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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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일식 여행 15 - 빛의 향연
2023년 4월 20일 아침 6시 30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엑스머스 하늘에 해가 떠올랐다.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빛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이미 바닷가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엑스머스 골프클럽 주차장 정문은 바닷가로 이어진 길목에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다로 나가는 차들이 종종 보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나가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 싶었다.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안쥔마님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가져다 주기로 했다. 해변이 가까우니 여러가지로 참 편했다. 해변으로 들어오는 길목 양쪽에 큰 모래 둔덕이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드넓게 내려다보였다.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분다는 것이었다. 강한 ..
2023.09.28 -
서호주 일식 여행 14 - 약속의 땅, 엑스머스(Exmouth)
날이 밝을 때까지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아침이 되자, 어제는 어두워서 잘 볼 수 없었던 Big4 Plantation Caravan Park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독특한 규칙이 있었다. 하수구가 따로 없고 허드렛물은 그냥 잔디밭이나 나무에 버리라고 되어 있었다. 캠핑카에 물을 채울 수 없다는 규정도 있었다. 그러고보면 서호주에서 만난 오토캠핑장은 저마다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캠핑장에 머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물론 화장실과 샤워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공통점은 한결 같았다.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엑스머스까지의 거리가 36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한편 어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신 정의완 선생님 가족은 아침부터 서두르셨다..
2023.09.27 -
서호주 일식 여행 13 - 아찔했던 밤운전
2023년 4월 18일 화요일. 엑스머스(Exmouth) 일식을 이틀 앞둔 날이다. 애초에 엑스머스에서 숙소를 구할 수 없었던 나는 엑스머스에서 360킬로 남쪽에 있는 카나본(Carnarvon)에 숙소를 구해 놓은 상태였다. 카나본의 카라반 파크 역시 일식 특수를 맞아 최소 이틀 숙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래서 18일과 19일 밤, 그러니까 일식이 있는 날 아침까지 카나본에 있다가 여차하면 20일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엑스머스까지 360킬로를 내달려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2023년 2월, 서호주 관광청에서 엑스머스에 임시 숙소를 개설한다는 소식이 왔다. 엑스머스 골프클럽 주차장을 일식 관광객을 위해 오픈한다는 얘기였다. 전기를 제공해 줄 순 없지만 깨끗한 샤워실과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
2023.09.25 -
서호주 일식 여행 12 - 제럴턴(Geraldton)에서의 하루
세르반떼스에서 식사를 마치고 제럴턴을 향해 달렸다. 남은 거리는 231킬로미터, 예상시간은 세 시간 정도. 광활한 서호주 대륙 풍경이 계속 이어졌고 이따금 한가로운 목장 풍경이 나타나곤 했다. 오후 4시 50분, 드디어 서호주 중부의 항구도시 제럴턴(Geraldton) 숙소에 도착했다. 제럴턴에 마련한 숙소는 빅4 선셋 비치 홀리데이 파크(Big4 Sunset Beach Holiday Park)였다. 캠핑장 리셉션이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고 하여 시간 내에 도착하려고 노력했고 간신히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게 첫 번째 경험이었던 것 같다. 호주에서는 칼퇴근이 아니라 조기 퇴근이 일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감했다. 그냥 이렇게 문을 닫아 버리면 뭘 어쩌라는 거..
2023.09.24 -
서호주 일식 여행 11 - 피너클스 사막의 장관
2023년 4월 16일. 오늘은 세월호 9주기이다. 세월호 사건은 나를 여러모로 변화시킨 사건이다. 아침에 눈을 떠 잠시나마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마음의 기도를 올렸다.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레지포인트 캠핑장을 가득 메웠던 캠핑카들이 줄줄이 캠핑장을 떠났다. 모든 캠핑카가 퍼스를 향해 남쪽으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반대인 북쪽으로 향했다. 일상을 완전히 제껴버린 여행자만의 특권이었다. 오늘부터는 퍼스 도시권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석회암 기둥으로 유명한 피너클스 사막(Pinnacles Desert)을 들른 후 세르반테스(Cervantes)에서 점심을 먹고 제럴턴(Geraldton)까지 312킬로미터 거리의 여정이 오늘의 여정이다. 2023년 4월 ..
2023.09.22 -
서호주 일식여행 10 - 레지포인트 : 서호주 밤하늘 맛보기
얀챕 국립공원 탐방을 마치고 레지포인트로 가는 길은 서호주 고속도로를 본격적으로 접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 사진은 휴게소 표지판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삐까번쩍한 휴게소는 아니다. 벤치와 탁자가 있는 빈터 정도로 보면 되고 한 달에 한 번은 관리하지 않을까 싶은, 그렇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더럽지 않은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런 빈터에도 쓰레기통이 칼같이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쓰레기통이 없는 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이 쓰레기는 누가 수거하지? 이래갖고 분리 수거는 할 수 있겠나? 얘네들 분리 수거를 하긴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캥거루 출몰을 알리는 이 표지판을 봤을 때만 하더라도 캥거루라곤 얀챕 국립공원에서 만난 캥거루가 전부였기 때문에 표지판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하..
202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