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만난 하늘 이야기

1. 첫 보름 2018년 1월 3일

   2018년 첫 보름은 해보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새벽에 일이 끝났는데 설악산 너머로 지는 달을 담고 싶어 속초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별지기가 되기 전 속초는 일출을 만나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별지기가 되고 많은 것이 달라졌죠. 

   새해에 만난 첫 달도 그 변화 중 하나입니다. 

2. 첫관측. 2018년 1월 6일

   2018년 첫 관측을 아홉사리재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눈이 많이 쌓여 관측지 입구까지 차가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차는 세워두고 몸만 올라가 첫 관측을 했는데요. 

   그냥 맨몸으로 만나는 하늘은 참 좋았습니다.

   제대로 된 첫 관측을 하는 것 같았죠.  

   하지만 귀가한 후에는 제설 민원도 넣었구요. 

   지금 아홉사리재는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3. 또 첫 관측. 2018년 1월 13일. 

   관측지 입구 도로까지 깔끔하게 제설된 아홉사리재에 또 첫 관측 갔습니다. 

   겨울의 밤하늘은 경이롭습니다. 

   땅에 눈이 가득 쌓여 있고,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저 멀리 영겁의 공간에 눈송이가 알알이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4. 꽃달 피어오르다. 2018년 1월 31일. 

   2018년 두 번째 보름에는 개기월식이 있었습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앞 노을공원에서 개기월식을 관측했습니다. 

   노을공원에는 멋진 조형물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조형물을 이용한 촬영을 해 봤습니다.

   

   

5. 프리 메시에마라톤. 2018년 2월 10일.

   메시에마라톤이 열리기 한 달 전. 

   경남 산청 황매산에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2급 연수생 분들과 프리 메시에마라톤을 함께 했습니다.

   비록 바람은 강하게 불었지만 내내 흐리던 하늘이 반짝 열리며 별지기들을 맞아주었습니다. 

   관측을 마치자 다시 하늘이 닫히고 눈이 내리는 기적과 같은 시간들이 연출됐죠.     

   마치 우리와 미처 함께 하지 못한 별들이 눈이 되어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6. 정월대보름. 3월 2일.

   아는 사람만 안다는 원주회촌마을 정월대보름 축제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지 않았으면서도 강원도 무형문화재 18호 매지농악을 비롯하여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축제 중 하나입니다.

   내년에도 꼭 또 가볼라고요. ^^

   

7. 안양천. 3월 6일.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었지만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늘은 깨끗했고, 퇴근길 안양천에 비친 별빛이 무척 아름다왔습니다. 

   순간 달님이 안양천에 아로새겨지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 듯 하여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안양천 뱀쇠다리에서 밤새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아침에 바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즐거운 일을 하고 나간 출근길이라서 그런지 회사 업무도 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2018년 1/4분기는 달님과 무척 친하게 보낸 시절인것 같습니다.

8. 맹동산, 3월 10일. 

   풍력발전기가 줄지어선 경북 영덕 맹동산 풍경이 제법 멋지게 나와줄 것 같아 맹동산을 향했습니다. 

   남도 땅에서는 흐드러지게 핀 매화 소식이 들려왔지만 맹동산은 여전히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가득했습니다. 

   풍경은 참~ 멋졌습니다. 해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풍력발전소가 있는 곳에는 별사진 찍으러 더 이상 안 갈 겁니다. ^^;

   

9. 2018 메시에마라톤, 3월 21일. 

   

   별지기들의 축제, 메시에마라톤이 3월 21일 경남 산청 별아띠천문대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저는 메시에마라톤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은 함께 하셨던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2급 9기 동기 윤부연 선생님의 옆지기께서 찍어주신 것입니다.

   2급 9기 동기들끼리 메시에마라톤 기념으로 기수복을 맞춰 입었습니다.

   2급 9기의 상징 천체는 M45 플레이아데스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별보는 일은 참 즐거운것 같습니다.

   메시에마라톤처럼 관측에 집중하는 모임은 더더욱 그렇죠. 

   멋진 행사 마련해 주신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에 다시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10. 아홉사리재 관측, 4월 7일. 

    거리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던 때, 

    남쪽하늘에서 목성이 찬란한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흐려 관측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만, 

    간혹 이렇게 예보와는 상관없이 하늘이 열리고 찬란한 하늘이 선물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한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강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따뜻한 서울. 

    하룻밤 사이에 겨울에서 봄으로 여행을 즐긴 날이기도 했습니다. 

   

   

11. 세월호 4주기. 4월 16일.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동거차도에 갔습니다. 

    사회 곳곳에 추모 분위기는 가득했지만 이미 세월호가 인양되어 목포신항으로 옮겨간 상태였기 때문에 동거차도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애타는 유가족들의 마지막 거처였던 세월호 감시탑만이 동거차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4월의 동거차도에는 햇살이 가득했고, 삶의 터전을 일구는 동거차도 주민들의 부지런한 손길이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찬란한 미리내가 세월호 인양 감시탑의 폐허를 감싸주었습니다. 

    (참고 :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9월 3일 세월호 인양 감시탑을 철거하였습니다.)

    

12. 설악산 울산바위 미리내 도전. 5월 19일. 

    올해는 설악산 성인대에서 울산바위를 남쪽으로 내려다보며 미리내 풍경을 담아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3월 31일 현지 답사를 시작하였고 5월 19일은 그 첫 출사를 나선 날입니다. 

    이런저런 시행 착오가 있었지만 일단 문안한 수준의 사진 촬영은 가능했습니다. 

    

13. 울산바위 미리내 두 번째 도전. 6월 23일. 

    사실 울산바위 미리내는 저희 별지기들보다는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찾는 대상입니다. 

    사진가 분들도 달이 떴을 때는 미리내 사진을 찍는 게 어렵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이 분들이 찾아오지 않는 날, 

    그러니까 달이 새벽이 지는 때로 날짜를 잡아 두 번째 성인대 미리내 촬영에 도전했습니다. 

    바램대로 사람은 없었지만 그 대신 어마어마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바위틈에 숨어 달이 지기만을 바라며 촬영한 것입니다. 

    이 날 밤새 강풍에 시달리고 목표한 사진도 찍지 못했습니다. 

    등산화까지 밑창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새벽에 거지꼴을 하고 간신히 하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로서는 미리내 촬영 준비에 미진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죠. 

14. 울산바위 미리내 세번째 도전. 7월 14일.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인터넷에 보면 울산바위 미리내를 촬영한 사진은 넘쳐납니다.

    심지어 미시령 옛길에 자리잡은 울산바위 전망대에는 차를 이용하여 편하게 갈 수도 있고

    그 곳에서 촬영한 울산바위 미리내가 오히려 더 화각이 좋게 나오기 때문에 

    구태여 울산바위 미리내를 찍기 위해 성인대에까지 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만의 앵글로 울산바위 미리내를 담아내고 싶었고 세 번째 도전끝에 드디어 나만의 앵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를 들고 하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제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15. 페르세우스 별비 여행. 8월 12일~15일.

    한여름의 천상 축제, 페르세우스 별비 시즌에 여름 휴가를 맞춰 여행을 떠났습니다. 

    설악산 - 지리산 - 황매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짜고 이에 맞춰 밤하늘을 즐겼습니다. 

    한여름 밤의 관측은 우선 추위 걱정이 전혀 없고, 미리내를 맘껏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짧은 밤 때문에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3박 4일이라는 시간도 전혀 길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생각해봐도 아련한 기억만 가득합니다. 

    

16. 용자리 별비, 할아버지를 찾아서, 10월 8일.

    용자리 별비 극대기가 10월 9일 휴일을 끼고 있어 8월에 찾았던 지리산 와운마을 천년송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사실 별비를 맞을 생각은 그닥 없었고, 와운 마을의 그 유명한 천년송 두 그루(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 중 

    할아버지 소나무의 모습을 밤하늘과 함께 잡아볼 생각에 갔습니다.

    지난 8월 촬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이때 할아버지의 늠름한 모습을 담긴 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앵글이라는 불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17. 겨울 관측의 시작. 10월 12일.

    지난 겨울까지 저의 주 관측지는 아홉사리재였습니다. 

    아홉사리재는 지금도 훌륭한 관측지이긴 하지만, 화장실이 있고 몸녹일 공간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같이 별볼만한 곳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아홉사리재 인근에서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펜션을 찾았고 올 겨울은 이곳에서 관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언제든 별고픈 분들은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

    

18. 학생천체관측대회. 11월 3일.

    저로서는 세 번째 학생천체관측대회에 세 번째 촬영담당자로 참가했습니다. 

    하늘의 별친구들을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19. 양눈호강. 11월 30일. 

    은다 선생님께서 관측을 나가신다길래 눈동냥이나 할 겸 제 보물 중 하나인 아이피스 가방만 달랑 들고 아홉사리재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여러 쌍보세 회원님들께서 노남석 선생님표 쌍안경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아이피스가 하나씩만 있는 제 아이피스 가방이 무력화 되는 순간이었고, 

    한 눈이 아닌 양 눈 모두 제대로 눈호강을 한, 멋진 날이 되었습니다. 

    

    

20. 송년 관측. 12월 7일.

    2018년의 송년 관측을 아홉사리재 인근 펜션으로 갔습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최성욱 선생님이 오셔서 송년 관측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올해 첫 관측은 저 혼자였는데, 송년 관측은 함께 해주시는 분이 생겼으니 무려 100% 발전을 한 셈입니다. ^^

21. 쌍둥이자리 별비. 12월 14일. 

    1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쌍둥이자리 별비를 올해 인연 맺은 와운마을 할아버지 소나무 아래에서 맞았습니다. 

    이른 저녁부터 쏟아져내리는 별비에 말 그대로 환상의 밤을 보내고 온 것 같습니다. 

    밤하늘 찬란한 별빛처럼 즐거운 일이 가득한 2019년 맞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아래 동영상은 2018년 제가 알현드린 하늘의 모습을 간추려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