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 여행 22 - 호둥이와의 작별

2023. 10. 5. 02:31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오랜만에 느긋한 아침잠을 잤다.
이젠 더 이상 오래 달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맨틀 코기 비치의 아침


오늘은 그동안 서호주 여행을 함께 했던 캠핑카 호둥이를 반납하는 날이다.

간밤에 짐을 정리하면서 쓰레기로 버릴 짐들을 따로 모아 두었다. 
쓰레기를 모두 버리고 뒷자리를 원래의 소파 스타일로 바꾸었다. 
바닥도 깨끗이 청소하고 전기선과 상하수도 호스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라면과 참치캔, 김치통조림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여행가방을 완벽하게 챙긴 후 캠핑장을 나섰다. 

프리맨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프리맨틀 감옥으로 갔다. 

 

프리맨틀 감옥 정문

더이상 감옥이 아닌 이런 저런 전시관으로 운영되는 프리맨틀 감옥 투어는 인터넷 상에서 평이 너무 좋았다.
특히 우리말 오디오 가이드도 있어 구경을 할라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경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주말에만 열린다는 프리맨틀 시장에 가는 것이 우리 목표였다.
프리맨틀 감옥은 순전히 가까운 거리의 주차장으로 쓸 수 있어 찾아간 것이었다. 

 

처음으로 사용해본 무인 주차기,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마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던 것 같다.

 

프리맨틀 감옥 입구 조형물, 프리맨틀 관광 프로그램에 항상 등장하는 조형물이다.

 

프리맨틀 마켓은 프리맨틀 감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프리맨틀 마켓 입구

 

우리나라 시장처럼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골목은 여러 군데 있다.
사진의 입구는 시내에서 접근하는 방향에 있는 입구이다.

 

프린맨틀 마켓 개장일 정보

 

프리맨틀 마켓 풍경 1

 

프리맨틀 마켓 풍경 2

 

프리맨틀 마켓 풍경 3


원두를 취급하는 가게가 내 발길을 멈춰 세웠다.
커피도 내려준다고 하여 평소 맛보고 싶었는데 전혀 맛볼 기회가 없었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주문했다. 

실망스럽게도 커피에 관심을 가진 후 맛 본 커피 중 가장 맛이 없었다.

원두 문제라기보다는 가게 주인이 커피를 만드는데 일말의 전문성도 없는 것 같았다. 

 

프리맨틀 마켓 풍경 4


프리맨틀 시장을 돌아본 후 느낌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특색이 없다.'였다.

여기서 '특색'이란 '호주의 색깔'을 말한다.

즉, 호주의 색깔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다문화 시장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눈길을 끈 건 인도 상품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고보니 프리맨틀 시장을 특색있게 꾸미는 건 죄다 아시아 풍의 가게였다. 
뭔가 호주 느낌이 물씬나는 그런 가게는 단연코 하나도 없었다. 
관광객을 상대로한 기념품 가게의 물건들도 죄다 메이드인 차이나를 비롯한 동남아 제품이었다. 

새삼 호주가 자연이라는 측면에서, 혹은 문화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혜택을 거저 얻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맨틀 거리 풍경 1

 

프리맨틀 거리 풍경 2. 교회처럼 생긴 이 건물은 관공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리맨틀 거리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프리맨틀 감옥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호둥이를 몰고 짐을 보관하기 위해 퍼스 공항으로 갔다.

 

퍼스 공항 락커 풍경


퍼스 공항 락커는 우리가 처음 입국했을 때 택시를 어디서 잡아야 할지 몰라 헤매던 길가 건너편에 있었다. 
우리가 충분히 찾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퍼스 공항 락커는 국제공항치고는 그다지 충분치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빈 칸이 두 개 이상 남아있어 모든 짐을 다 넣을 수 있었다. 

공항에 짐을 맡긴 후 마지막으로 주유를 하고 렌트카 회사로 갔다. 

렛츠고 모터홈 회사의 대표 아줌마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내가 차를 빌릴 때 나에게 혼쭐을 내며 가르쳤던 할머니도 있었다. 
할머니 가르침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할머니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렌트카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이 이어졌다. 
보증금이 이미 들어가 있던터라 괜히 엄한 부분 때문에 돈을 물지 않으려면

애초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얘기해야 했다.

 

나는 의자 하나가 펴지지 않았다는 점과 
와이퍼가 앞창을 제대로 닦아내지 못한다는 점, 
전조등이 충분히 밝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반납 점검 중

물론 타이어 손상도 얘기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 범위에서 타이어 손상은 내가 부담해야 했다.

 

사실 내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는 건 렌트카 업체 측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에코 리트리트에 있을 때 렌트카 업체 측에 타이어가 주저앉았다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일요일임에도 바로 회신이 왔다.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한 건 도움이 아니었다. 

나는 타이어는 이미 스페어 타이어로 갈았다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스페어 타이어를 살 생각인데 보험처리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또다시 바로 회신이 왔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바로바로 회신이 왔다는 것 때문에 

내가 호주에서 이렇게 빠른 응답을 받은 건 처음이다라는 답을 보냈다.

다소 비아냥을 섞은 표현이었다. 물론 그 분위기는 문자로는 전달이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때 왕래한 메일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반납 점검을 마치고 나자 대표 아주머니가 손상 타이어에 대한 금액은 면책해 주겠다고 했다. 

대표 아주머니는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고
다음에 내가 다시 오면 그때는 특별 디스카운트를 해 주겠다는 말도 했다.

내가 서호주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렇게 반납을 마치고 렌트카 회사에서 나왔다.
나오기 전에 2주 동안 우리의 든든한 집이 되어 주었던 호둥이를 마지막으로 보고 나왔다.

 

호둥아 고맙고 또 고맙다. 언제 누구를 태우고 다니든 이번처럼 안전하게 다니렴.


반납을 마치고 홀가분한 몸으로 우버 택시를 불러 퍼스 시내, 엘리자베스 키로 갔다. 

 

 

그곳에서 뜻밖의 맛있는 맥주도 마시고

 

새신부와 들러리의 행복한 모습도 보고

 

스완 강의 낙조를 바라보다가

 

하나둘씩 불이 꺼지고 한적해지는 퍼스 중심가를 뒤로 하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힘겨운 밤샘을 마치고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퍼스를 내려다보며 서호주를 떠났다.

 

아스라하게 보이는 엑스머스 반도

 

지도로만 보이던 서호주의 드넓은 벌판 하나하나가 다시 지도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도 위에 내 경험과 추억이 쌓였다. 

이제 서호주 지도를 펼쳐보면

그저 그림이 아니라 내가 지나오면서 가슴에 담았던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 순간순간들이 허락되었음에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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