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북두칠성이라 부르는 자리별(Asterism)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마차자리(the Wagon)였습니다.
신아시리아 시대(기원전 10세기~7세기)의 별목록에는 '세 개 별이 끌채에 서 있는데, 밝은 별 하나가 가장 앞에, 나머지 두 개가 끌채에 나란히 서 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세 개 별은 물아핀(Mul-Apin)에서 각각 매어진 멍에자리(the Hitched Yoke)와 여우자리(the Fox), 암양자리(the Ewe)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별자리들의 배치와 기본 형태는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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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마차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그림 |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된 주요 운송 방법은 강이나 인공수로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길이 없었기 때문에 인력이나 가축을 이용한 육로 운송에는 한계가 있었죠.
짐승이 끄는 썰매는 신석기 시대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초적 형태는 탈곡에 쓰이는 것이었죠.
썰매를 끌어 바닥에 놓인 보리 줄기에서 낟알을 떼어내고 이삭에서 곡물을 분리해냈습니다.
이러한 기본 아이디에서 나중에는 지배층이 타고 다니는 썰매가 나왔습니다. (그림 2)
그리고 기원전 4천 년 대를 지나오면서 바퀴가 발명되고, 네 개 바퀴를 단 수레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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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지배층이 타고 다니는 썰매 |
새로 발명된 기술이 으레 그렇듯이 이러한 응용은 전투용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수메르 문명 초기, 다수의 인장과 예술작품이 전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축화된 야생당나귀가 끄는 전투마차가 적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그림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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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적을 짓밟고 지나가는 전투마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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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우르 스탠다드(the Royal Standard of Ur)에 그려진 수메르 전차 |
따라서 마차자리에 대한 후기 예언은 적의 침략과 나라의 몰락을 예견하는 전형적인 전쟁의 상징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금성이 마차자리 앞에서 빛을 뿜어낸다면
세 번째 날에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땅은 멸망을 맞게 될 것이다.
마차자리는 천구의 북극을 감싸는 별자리로서 북쪽 하늘에서 항상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풍을 예견해주는 천상의 표식으로 간주되었죠.
또한 마차자리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끊임없이 천구의 북극을 휘감고 도는 별자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원불멸의 상징이 되었고,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Ninevah)를 지키는 여러 문 중 하나의 이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소 장황함이 느껴지는 그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나케리브왕(king Sennacherib)의 통치가 영원히 지지 않는 마차자리와 같기를!
바빌로니아의 두 개 마차자리였던 '마차자리'와 '하늘의 마차자리(the Wagon of Heaven)은 황도 별자리와 함께 주변 여러 나라에 전파되어 각 나라의 천문전승에 녹아들어갔습니다.
마차자리는 호메로스(Homer)가 언급한 몇 안 되는 별자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오디세이아(Odyssey)>에 이 별자리가 언급되는데 큰곰자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별자리를 다룬 그리스의 저작물 중 오늘까지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을 쓴 아라토스(Aratus, 315~243BC) 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모두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 별자리들은 모두 마차자리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두 개 마차자리가 아라비아에서는 두 개의 장례마차가 되었습니다.
끌개에 위치하는 세 개 별은 '망자의 딸' 또는 '곡꾼'으로 불렸는데 이들은 장례식을 진행 중이며 마차를 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망자의 딸들 다음에 등장하는 희미한 두 개의 별은 '알 파리탄(al Faritan)'이라 불렸습니다.
아라비아 천문전승에서 이 별들은 무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사람들로 여겨졌습니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아라비아의 장례마차가 가지는 장례식이라는 상징은 바빌로니아로부터 파생된 것이 확실합니다.
좀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두 개 마차자리가 게르만의 천문전승에서도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는 그리스와 로마를 통해 북유럽으로 전달되었을텐데, 이보다 훨씬 더 일찍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히타이트(Hittites, 기원전 1600년경~ 기원전 1178)가 메소포타미아와 북유럽의 문화적 연결선이 되었을 수 있죠.
히타이트인들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며 오늘날의 튀르키에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상당한 점성술적 전승을 포함하여 수많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특성을 받아들였습니다.
히타이트의 수도였던 하투사스(Hattusas)에서 발견된 점성술 기록은 기원전 13세기 초에 이미 바빌로니아의 마차자리와 별무리(플레이아데스)를 자신들의 천문 전승으로 받아들였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차자리는 '물 마르-기드-다(Mul Mar-gid-da)'로 표기하며 이따금씩 간략하게 '물 마르(Mul Mar)'로 쓰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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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드어로는 '수레' 또는 '마차'를 의미하는 '에레꾸(ereqqu)'로 읽습니다. |
'마르(Mar)' 표기는 '삽' 또는 '괭이'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또한 이 표기는 '마차'를 의미하는데도 사용됩니다. '기드(Gid)' 표기는 몸을 쭉 뻗은 뱀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표기는 '길게 늘리다' 또는 '확장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르 기드'는 현대 문학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긴 마차'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표기는 '배', '바지선'과 연관된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이때는 '끌다' 또는 '운반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마르 기드(Mar-gid)'는 '마차를 끌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좀더 적절할 것입니다. 마치막으로 등장하는 '다(da)' 표기는 문법적 요소입니다. |
마차자리의 주재신은 닌릴(Ninlil) 여신입니다.
'바람의 여주'라는 뜻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바람의 신'인 남편 엔릴(Enlil)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엔릴과 닌릴은 바빌로니아 만신전의 최고신으로 간주됩니다.
이들은 인류의 운명을 다스리며 다양한 인류 문명의 정수를 상징하는 의식과 연관된 상징적 물건인 '메(Me)'를 관리하는 신입니다.
닌릴은 자애가 넘치는 유명한 여신으로 '자비로운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이는 그녀가 인간과 최고신 엔릴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성술 기록에서 닌릴은 '마차자리, 신들의 어머니자리'로 등장합니다.
걸출한 그녀의 자식 중에는 달의 신 난나(Nanna)와 저승의 수장 네르갈(Nergal)이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천문전승에서 엔릴과 닌릴은 북쪽의 여러 별자리 특히,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천상의 밧줄로서의 마차자리에 특별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차자리는 '하늘의 연결선'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자리 사이에서 마차자리가 갖는 우월성은 기원전 3천 년기 중반에 편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는 엔릴이 모든 신 중 가장 우월한 신으로 옹립되어 있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좀더 오래된 속성 체계는 아누(Anu)와 아누의 배우자인 안투(Antu)의 속성이 마차자리에 새겨져 있다는 공식에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매어진 멍에자리the Hitched Yoke를 참고하세요)
마차자리에 좌정한 여신이 누구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마차자리에는 항상 여신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한 달을 구성하는 각 날짜의 의미를 다룬 <메놀로지Menologies>에는 매달 스물 다섯 번째 날을 '엔릴과 바빌로니아의 여주가 행진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아시리아의 왕은 '쟁기자리(the Plough)의 별 바로 앞에 있는 엔릴과 마차자리 바로 앞에 있는 바빌로니아의 여주에게 밤까지' 제물을 바쳤다고 합니다.
바빌로니아 원전 자료는 마차자리가 점복과 마술에 폭넓게 사용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개인적 질문에 대한 답을 끌어내는데 별자리가 활용될 수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희귀한 예가 있습니다.
기본 절차는 탄원자가 마차자리를 마주보고 서서 주문을 세 번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별똥별 형태로 나타나는 답을 기다렸습니다.
만약 별똥별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떨어진다거나, 탄원자의 등 뒤로부터 머리 위로 지나간다거나, 마차자리 속으로 떨어진다면 이는 호의적인 응답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별똥별이 이와는 반대되는 형태를 보인다면 그것은 부정적인 답변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차자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예는 점성술적 기능을 넘어 의료 행위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금성을 상징하는 마차자리와 암양자리는 치유마술에서 자주 활용되는 별자리였습니다.
마차자리의 치유력은 약초와 물약으로 활용되는데 이는 다른 어떤 별자리보다도 강력한 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우선 조제된 약은 밤새 별자리에 노출되어 놓았습니다.
이로서 약에 별자리의 특성이 흡수될 것으로 보았죠.
어떤 기록에는 약에 내리는 기운이 별로부터 뻗어나오는 빛줄기 형태로 나타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헬리니즘 시대에도 이어졌습니다.
의료 행위를 기록한 파피루스 문서에 종종 큰곰자리의 치유 능력이 언급되곤 하죠.
마차자리는 또한 미래를 엿볼 수 있도록 꿈을 활용하는 꿈마술에도 활용되었습니다.
이때 미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은 지붕 위에서 온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탄원자는 마차자리와 잎의 여신 자리(the Frond of Erua)에 물을 세 번 뿌린 후 지붕 위에 밀가루를 뿌려야 했습니다.
의식 후 잠이 들면 미래에 닥칠 일을 암시하는 징조를 꿈에서 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꿈마술은 어떤 사람이 여행에 나서도 될지 안될지를 판단하고 싶을 때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탄원자는 먼저 마차자리에 빌어 여행의 허락을 얻어야 했습니다.
그는 꿈속에서 상징을 통해 허락이나 불허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만약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다면 여행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면 이는 여행의 실패를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사는 마차자리의 권능을 이용하여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마술은 '생명줄을 자르는 마술'이라는 뜻으로 '지쿠루드(zikurude) 마술'이라 불렸습니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이 마술에서는 대상이 되는 사람 대신 몽구스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마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마술을 통해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몽구스를 마차자리 앞에 두고 마차자리와 마차자리의 주재 여신의 권능을 빌려 치유하는 행위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별을 이용하여 일으킨 질병은 별로 치료할 수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마차자리에서 주목해야 할 상징이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내용 안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죠.
마차자리의 핵심적 의미는 의료 행위를 통해 드러납니다.
치유자는 마차자리를 향해 환자가 회복할 수 있는 알 수 있는 징조를 청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예식에는 마차자리에 드리는 기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기도문에는 '죽을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당신의 허락 없이는 죽을 수 없습니다.'라는 계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추정해 보건대, 메소포타미아의 마차자리는 아라비아에서처럼 망자의 시신을 매장지까지 옮기는데 사용된 장례용 마차라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사상이 확장되어 저승으로 영혼을 실어나르는 마차로까지 의미가 확장된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예식에 투입되었을 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귀족이나 부유층에게만 한정된 예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티프는 마차를 이용하여 관을 장지까지 옮기던 수메르 고위층의 장례절차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수메르에서는 종종 마차와 운구를 담당한 사람들도 함께 순장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죽은 귀족들이 천구의 북극 주변에 위치한다는 믿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저승의 사회구조가 여러 면에서 현생의 사회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하늘과 땅 모두에서 왕가는 여전히 우주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점성술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차자리는 식현상을 위한 별자리이다'라는 내용을 통해서입니다.
월식은 가장 불길한 상징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월식은 왕이 폭력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월식은 고대에 가장 불길한 예식 중 하나였던 왕의 교체의식을 진행해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예식에는 왕이 대리인을 왕좌에 앉히고 잠시 퇴위하는 의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왕은 서신을 통해 신하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권력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일단 왕궁에서는 몸을 숨겨야 했습니다.
이때 서신에서 왕은 쟁기를 상징하는 표기와 함께 '농부'로 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리통치는 월식의 위험이 사그라지는 때 종료되었습니다.
이때 대리인은 죽어야 했고, 성대한 국가장이 치뤄졌습니다.
이상의 의식을 치루고 나서야 왕은 다시 왕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월식이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의식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달이 네 개 지역과 연관된 네 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이 가려지는 부분에 따라 어느 지역의 왕이 치명적 상황에 빠지는지 결정될 수 있었습니다.
목성의 출현 역시 왕의 안전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는 왕 대신 어떤 귀족이 죽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마차자리 위의 하늘이 검다면
월식이 일어날 것이다.
이 예언은 '검은 행성'으로 알려진 수성이 '마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금성 위에 서 있을 때의 예언입니다.
이 예언에서 '하늘이 검다'라는 것이 바로 '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상당수의 예를 점성술 연작인 <에누마아누엔릴(EnumaAnuEnlil, EAE)> 점토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 별자리 : 매어진 멍에자리(the Hitched Yoke), 여우자리(the Fox), 암양자리(the Ewe), 하늘의 밧줄자리(the Ropes of Heaven), 하늘의 마차자리(the Wagon of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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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별자리 이름이 현대 별자리 이름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는 '이탤릭체'로 표시하였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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