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 16:10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별을 만나러 갈 때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집에서 관측 장비를 하나하나 챙겨서 차에 옮겨 싣는 일입니다.
이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 많은 짐들을 옮기려고
각종 장비들을 규격화된 가방 안에 수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격화된 가방에 넣기가 어려운 게 있으니 바로 삼각대입니다.
길이가 있다보니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때도 좌우를 잘 맞춰 움직여야 하죠.
사진1>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삼각대
하나는 적도의용, 하나는 경위대용입니다.
집안에서도 삼각대는 어딘가 삐죽 튀어나와 가지런한 정돈을 방해하는 장비입니다.
그러다보니 삼각대는 결국 항상 차 트렁크의 한켠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마만큼 연비를 갉아먹는 장비가 되었죠.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관측과 촬영 횟수가 증가할수록 삼각대만큼 중요한 장비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되죠.
그와 함께 삼각대는 두껍고 묵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포토클램에서 출시된 천체용 삼각대를 처음 접했을 때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었습니다.
사진 2> 삼각대 무게 비교
적도의 삼각대(왼쪽)의 무게는 6.9킬로, 경위대 삼각대(오른쪽)의 무게는 5.1킬로입니다.
반면 천체용 삼각대(가운데)의 무게는 3.4킬로입니다.
천체용 삼각대 무게에는 EQ6 적도의용 어뎁터가 포함된 수치입니다.
반면 적도의 삼각대나 경위대 삼각대에는 삼각대를 고정하는 아이피스 홀더나 본체 체결 나사를 제외한 수치입니다.
순수 천체용 삼각대 자체 무게는 2.5킬로입니다.
손가락으로 쓱 들어올릴 수 있는 수준이죠.
삼각대의 무게가 말그대로 드라마틱하게 줄어드는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가대의 전반적인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죠.
과연 가대와 망원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 우려가 드는 부분이었죠.
사진 3> 포토클램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천체용 삼각대의 일반 스펙
사진 4> 오늘 삼각대에 올려볼 경위대들.
언제 이렇게 많은 경위대를 모았나 싶네요..제가 경위대 욕심이 좀 있습니다. ^^
이제 가대를 올려보겠습니다.
우선 경위대입니다.
여기 블로그에 시연으로 올려볼 경위대는 노남석 선생님과 정남택 선생님께서 함께 개발하신 2세대 노스 경위대입니다.
최신 라인업에 비해 크기나 부속품이 훨씬 많은 경위대죠.(사진 4 가운데 보라색 경위대)
사진 5> 천체용 삼각대 허브에는 다양한 유형의 어뎁터나 하프피어를 고려하여 여러 개의 나사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미끄럼 방지를 위한 마찰밴드도 붙어 있습니다.
정중앙 나사구멍에는 삼각대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8인치 나사를 채결할 수 있습니다.
사진 6> 하프피어가 채결된 모습
사진 7> 경위대를 체결한 모습
사진 8> 제 첫번째 완소망원경 '첫눈이'를 올린 모습입니다.
셀레스트론 C11입니다.
접안부나 파인더 등 일체 추가 부속을 달지 않은 상태에서 무게는 12.1킬로그램입니다.
사진 9> 경위대의 모든 부품을 체결한 모습입니다.
사진 10> 전체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오른쪽으로 확 넘어갈듯하게 보이네요.
사진 10>에서 삼각대 다리는 25도만 펼친 상태입니다.
포토클램 천체용 삼각대는 다리가 25도와 40도 두 단계로 펼쳐지죠.
원래 사용하던 경위대용 삼각대가 제게 맞는 높이에서 펼쳤을 때 삼각대 다리 한 변의 폭이 108센티미터입니다.
반면 사진 10>에서 삼각대 다리 한 변의 폭은 85센티미터입니다.
삼각대 다리를 40도로 벌리면 그 폭은 123센티미터까지 벌어지죠.
다리가 벌어질 수 있는 폭으로만 봤을 때 안정성은 천체용 삼각대가 결코 뒤쳐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건 시험용 설치이니 25도만 펼친 상태에서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동영상 1> 망원경 흔들어보기
다리를 25도만 벌린 상태에서 망원경을 흔들어 본 모습입니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적도의를 설치해 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적도의는 스카이와처의 NEQ6 PRO 적도의입니다.
사진 11> NEQ6 PRO는 적도의 무게만 16.5킬로입니다.
여기에 망원경 12.1킬로,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무게추가 15킬로가 올라갑니다.
즉 삼각대 위에 43.6킬로그램이 올라가야 하죠.
그래서 어뎁터부터 사용해야 할 나사가 많습니다.
사진 12> 어뎁터를 체결한 모습입니다.
참고로 어뎁터는 천체용 삼각대 런칭 당시 노남석 선생님께서 제작해 주신 것으로서
포토클램에서 판매하는 장비는 아닙니다.
사진 13, 14> 적도의와 망원경이 올라간 모습...뭐지...젠가 게임이 진행중인듯한 이 느낌은...
동영상 2> 적도의 위에서도 망원경을 흔들어보았습니다.
조금 흔들 때는 진동이 없었지만 두 번째로 크게 흔들었을 때는 확실히 한 번 출렁거리긴 하더군요.
적도의의 경우 제가 주로 사용하는 높이에서 기존 삼각대 다리가 최대로 벌어졌을 때 폭은 한 변이 94센티미터입니다.
동일 높이에서 천문용 삼각대 다리가 형성하는 한 변의 폭은 95센티이니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사진 15> 무게추를 체결한 모습입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무게추를 체결하니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진 16> Synscan을 연결한 후 적도의를 구동했을 때 삼각대에서 아무런 진동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필드에서 실제 운용을 해도 기존 삼각대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진 17> 비록 아이피스 홀더는 없어졌지만 이렇게 어뎁터 사이에 Synscan을 쏙 넣어두면 될 것 같습니다.
노남석 선생님이나 정남택 선생님께서 미리 계산을 하시고 디자인 하신 걸까요? ^^
사진 18> 지난 1월, 아홉사리재 관측 나갔을 때 촬영한 사진입니다.
포토클램 천체용 삼각대에 경위대를 체결하고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삼각대와 달라진 점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된 관측을 진행했고
다리가 얇다보니 오히려 의자를 더 깊숙히 집어넣을 수 있어 망원경에 꼭 붙은채로 만족스러운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포토클램 천체용 삼각대를 들이고나서 아직까지 많은 관측 경험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적도의를 이용한 필드테스트도 아직은 진행하지 않았구요.
특히 포토클램 삼각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QS 락킹 시스템(삼각대 다리 연장 부위 체결부)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확인하기가 어렵죠.
또한 미세한 진동마저도 큰 도전이 되는 가이드 촬영에서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역시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만
저는 가이드 촬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가이드 촬영을 하시는 누군가의 검증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저로서는 이 삼각대에 대만족인 상태입니다.
이미 제 자동차 트렁크 한 켠을 크게 차지하고 있던 삼각대들은 빠진지 오래입니다.
관측을 나갈때 어깨에 가볍게 짊어지는 자그만 가방 하나로 삼각대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죠.
사진 19> 단 한 큐에 끝내는 삼각대
삼각대 빠지고 남은 트렁크 공간에 경위대와 적도의를 함께 싣고 그때그때 맘가는 대로 꺼내서 관측할까 합니다. ^^
포토클램이라는 회사는 볼헤드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별세계에 입문하고 스카이트래커를 가지고 다닐 때 지긋지긋하게 저를 괴롭히던 카메라 고정 문제가 포토클램 볼헤드를 구입한 후 깨끗하게 해결되었죠.
좀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천체용 삼각대 역시 저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것 같습니다.
열악한 대한민국 천문시장에서 멋진 시도를 해주신 포토클램 관계자분들께,
그리고 이 멋진 삼각대가 출시될 때까지 애써주신 노남석 선생님과 정남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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