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를 찾아서1. 별자리가 형태와는 아무상관이 없을까?

2022. 11. 14. 22:252. 별자리 이야기/별자리 이야기

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별자리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사께서 '별자리는 형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 별자리 중 상당수는 실제 그 형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큰곰자리나 사자자리는 정말 곰이나 사자처럼 보였고,
오리온자리나 쌍둥이자리도 사람이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정말 그렇게 꼬리가 긴 곰이 어딨냐?라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형태'라는 게 꼭 디테일이 맞아야만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그림이 어떤 '형태'로 보이시나요?
저는 '사람 형태'로 보입니다. ^^

별들이 비례에 맞춰 늘어서 있어야만,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성하고 있어야만
'형태에 맞는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갖고 별자리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에
별자리가 '형태를 갖고 있다.'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았습니다.

바로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ἰ)라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였습니다.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란 '별자리에 속하는 별이지만 별자리의 형태를 구성하지 않는 별들'을 뜻합니다.

이 단어는 단어 자체의 의미보다
이 단어가 성립되려면 '별자리는 특정한 형태를 띠고 있다.'라는 명제가 먼저 성립되어야 쓸 수 있는 단어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집니다.

익히 잘 아시다시피 현대 천문학은 별자리를 영역의 개념으로 봅니다.
즉, 형태로서의 별자리가 아닌, 하늘을 측량하여 경계를 지은 개념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은 IAU 사이트에 게시되어 있는 '오리온 자리'를 나타내는 별지도입니다.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오리온자리는 '밝은 영역'입니다.
바로 위도와 경도로 구획된 특정 영역이죠.
눈에 띠는 별의 배열은 물론 별 사이에 그은 '초록색 선'도
현대 천문학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관심의 대상도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천문지도사님들이나 과학해설사 분들은 물론 심지어 천문학자들도

 '별자리는 형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인식이 별자리의 역사성을 무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항해 시대 이후 유럽의 탐험가와 모험가들, 천문학자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만들어진 남반구의 별자리들은 애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형태를 무시하고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고대부터 이미 존재하여 우리나라 위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은 명백하게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 라는 단어는 그 증거가 됩니다.

아모르포토이가 '별자리에 속하는 별들이지만, 별자리의 형태에는 참여하지 않는 별들'을 의미한다는 것은 반대로 어떤 별이 아모르포토이가 아니라면 그 별은 그 별자리의 형태를 구성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아모르포토이 외에도 별자리의 형태에 참여하지 않는 별들을 의미하는 단어는 아주 많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에는 '스포라데스(σποραδες)'라는 단어도 쓰였는데 이 단어의 원 뜻은 ‘흩뿌려진’이며 이 역시 별자리의 형태에 참여하지 않는 별을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리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로마에서도 동일한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엑스트라(extra), 인포르메스(informes), 디스페르사이(dispersae), 디세미나타이(disseminatae), 스파르실레스(sparsiles) 등의 라틴어 단어들은 모두 '별자리에는 속하지만 해당 별자리의 형태를 구성하지는 않는 별'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아라비아에서도 '알 하리즈 민 알 수라(Al H˙ᾱrij min Al Sūrah)'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이 역시 ‘형태에서 벗어나 있는 별들'을 의미하는 문장입니다.

별자리는 남반구의 하늘을 비롯해서 유럽인들이 무분별하게 난도질 하기 전까지는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형태와 상징과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유럽인들의 난도질 이전에 하늘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별자리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를 비롯한 북반구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면 그 때 보는 별자리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48개 별자리'에 해당할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형태를 상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해야 별자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