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의 정수 - 이대암 선생님 강연 후기

2019. 3. 28. 22:02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사진 1> 대암 선생님께서 2009년 3월 27일 촬영하신 C/2009 F6 혜성 사진

         이 혜성은 Yi-SWAN 혜성으로 명명되었습니다. 

         Yi는 이대암 선생님의 성이며 SWAN은 며칠 후 이 혜성을 촬영한 Solar Wind ANisotropy 위성의 약자입니다. 

 

IAU로부터 한국인의 혜성발견이 처음으로 인정된 것이 10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한국인이 그 혜성을 발견한 날이 2009년 3월 27일이라고 하구요. 
그래서 2018년 3월 27일은 IAU로부터 인정된 그 한국인이 그 혜성을 발견한지 꼭 1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 뜻깊은 날, 바로 그 한국인이신 이대암 선생님을 서울 천문 동호회(http://www.sac-club.co.kr/)가 주관한 10주년 기념 강연에서 만나뵈었습니다.





사진 2> 행사가 열린 경동고등학교는 제 직장에서 서울 정반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점심도 안먹고 쉬는 시간 없이 달려서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빡빡 채우고 평소보다 약간 일찍 퇴근한 결과 
          늦지 않게 강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 3> 이런 저런 행사를 준비해 본 경험에서 보자면 이런 소소한 안내장 하나하나가 다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강연은 자리에 참여한 분들이 저마다 짧은 인사를 나누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별경력 고작 6년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십년의 별경력을 가지신 대 선배님들과 같은 자리에 있는 것조차 영광이었구요.
한편 한 켠에 자리를 잡은 경동고등학교 천체물리부 학생들이 강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이대암 선생님의 강연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했습니다.


사진 4> 이대암 선생님의 강연 모습


1975년 접하신 천문학 책에서 이미 일본인들은 1919년부터 혜성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그 수가 31개에 육박(1975년 기준)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인으로서 처음 별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을 세우신 이야기,


입실론 160의 1호 주인공이 되신 이야기,


시골에 천문대를 세울 때의 일화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지치는 때도 많으셨고, 
애써 찾은 별이 혜성이 아니라고 판명되었을 때 느끼셨던 실망들도 많으셨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별을 찾아낸 그 때의 이야기와 
그 혜성이 선생님의 발견으로 인정받기까지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인상깊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인상깊고 부러웠던 것은 
이대암 선생님께서 여전히 꿈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모습에서 아마추어리즘의 정수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과연 아마추어라는 단어만큼 오용당하고 무시당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아마추어란 바로 어떤 일에 한없는 사랑과 식지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 몇 안되는 사람들만이 품을 수 있는 단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선생님의 강연 중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선생님의 혜성 발견이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5> 일본 동아천문학회에서 이대암 선생님의 혜성 발견을 기려 수여한 표창장.

        


사진 6> 에드가 윌슨 상. 

         미국 스미스소니언 천문대에서 수여한 상으로 이 상은 에드가 윌슨의 유언에 따라 아마추어 장비를 이용하여 혜성을 발견한 

         아마추어 천문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이제 대한민국에도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마추어리즘이 싹터 오르고 있습니다. 

꼭 혜성이나 새별의 발견이 아니어도 선생님의 뒤를 이어 아마추어 천문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기시는 분들이 계속 이어져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별을 쫓고 계시는 이대암 선생님의 열정이 그러한 희망을 돋구어 내는데 있어 가장 큰 군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 7> 영광스럽게도 이대암 선생님과 함께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

강연을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느라 함께 하신 분들과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서천동 홍두희 회장님께, 그리고 소중한 정보를 알려주신 정성훈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