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를 알게 되다 - 그리스 비극 걸작선

2024. 1. 31. 20:064. 끄저기/끄저기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라고 한단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에 실린 비극은 각 작가 당 2~3편 정도로 분량이 많진 않았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도 원본 글로는 처음 봤다. 

 

줄거리로 따지면야 익히 아는 줄거리여서 그러려니 하고 봤다. 

물론 인상적인 묘사와 감정표현들이 군데군데 있었고

무엇보다도 TV나 사진으로 봐왔던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어떤 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졌을지를 미루어짐작할 수도 있었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짜임새가 숨막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게는 에우리피데스의 글 <메데이아>와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다른 작가와는 차별화된 느낌의 대사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당시로서는 주변인 일수밖에 없는 여인의 감정이 세세하게 묘사된다는 점과

종교에 대한 날카로운 냉소가 스며든 대사들이 등장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뭐지?  이 작가?

뭔가 멋진 분인 것 같은데?

 

그래서 평소에는 쳐다도 안보는 작가 소개를 봤다. 

작가 소개에 에우리피데스는 3대 비극 작가 중 가장 인기가 없는 분으로 소개되었다.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비판, 신과 신앙에 대한 회의, 전쟁의 비극을 주로 다룬 진보적 작가였기 때문이란다. 

 

역시!

에우리피데스는 멋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라는 작품의 말미에는 코러스의 목소리를 빌려 

자기 작품이 비극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게 해 달라는 탄원을 대사로 슬쩍 넣기도 했다. 

이 책에는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같은 표현이 에우리피데스의 다른 작품인 <오레스테스>와 <포이니케 여인들>에도 등장한단다. 

 

그 시도가 인간적이기도 해서 참 유쾌한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도 바로 A4용지에 그 문장을 그대로 프린팅해서 책상 옆에 걸었다.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승리의 여신이시여,

내 인생을 지켜주시고, 내게

늘 승리의 화관을 씌워주소서!

 

저도 제 소설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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