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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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준비 - 가장 행복한 시간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분다는 건 그날 하늘이 아주 맑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사인이다. 부랴부랴 천문대로 향한다. 삼각대를 펴 수평을 맞추고 엘리베이터 하프피어와 경위대를 올리고 내 망원경 첫눈이를 달았다. 차가운 날씨를 좋아하는 첫눈이가 날카로운 눈을 떴다. 나는 그제서야 옷을 갖춰 입는다. 내복 두 벌 양말 두 켤레 바지 두 벌 잠바 두 벌을 껴 입고 양말과 양말 사이는 물론 모든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 몸을 데운다. 이제 커피 한 잔을 따른다. 커피에 씀씀이 녹아든 세상 모든 행복이 모락모락 김이 되어 피어오른다.
2023.10.22 -
형식에서 벗어나다.
예전에 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라는 단체에서 3년 간 연수국장을 맡은 적이 있다. 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는 학회 내에 담당업무를 나눈 이런저런 '국'이 있다.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는 부서는 연수국이 유일했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연수국이라는 부서에서 책임진 영역이 천문지도사를 양성하는 부분인데 이 일이 지원자에게서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서 돈을 받은 이상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급여를 받고 하는 일이 아니었고 일종의 '자원봉사' 였다. 물론 나는 그 일을 자원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일 자체가 재미있었고 그 일을 통해 내가 배운 게 오히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일을 맡고 보니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나..
2023.10.19 -
NGC 6826 - 빛의 메아리
맥동변광성(Pulsating Variable Star)이란게 있습니다. '변광'이란 '빛이 변함'을 의미하고, '맥동'이란 일정한 주기의 움직임을 의미하니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별'이라는 뜻입니다. 맥동변광성으로 잘 알려진 유형의 별이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s)'이죠. 1784년 존 구드릭(John Goodricke)이라는 영국 천문학자가 케페우스자리 델타별의 밝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면서 이후 주기적인 변광을 보이는 별들을 '세페이드 변광성'이라 했습니다. 이후 변광주기가 훨씬 짧고 밝기도 훨씬 낮은 변광성들이 구분되면서 거문고자리 RR형이라는 유형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별들의 밝기 변화주기가 절대 밝기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규명되면서 천체의 거리 측정 범위가 ..
2023.10.18 -
북극성(Polaris) - 주목받는다는 것
북쪽 하늘은 언제나 볼 수 있는 하늘입니다. 그 하늘에 북극성이 있습니다. 430광년 거리에서 지구의 북극점을 알리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죠. 북반구에 사는 모든 별지기들은 관측 시작 전에 북극성을 만납니다. 극축 정렬 때문인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극성은 대개 가장 먼저 인사를 드리는 별이죠. 안녕하세요. 관측 왔습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죠? 그리고 대충 정렬한 망원경과 파인더를 확실하게 정렬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하죠. 정렬이 망가지지 않는 한 북극성을 다시 찾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관측이 시작된다는 건 북극성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제 다른데 구경 가겠습니다. 혹시 인사 못드리고 가도 양해해 주세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데 가지 않고 북..
2023.10.18 -
서호주 일식 여행 23 - 여행의 마침표
1. 싱가폴 단상 2023년 4월 29일 이른 아침 퍼스 공항을 떠났다. 그리고 29일과 30일, 1박 2일 동안 싱가폴 구경을 했다. 싱가폴 거리를 걸을 때는 마음이 편했다. 왜 싱가폴 거리는 편하게 느껴졌던 걸까? 호주에서는 불편했던 걸까?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를 나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답은 익명성이었다. 덩치나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배경으로 숨어들 수 있다는 것. 그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준 것 같았다. 벌써 25년 전 이야기지만 싱가폴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다. 대학생 때였다. 어떤 수업에서 조별 토론을 하는데 조원 하나가 최근에 싱가폴을 다녀왔다면서 싱가폴의 공공질서와 깨끗한 거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 말에 다음과..
2023.10.05 -
서호주 일식 여행 22 - 호둥이와의 작별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오랜만에 느긋한 아침잠을 잤다. 이젠 더 이상 오래 달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서호주 여행을 함께 했던 캠핑카 호둥이를 반납하는 날이다. 간밤에 짐을 정리하면서 쓰레기로 버릴 짐들을 따로 모아 두었다. 쓰레기를 모두 버리고 뒷자리를 원래의 소파 스타일로 바꾸었다. 바닥도 깨끗이 청소하고 전기선과 상하수도 호스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라면과 참치캔, 김치통조림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여행가방을 완벽하게 챙긴 후 캠핑장을 나섰다. 프리맨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프리맨틀 감옥으로 갔다. 더이상 감옥이 아닌 이런 저런 전시관으로 운영되는 프리맨틀 감옥 투어는 인터넷 상에서 평이 너무 좋았다. 특히 우리말 오디오 가이드도..
202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