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8. 22:44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1. 중력파의 탐지
올해 매달 한 번씩 월간 천문뉴스 브리핑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나서 첫 번째 소식이 태양계 아홉번째 행성 발견 뉴스였습니다.
두 번째 월간 뉴스 브리핑을 쓸 때가 되니 중력파 탐지 뉴스가 뜨네요. 대박!!!
아마 올해 안에 태양계에서 외계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 브리핑을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
한국시간 2016년 2월 12일 0시30분 중력파가 직접 탐지되었다는 라이고 과학협력단의 발표가 있은 후, 국제 과학계 뉴스는 아직도 이 중력파가 남기고 간 여진에 의해 들끓고 있습니다.
공식 발표문에 한국어 버전도 포함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https://www.ligo.caltech.edu/system/media_files/binaries/293/original/Press_Release_Korean.pdf?1455063294
이미 국내외 유명 과학자 및 저널리스트들의 평가와 해설, 보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뉴스 보도와 관련하여 제가 따로 여기 간추릴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뉴스를 접하고 제가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관측기(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의 원리가 정말 단순하더군요.
그러고보면 천재적인 아이디어는 단순함으로 구현 되는게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사진 1> 라이고 핸포드 천문대 (미국 워싱턴 주) 전경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16
출처 : http://scienceon.hani.co.kr/367176
그런데 도식을 보다보니 궁금한 게 하나 생겼습니다.
결국 도식을 보면 저 기다란 진공 튜브관이 시공간의 잔물결에 따라 휘어지지만 빛은 휘지 않으면서 시공간의 미세한 휘어짐을 잡아냈다는 건데, 빛은 왜 시공간의 잔물결을 따라 휘지 않는 건가요?
빛은 시공간의 휘어짐과 상관없이 항상 직진하는 건가요?
아니면, 빛도 시공간이 휘면서 같이 휘어지긴 하지만 워낙 속도가 빠르고 운동량이 커서 라이고의 진공튜브가 휘어진 정도보다 훨씬 덜 (무시해도 될 정도로만) 휘는 건가요?
아시는 분 설명 좀...ㅡㅡ;;;
참고 :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라이고 협력단 소속 천문학자 분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력파의 영향으로 인해 4Km 거리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차이가 발생하며 이를 통해 중력파를 포착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둘째. 무시무시한 숫자들
다음 동영상은 두 개 블랙홀이 충돌하여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는 3분의 1초간 발생한 사건을 무려 35초로 늘린 동영상입니다.
Simulation Credit: Simulating eXtreme Spacetimes Project
동영상1>
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60212.html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24
이번에 감지된 중력파 GW150914 를 만들어낸 블랙홀들은 무려 13억 광년 거리에 있는 블랙홀이며, 각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였고, 충돌 결과 합쳐진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62배이며 남는 3개 태양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어 중력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더군요. 헥헥...
그런데 태양 3개 질량이 만들어낸 에너지가 E=mc² 이라는 공식에 의해서 계산해보면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나오는 모든 빛 에너지의 50배라고 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 이처럼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만들어낸 중력파가 13억 년을 가로질러와 지구에서 포착될 때 시공간이 요동친 정도, 즉 라이고의 진공튜브에 일으킨 변화의 정도는 4×10의 마이너스 16㎠, 즉 4㎞ 막대기의 1경분의 4㎝가량이었다고 합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오정근 박사께서 "지구에서 6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단에 사는 한 외계인의 머리칼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구에서 감지한 것"으로 비유하셨다고 하네요.
(기사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597637&sid1=001&lfrom=facebook)
(과학자 분들은 모두 비유에 통달한 시인들이신것 같습니다. ^^)
사진 2> 블랙홀의 충돌과 라이고가 감지한 시공간의 요동 그래프
출처 : http://apod.nasa.gov/apod/ap160211.html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23
셋째. 아름다운 중력파.
자료를 간추리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사이트들을 돌아봤는데 중력파를 가장 아름답고도 현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유럽 우주국에서 찾았습니다.
한 번 감상해 보시와요.
사진 3> 중력파 출처 : http://www.esa.int/spaceinimages/Images/2016/02/Gravitational_waves
넷째. 또 하나의 무시무시한 숫자.
라이고 과학 협력단의 발표문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말이 있더군요.
“1992 년에 라이고 사업이 처음 승인되었을 때만해도,
라이고는 미국 과학 재단이 추진해온 사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정 지원 사업이었다.
라이고는 위험성이 큰 사업이었다.
그러나, 미국 과학 재단은 그러한 위험성을 감수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기초 과학이나 공학 연구를 지원할 때는,
발견을 위한 구체적인 진행과정이 어떻게 될지 알기 힘든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선구적인 연구를 지원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지식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 2016년 2월 11일 라이고 과학협력단 발표문 중 -
그래서 미국이 지식발전을 선도하며 세계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라이고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지 찾아봤는데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누적해서 무려 1조원이라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말이에요!!!
강바닥에 라이고가 무려 마흔 개가 넘게 있잖아요!!!
2. 미리내가 부글부글 끓는걸까? - 스미스 구름
사진 4> 스미스 구름
출처 : 국립 전파 천문대(National Radio Austronomy Observatory) Press Release 2016년 1월 28일자
https://public.nrao.edu/news/pressreleases/smith-hubble-2016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498
스미스 구름이라는 이름의 이 구름은 미리내 외곽에서 시속 112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주파하고 있는 구름입니다.
1960년대 초반 천문학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게일 스미스(Gail Smith)에 의해서 발견된 이 구름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소로부터 복사되는 전파를 통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요.
실제 이 구름은 길이가 11,000 광년, 폭은 2,500 광년으로서 만약 이 구름을 볼 수 있었다면 밤하늘에서 보름달의 30배에 달하는 폭을 덮고 있는 거대한 구름으로서 보였을 거라고 합니다.
이번 뉴스가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스미스 구름의 성분 분석을 통해 이 구름이 7천만년 전 미리내 외곽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게 증명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3천만년 후 다시 미리내 원반으로 추락하게 될 거라고 하는데요.
이 때가 되면 2백만개의 태양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가스가 유입되면서 추락 지점에서 폭발적으로 별들이 생성될 거라고 합니다.
즉 스미스 구름은 미리내에서 뚝 떼어져 나가 다시 떨어지는 1억 년의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미리내에서 어떻게 이렇게 가스 구름이 뚝 떨어져 나간 걸까요?
언제 한 번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열받을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스미스 구름이 미리내로부터 떼어져 나갔는지는 암흑물질 덩어리가 미리내 원반을 통과할 때 쓸려간 가스일 것이라는 가정만 있을 뿐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합니다.
어쨌든 3천 만년 후의 별지기들은 좋겠습니다.
하늘에 가득 들어찬 별들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3. 또 하나의 타투인
영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인 타투인 행성은 태양이 2개 떠 있는 행성의 대명사가 된 행성입니다.
그래서 이중별 주변에서 원시 행성원반이 발견된다거나 외계 행성이 발견되면 늘상 타투인이 발견되었다는 말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죠.
좀 식상하긴 하지만 이에 질새라 저도 타투인 하나 들고 와 봤습니다.
사진 5> ALMA가 촬영한 HD 142527 이중별계
가운데 두 개 점이 현재 두 개 별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출처 : 미국 국립 전파 천문대(National Radio Austronomy Observatory) Press Release 2016년 2월 13일자
https://public.nrao.edu/news/pressreleases/binary-star-disk
한국어 설명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33
HD 142527 는 450 광년 떨어진 이중별입니다.
우주에 대부분의 별들이 이중별 또는 다중별을 이루고 있음에 반해 지금까지 확정된 외계행성 1,941개 중 다중별을 이고 있는 행성은 2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과연 두 개 이상의 태양을 이고 선 행성이 안정적인 공전 궤도를 유지하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ALMA를 이용하여 획득한 관측 증거에 따르면 놀랍도록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군요.
정말 그럴까요?
한편 HD 142527의 원시행성 원반에서는 가스가 텅 비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 5의 붉은 색 부분)
과학자들은 가스가 얼어 먼지 알갱이 주위에 달라 붙었기 때문에 가스가 없는 것일거라고 추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아마도 행성 형성을 촉진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는군요.
별지기로서 저는 이중별을 이고 선 행성은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것 같아 별루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행은 얼마든지 가줄 수 있을 것 같네요. ^^
4. 기타 주목할만한 뉴스들
4-1. 로제타 호의 착륙선 필레의 영면.
사진 6>2014년 11월 12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으로 하강하는 필레 착륙선의 모습
출처 : ESA SPACE SIENCE 2016년 2월 12일 News
http://www.esa.int/Our_Activities/Space_Science/Rosetta/Rosetta_s_lander_faces_eternal_hibernation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26
2014년 최대 천문 뉴스 중 하나는 유럽우주국(ESA)이 띄운 로제타 호가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을 따라잡아 이 혜성위에 필레라는 이름의 착륙선까지 앉혔다는 뉴스였습니다.
착륙 과정에서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고, 결국 정확히 어느 지점에 착륙한 것인지를 확정하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필레 착륙선은 이미 예정된 탐사의 80%를 소화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필레는 2015년 7월 9일 교신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아무런 교신이 없는 상태이고 유럽 우주국은 2016년 2월 12일 필레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하였습니다.
4-2. 도마뱀자리 BL 은하(BL Lacertae)의 블랙홀 제트
사진 7> 전파를 이용하여 최고해상도로 촬영된 도마뱀자리 BL 은하(BL Lacertae)의 블랙홀 제트
제트의 길이가 태양에서 오르트 구름까지 그러니까 대략 1.6광년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 이 정도는 블랙홀 제트로서는 어디 내놓을만한 길이는 못 됩니다.
이 뉴스는 그냥 전파 위성을 이용하여 10만 8백 킬로미터의 기선을 통해 전파로서는 최대의 해상도로 블랙홀 제트를 촬영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는 뉴스인 것 같습니다 .
출처 : 국립 전파 천문대(National Radio Austronomy Observatory) Press Release 2016년 1월 26일자
https://public.nrao.edu/news/pressreleases/bllac-resolution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495
4-3. 슈퍼지구 게자리 55e의 대기 분석
그림 2> 외계행성 게자리 55e는 40광년이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성이기 때문에 발견부터 다양한 연구 진행 과정이 자주 보도되는 외계행성 중 하나입니다.
또한 질량과 반경으로 계산된 행성의 밀도가 탄소를 풍부히 품을 것으로 예상되어 다이아몬드 행성이 아니냐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행성이기도 하죠.
이 뉴스는 이번에 허블 우주망원경에 의해 슈퍼지구급 행성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성분이 분석되었다는 뉴스입니다.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별로 가고 싶진 않은 곳이에요. ^^
출처 : 유럽우주국(ESA) 허블 2016년 2월 16일 발표 뉴스
http://www.spacetelescope.org/news/heic1603/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32
4-4. B3 0727+409 : 110억년 전의 블랙홀 제트
사진 8> 우주의 나이가 현재 대비 5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존재했던 블랙홀 제트 B3 0727+409가 X선으로 감지되었습니다.
대개 이처럼 머나먼 거리에 있는 제트는 우선 라디오파에서 먼저 관측이 되고 나서 고에너지 복사를 탐사하기 위한 X선 관측이 후속으로 진행되는 것이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블랙홀 제트는 라디오파에서는 전혀 감지되지 않다가 X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 NASA CHANDRA X-RAY Observatory Photo Album 2016년 2월 16일
http://chandra.harvard.edu/photo/2016/b30727/
한국어 설명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8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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