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과 우주의 팽창 - 2 -

2007. 11. 15. 00:21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인플레이션 이론이 천체물리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이론이 사실로서 판명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이론은 기존의 표준 빅뱅이론이 현재와 같은 우주가 생성된 원인을 납득할만하게, 그러니까,
좀더 합리적인고 인과적인 설명을 하는데 한계가 있음에 반하여 초기의 대폭발과 현재의 우주의 상태를 인과원칙에 충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명자체에 수학적인 문제점이 없다면, 더군다나 하나의 이론이 다른 방향의 접근에서도 타당하다고 판정되면,

그 이론 자체의 사실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 이론은 이점에 있어서 현재 우주론 중 가장 보편 타당한 설명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이론에 입각하여 측정된 결과는 무시못할 결과임에 틀림없고, 바로 여기에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도출되었는데

그것은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계산된 우주의 에너지 밀도가 현재까지 관측된 값의 무려 세배에 달하다는 것이었다.

 

즉, 앞서 암흑물질과 우주의 팽창 - 1 - 에서 언급한 바 있는 5%의 측정 가능 물질과 25%의 암흑물질, 그리고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뭔지모를 '무엇'이 바로 인플레이션 이론에 의해 계산된 결과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당연히 나머지 70%를 찾아내려는 노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서 찾아낸 하나의 방법이 '감속변수'를 활용한 우주 질량의 산출 방법이었다.

 

감속변수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중력'은 '잡아당기는 힘'이다.
태초의 순간부터 중력은 항상 존재해왔던 힘이므로, 우주가 팽창하는 그 때, 팽창 속도는 어느정도 중력의 영향에 의해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바로 이것, 우주의 팽창이 중력의 영향에 의해 방해받은 정도를 계산하면, 이로부터 감속변수를 계산해 낼 수 있고,
이 변수에 의해 우주 전체의 질량 측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우리의 시야에는 이미 130억년이 넘는 머나먼 과거 우주의 모습이 보이고 있으므로 이러한 천체들까지의 거리,

그리고 이 천체들이 멀어져 가는 속도가 어느 정도의 가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는지를 계산하면, 팽창의 곡률이 계산될 수 있고,

이로부터 우주의 에너지 량이 측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초신성의 관측이 중요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천체들이 멀어지는 정도는 적색편이 관측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지만, 천체까지의 거리는 'Ia형 초신성'이라는

특정한 형태의 초신성을 통해서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허블이 이루어낸 10대 발견 중 2번째 내용은 초신성의 관측을 통한 암흑 에너지와 중력과의 상관관계이다.
 본 블로그 허블사이트 폴더의 '허블망원경을 통해 이룩한 2007년 10대 발견 -2- '를 참조할 것 )
 
결국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주의 팽창속도를 연대별로 계산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계산으로부터 예상치 않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약 70억년 전부터 우주의 팽창이 갑자기 빨라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측정이 있기 전까지 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이 우주가 끝까지 팽창을 하다가

결국 모든 물질이 냉각되면서 종말을 맞을 것인가(절대온도 0K로의 냉각, 현재의 우주는 절대온도 약 2.7K 이다.)
아니면 팽창의 원동력이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나 에너지들의 중력에 상쇄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통합의 파국을 맞을 것인가(Big Crunch)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결국 현재까지의 관측 결과는 '우주의 지속적인 확장을 통한 냉각'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그렇다면 약 70억년 전부터 왜 우주의 팽창이 빨라졌는냐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즉, 이는 중력의 총합을 넘어서는 어떤 에너지에 의해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바로 중력의 임계치를 약 70억년 전에 넘어선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그저 간과할 수 없는 우연이 있었다.

중력을 넘어서게 만든 모종의 에너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이 예상한 이 에너지의 총량은  희한하게도

현재 인플레이션 이론이 예상한 우주의 잔여 에너지 총량 70%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천체물리학에서는 물론 25%에 달하는 암흑물질과 무려 70%에 달하는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성과가 누적되면 누적될 수록 무려 95%에 달하는 이 암흑 덩어리들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우리나라 뉴스에도 강원도 폐광에서 암흑 물질을 연구하는 교수가 연구비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물론 뉴스의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든 '꺼리'를 만들어서 정부를 까려하는 유치한 내용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에는 우리의 지각 체계로는 아직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종의 물체와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러한 물체와 에너지의 총량에 대해 우리가 지각 가능한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의 이해를 위해서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자체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그 존재에 대한 인식과 에너지 총량의 측정은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의하여 가능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연구와 암흑물질 혹은 암흑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