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 여행 21 - 대자연의 끝자락

2023. 10. 4. 20:14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이제 여정이 끝자락에 이르렀다.
오늘은 동가라(Dongara)까지, 그리고 내일은 퍼스까지 총 900여 킬로미터의 여정이 예정되어 있다.

동가라에서 하루 숙박을 잡은 이유는 볼거리가 목적이 아니라 
그저 남은 여정의 딱 중간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오는 여정에 칼바리 국립공원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지나지 않은 길이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밀밭이 제법 포근한 느낌을 주는 도로였다.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해서 때마침 나타난 주유소에 들렀다.
허름한 주유소의 모습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그저 허름하기만 한 풍경도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허름한 주유소 사무실 외관

 

 

주인 아저씨가 나이가 많이 들은 할아버지던데 
사지는 않았지만 이 할아버지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에 동가라에 도착했다.

 

먼저 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샀다.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고, 식재료를 사서 직접 식사를 차려 먹는 것도 오늘과 내일이 마지막이다. 
그래서인지 양고기를 좋아하는 안쥔마님은 양고기를 전투적으로 샀다.

나는 그동안 홀짝홀짝 마시던 위스키 메이커스마크가 다 떨어졌다.
새로운 위스키를 사기에는 일정이 너무 짧게 남아 그냥 맥주를 샀다.

동가라 숙소인 BIG4 Dongara Denison Beach Holiday Park에는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했다.

 

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이제 막 퇴근하려는 참이었다. 
이 시간까지 직원들이 남아 있는건 호주에서 처음 보는 일이었다.
아가씨들이 일말의 주저 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친절하게 우리 사이트의 위치와 시설에 대한 안내를 해 줬다.

 

동가라 데니손 비치 홀리데이 파크 배치도


동가라는 이미 저녁 날씨가 쌀쌀했다.
두꺼운 잠바를 꺼내 입고 여느때처럼 캠핑카에 전선과 상하수도 호스를 연결한 후 해변을 산책했다.

 

우리의 도착을 기다려 준 듯한 태양이 지고 있었다.


서호주의 모든 해변이 그랬듯 동가라 해변도 아름다웠다.

해변에서의 일몰을 보고 들어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여행은 막바지였지만 안쥔마님께서 푸짐한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셨다.

안쥔마님의 양고기 예찬


이튿날 아침 식사는 샌드위치에 커피를 내려 해변가에 나가서 먹었다.

 

동가라 오토캠핑장의 해변은 커다란 바위들을 방파제처럼 정갈하게 쌓아놓은 해변이었다.
그래서 바위 위에 걸터앉아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기 무난했다.

 

동가라 해변 바위에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차츰차츰 짐들을 비웠다. 
물을 다시 채우지 않았고, 입지 않을 옷들은 가방 깊은 곳에 넣었다. 

 

호둥이 내부를 청소한 후 느즈막히 10시 경 동가라에서 출발해 다시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내려가는 길에 주리엔 베이(Jurien Bay)라는 곳에 들렀다.
서호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변이라고 한다. 

역시, 하얀 모래밭이 만드는 비취색 바다가 인상적인 해변이었다. 

 

 


느긋한 해변 산책을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달렸다. 

하얀색 모레 언덕이 보였다.
올라올 때 들렀던 란셀린과 같은 그런 거대한 모레 언덕이었다.

 


그러고보니 올라오면서 하나하나 놀라움으로 바라봤던 대자연의 풍경들이었다.

이 모든 풍경이 다시 하나하나 회수되는 것 같았다.

 

중앙선다운 중앙선 - 도로가 제법 넓어졌다.

 

호주에서 맨 처음 만난 나무들처럼 주변 나무들도 훤칠하게 커졌다.

 

차가 늘어나고 도로가 넓어지다가

 

어느덧 도시 한복판에 들어왔다.

 

수많은 제약과 규칙이 있는 그 도시로 말이다.

 

드디어 퍼스로 돌아왔다.

퍼스에서 4월 14일에 떠났었으니 딱 2주 만이었다. 

퍼스까지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와 함께 서호주의 대자연에서 벗어났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혼잡한 퍼스 도심을 가로질러 퍼스 바로 아래 있는 항구도시 프리맨틀(Fremantle)로 향했다. 
프리맨틀은 원래 여행 처음에 들리고자 했지만 낯선 운전 환경 때문에 들르지 못한 곳이다.
운전 환경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어쨌든 오랜 거리를 다녀서인지 왼쪽 통행이 약간은 익숙해져 있었다.


우리 캠핑카 호둥이와 함께하는 마지막 캠핑장은 쿠기 비치 홀리데이 파크(Coogee Beach Holiday Park)였다.

리셉션에서 여권을 요구했다.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오토 캠핑장은 처음이었다. 

쿠기 비치 홀리데이 파크 배치도

 

도시에 있는 캠핑장을 티내듯 이런저런 안내사항이 많았다. 확실히 도시는 깐깐한 곳이다.

 

그나마 거대한 나무 그늘이 이제 막 대자연의 품을 떠나온 이방인들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캠핑장에서 약간 걸어나가면 쿠기 비치라는 해변을 만날 수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의 바다답게 사람도 없고 파도가 제법 몰아치는 바다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서호주 여정에서 만나는 마지막 바다이기도 했다.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그날 저녁 냉장고에 남은 모든 식재료를 꺼내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짐들을 정리했다. 
버릴 옷과 짐들, 챙겨야 할 짐들을 구분하고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렇게 마지막 캠핑장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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