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BABYLONIAN STAR LORE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58. 위대한 쌍둥이자리

다락방별지기 2025. 8. 10. 13:01

오늘날 황도12궁 중 하나인 쌍둥이자리(GEMINI)의 원형이 되는 별자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위대한 쌍둥이자리(the Great Twins)'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디오스쿠로이(Διόσκουροι)처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쌍둥이 역시 무기를 손에 쥔 전사로 묘사되었으며, 신아시리아시대(기원전 10세기~7세기)에 작성된 문서에서는 '수염이 있는 두 남자'로 묘사하였습니다. 

앞에 있는 남자는 힌슈(hinšu)라는 무기를 오른손에 들고 있습니다. 

힌슈는 곤봉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반면 뒤에 선 남자는 왼손에 원형도끼를 들고 있습니다. 

그림 1 위대한 쌍둥이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그림

 

위대한 쌍둥이자리가 갖는 호전성은 천문예언을 모은 전집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금성이 위대한 쌍둥이자리 사이에 서 있다면

그 땅은 모두가 반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호전적 별자리에 호전적인 행성인 화성까지 가까이 다가온다면 이중의 고통이 도래한다고 예언하였습니다. 

 

낯선 별이 쌍둥이자리에 접근한다면

왕자가 죽을 것이고

적대 세력이 봉기하게 될 것이다.

 

위대한 쌍둥이자리의 쌍둥이는 무장을 갖추고 지하세계로 향하는 문을 지키는 존재로 시각화되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전통에서 지하세계로 향하는 문은 두 개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개 문은 각각 하지 및 동지와 연관성을 갖습니다. 

 

동지의 출입문은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사후 세계로 여행을 떠날 때 주로 사용하는 문입니다. 

하지만 게자리(the Crab)에 위치하는 하지의 출입문은 다섯 번째 달(오늘날의 7~8월), 조상을 기리는 축제 때, 후손을 방문하기 위해 지구로 내려오는 조상의 영혼이 사용하는 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은 동시에 새로 태어날 아기의 영혼이 인간 세계로 내려오기 위해 사용하는 문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쌍둥이자리는 바로 이때 악마가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름의 문을 지키는 것 같습니다. 

인류에게 역병을 퍼뜨리기 위해 악마가 이 문을 사용한다고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쌍둥이자리는 '물 마쉬-타브-바-갈-갈(Mul Maš-tab-ba-gal-gal)'로 표기합니다.
수메르에 이어 들어선 아카드 시대에는 '투아무 라부투(tū'amū rabûtu)'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수메르어로 '쌍둥이' 또는 '동료'를 의미하는 표기 '마쉬(Maš)'는 아카드어로도 이어져 '마슈(mᾱšū)'가 되었습니다. 
수메르어로 '쌍둥이'를 의미하는 표기는 '마쉬(Maš)'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이 표기는 좀더 길게 쓴 형태인 '마쉬타바(Maštabba)'로 더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독자적으로 쓰이는 표기인 '타브(Tab)' '동료' 또는 '파트너'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글자 그대로에 좀 더 충실하게 번역하자면 '두 명의 동지'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갈(Gal)' 표기가 무엇을 묘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저 왕관 또는 일종의 머리장식 정도의 가설이 있을 뿐이죠.
이 표기는 대개 '위대한' 또는 ''을 의미하는데 사용됩니다.

쐐기문자 표기 체계에서 단어 끝에 오는 형용사는 복수형으로 표기하고자 할 때 종종 두 개로 표기되었습니다.

 

위대한 쌍둥이자리는 각각이 신성을 가진 존재이기는 하지만, 이 둘을 모두 저승의 주인인 네르갈(Nergal)로 식별하기도 합니다. 

네르갈은 전쟁, 기근, 역병을 통해 죽음을 가져오는 신입니다. 

 

쌍둥이 각각의 이름은 네르갈의 두 개 성격을 드러냅니다. 

우선 '전능한 왕'을 의미하는 '루갈이라(Lugalirra)'는 저승의 왕이며, 망자의 왕으로서의 네르갈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메스람타이아(Meslamtaea)'는 '저승에서 솟아오른 이'를 의미하죠. 

그림 2 전투도끼를 쥔 쌍둥이와 그 뒤의 천칭자리(the Scales)

 

네르갈과 메스람타이아의 정체성은 경계석의 문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계석에 새겨진 메스람타이아는 두 개 사자머리를 가진 네르갈의 지팡이로 형상화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우자리the Fox 그림 3 참고)

 

위대한 쌍둥이자리와 네르갈과의 인접성은 천문예언에 간결하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쌍둥이자리가 떠오르면

질병의 신 네르갈에 의해

파멸을 맞을 것이다.

 

위대한 쌍둥이자리는 네르갈에게 바쳐진 도시 쿠타(Kutha)와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이 도시는 국가적 장례의식이 열리는 컬트신앙의 중심지로서, 모든 죽은 이들의 영혼이 모인다고 간주되는 곳입니다. 

 

역병을 가져오는 네르갈과의 연관성에 걸맞게도 위대한 쌍둥이자리는 의학적 내용을 담은 점토판에서 질명의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이 점토판에는 '루갈이라에게 사로잡혔을 때' 나타나는 특정 질환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질환은 간질일 가능성이 있는 질환으로서, 바람 및 파리떼와 연관이 있는 위대한 쌍둥이자리에 의해 유발되는 병입니다. 

 

위대한 쌍둥이자리가 포함된 단편적 예언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카드에서 엔릴(Enlil)이 나병과 간질을 일으킬 것이다.

네르갈은 소떼를 먹어치울 것이다. 

 

이때 이후의 문헌에서는 지하세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루갈이라를 달의 신으로, 메스람타이아를 '저승에 거주하는 네르갈'로 간주되는 '길가메쉬(Gilgamesh)'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정체성 부여는 달의 신이 자하세계에서 탄생했다는 사실과, 길가메쉬가 사후에 죽은 이들의 심판관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쌍둥이의 성격은 고대 그리스의 쌍둥이자리(GEMINI)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리스의 쌍둥이는 한 명은 필멸의 운명을, 다른 한 명은 불멸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죠. 

필멸의 운명을 가진 카스토르(Castor)는 살해를 당하고, 불멸의 운명을 가진 폴룩스(Pollux)는 이를 복수합니다. 

그리고 이 형제의 우애는 한 명이 다른 한 명보다 오래 사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게 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제우스가 쌍둥이들이 하늘과 지하세계에서 삶을 번갈아 보내게 함으로써 해결되었다고 하죠. 

 

상계와 하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이들의 모습은 매년 하지 직후에 지하세계로 내려가고 동지 바로 전에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 네르갈의 끊임없는 여행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메스람타이아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저승에서 솟아오른 이'라는 뜻이 네르갈의 또다른 속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별자리 : 작은 쌍둥이자리(the Little Twins), 하늘의 강자리(the Rivers of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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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별자리 이름이 현대 별자리 이름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는 '이탤릭체'로 표시하였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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