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9. 22:36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2017년의 여름이 저물어가던 지난 8월 마지막 주,
이런 저런 일로 쪼개쓴 여름 휴가의 마지막 하루를 내어 경남 산청 황매산에 다녀왔습니다.
황매산은 지난 7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3급 천문지도사 연수때 처음으로 가본 곳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하늘과 아름다운 풍광, 또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별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가슴 가득 즐거운 추억을 안고 왔더랬죠.
( 참고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9168 )
여름을 좋아하는 저는 저물어가는 2017년 여름시즌을 떠나보내는데
황매산만큼 제격인 곳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때마침 별지기의 황금월령에 중부보다는 남부의 일기예보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지난 7월에 두고온 마음 한켠을 추스리고 와 올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2017년 8월 25일, 황매산을 찾아갔습니다.
사진 1> 밤이 내리는 시간 그리고 별님들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시간.
하나의 우주가 저물어가고 또 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시간.
늘 그 순간을 겸손하게 맞을 수 있는 별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남쪽 하늘이 탁 트여 있는 황매산은 미리내를 알현드리는데 너무나 적합한 장소인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미 황매산에서 촬영한 멋진 미리내 사진들이 많이 돌고 있죠.
아직 그만한 재주를 갖추진 못한 제가 원망스럽지만
그저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은하수를 담아 보았습니다.
사진 2> 미리내.
이제 9월 보름이 지나면 미리내도 점점 고도를 낮춰갈 겁니다.
황매산을 미리 알았더라면 미리내가 떠오르는 봄철부터 황매산만 찾아다녔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내년의 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사진 3> 85밀리로 바라본 미리내 1.
사진 4> 85밀리로 바라본 미리내 2.
사진 5> 메시에의 샘.
제가 메시에의 샘이라고 이름 붙인 미리내 중심부입니다.
85밀리 한 컷에 가장 많은 메시에 목록을 생생히 담아낼 수 있는 지역이죠.
사진 6> 별들이 퐁퐁 솟아오르는 황매산 동쪽 하늘.
당시 제가 관측을 했던 곳은 차황면 쪽에서 올라간 대형차 주차장이었습니다.
사진 왼쪽에 소형차 주차장의 빛무리가 뿌옇게 올라옵니다.
그곳엔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죠.
이런 저런 관측지를 갈 때마다 항상 아쉬운 부분이 화장실을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서 별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래도 여자분들이 오시기에는 껄끄러운 장소가 되어버리죠.
몇 사람의 전문적인 별보기 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별보기 문화에 동참하는 것을 표방하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이 문제는 항상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남쪽에는 이곳 황매산도 그렇고 지리산 정령치도 그렇고
별보기 좋으면서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는 곳들이 적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강원도 쪽인데요.
저 같은 서울 경기권 별지기들이 아무래도 자주 가게 되는 강원도 쪽에서는 아직 이만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다못해 서울 인근에 별지기들이 많이 찾는 강화도 강서중학교도 화장실은 오픈하지 않죠.
이 문제는 계속 고민하고 언젠가는 꼭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7> 북쪽 왕관자리
별똥별 하나가 북쪽 왕관자리를 장식해 주고 있습니다.
황매산은 경북 영양에서 맞은 페르세우스 유성우 때를 제외하고 한 밤 동안 가장 많이, 가장 아름다운 별똥별들을 보여준 곳입니다.
이 날도 예외 없이 별똥별들이 나타나 한 밤의 하늘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사진 8> 거문고자리
언제봐도 너무너무 찬란하기만 한 베가.
사진 9> 도마뱀자리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만든 별자리인 도마뱀자리.
인상적인 표지를 가진 별지도 피르마멘뚬 소비에스치아눔에 등장하는 도마뱀 그림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어디가서 별자리 이야기 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짚고 넘어가는 부분인데 별자리 사진을 이제서야 담았습니다.
사진 10> 깜찍한 삼각형 자리
아름다운 은하 M33을 거느리고 있어 거대한 별자리 안드로메다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멋진 별자리.
사진 11> 안드로메다.
하지만, 안드로메다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언제나 늘 가을이 아름다운 건 안드로메다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합니다.
제 망원경 첫눈이는 바로 이날 안드로메다를 알현하려고 데려갔습니다. ^^
사진 12> 케페우스
내겐 항상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는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별자리.
사진 13> 너무나 아쉬운 사진....
황소자리를 담을 때 별똥별 하나가 멋지게 품에 담겼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주변 별상이 완전히 깨지면서 어디 올리지 못할 사진이 되었습니다.
항상 그런것 같습니다.
하늘은 항상 이렇게 선물을 내려주는데 제가 못받고 말죠...ㅜㅜ;;;
아쉬운 마음에 무보정 원판 사진이나마 이렇게 올립니다.
새벽 3시가 넘어가자 적도의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별상들이 못 봐줄 정도로 깨지기 시작했죠.
제가 별지기가 되면서 느낀것 중 하나가 돌아가거나 질러가는 건 없다는 것입니다.
장비가 문제가 있으면 즉시 그 자리에서 다 풀어헤쳐서 처음부터 다시 세팅을 하는게
짧게 흘러가버리는 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죠.
하지만 이날은 무려 3번이나 세팅을 반복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음을 접고 망원경을 이용하여 이런저런 대상을 만나가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사진 14> 떠오르는 금성.
제맘대로 정한 제 수호여신은 수메르 여신 인안나입니다.
그녀는 금성을 상징하는 여신이죠.
사진 15> 새벽 하늘을 압도하며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만큼 환상적인 건 이세상에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16> 관측지에서 맞는 새벽.
관측지에서 새벽을 맞는 것만큼 가슴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요?
별을 만나러 항상 함께 다니는 아이들과 기념샷 한장 남겼습니다.
사진 17> 아침을 맞는 황매산 풍경.
별지기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그 어디를 가도 더 이상 멀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별지기들이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 경남 산청은 벌써 네 번째 방문하네요.
이곳은 아마 앞으로는 더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놓고간 마음 한 켠을 챙겨오겠노라고 갔는데
어느덧 마음을 통째로 이곳에 맡겨버리고 말았으니까요.
'1. 별과 하늘의 이야기 > 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0) | 2017.10.04 |
---|---|
별지기 5. (0) | 2017.09.25 |
낙산공원 별일주. (0) | 2017.09.04 |
2017 페르세우스별비 원정기 - 시공간이 주는 선물 (0) | 2017.08.15 |
부분월식 - 2017년 8월 8일 (0) | 2017.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