 가구 그래?"
닌슈부르는 이번엔 인안나의 친정 할아버지 엔릴을 찾아가죠.
친정 할아버지께서도 한마디 하십니다. "저승에 간 애들 치고 나오는 애 못 봤다~"
힘이 빠진 닌슈부르는 마지막으로 인안나의 시아버지 엔키를 찾아갑니다.
엔키는.....여러 말을 하는군요.
손톱 밑에서 때를 빼 두 부하를 만들고는
부하들에게 말합니다.
이러이러이러하면 이렇게 될 것이고
저러저러저러하면 저렇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두 부하는 씩씩하게 저승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이러이러이러하니 이렇게 되고,
저러저러저러하니 저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부하는 인안나를 다시 살려냅니다.
5. 그런데 왜 인안나는 저승에 간걸까요?
삶을 되찾은 인안나는 자신의 화려한 옷을 다시 찾아입고 이승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저승사자들이 따라붙죠.
예로부터 저승에 들어와서 다시 살아 돌아간 경우는 없다.
네가 나가려면 네 대신 누군가가 이곳 저승에 와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인안나는 저승사자들에게 잔말말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정리하죠.
자신의 남편 두무지를 저승사자들에게 넘겨버립니다.
그렇습니다!!!
인안나는 자신에게 삶의 쓴맛을 선사하여
철없는 소녀에서 비련을 아는 여인으로 재탄생시킨
망할놈의 남편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저승으로의 모험을 떠났던 것입니다!!!
6. 인안나는 바로.
인안나는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 문명에서 섬기는 최고 신들인
아눈나키 큰 신들 중에서도 주요 신에 속하는 여신입니다.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젊은 남녀가 어울려 혼인잔치를 벌리던 성혼례에서 재현되었으며
이 성혼례는 기원전 40세기 수메르 도성국가가 형성되던 시기에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말 그대로 인류 태초의 이야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군이 고조선을 만든 건 이보다 1600년이 더 지난 나중이었죠. 헉....)
성혼례의 주례신으로서 인안나는 젊은 남녀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즉, 인안나는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로마 신화의 비너스, 북구 신화의 프레이야로 이어지는
미의 여신의 계보를 창출해낸 최초의 원형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다른 여신들이 그렇듯 인안나가 바로 금성을 상징하는 최초의 원형이죠.
그런데 인안나가 금성을 상징하는 이유가 특별합니다.
그저 금성을 아프로디테나 비너스, 프레이야로만 봤을 때는
새벽이나 초저녁에 찬란하게 빛나는 금성의 아름다운 광채 때문에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들이 금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인안나가 금성을 상징하는 이유는 바로 인안나의 저승 여행 때문입니다.
초저녁에 찬란하게 빛나다가 지구 반대편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가
이른 아침에 다시 찬란하게 떠오르는 금성의 모습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저승에 갔다가 다시 화려한 복장으로 살아나온 인안나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죠.
정말 멋지지 않나요???
금성이 유독 가스와 열기로 가득한 행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그 당시
금성을 저승 여행과 연결시켰다는 점은 더더욱 인상적입니다.
요즘 해가 뜨기 바로 전 금성이 정말 아름답게 동쪽 하늘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성을 바라보며
철없는 여인에서 복수의 여인으로 성장한 6천년 전의 여인 인안나를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단, 뭔가 캥기는 일을 한 남성분들은 보지 마셔요.
대신 저승으로 끌려가는 수가 있습니다. ^^;;;
하기 링크는 태양계의 아름다운 행성 금성 여행 안내기입니다.
이 기회에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지옥의 열기를 가득 품은 금성 여행 한 번 해 보시와요. ^^
태양계 7대 비경 - 5. 금성의 찬란한 광채와 용암예술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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