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 여행 11 - 피너클스 사막의 장관

2023. 9. 22. 16:25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2023년 4월 16일. 
오늘은 세월호 9주기이다. 

세월호 사건은 나를 여러모로 변화시킨 사건이다.
아침에 눈을 떠 잠시나마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마음의 기도를 올렸다.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레지포인트 캠핑장을 가득 메웠던 캠핑카들이 줄줄이 캠핑장을 떠났다. 

 

모든 캠핑카가 퍼스를 향해 남쪽으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반대인 북쪽으로 향했다.

일상을 완전히 제껴버린 여행자만의 특권이었다. 

오늘부터는 퍼스 도시권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석회암 기둥으로 유명한 피너클스 사막(Pinnacles Desert)을 들른 후 세르반테스(Cervantes)에서 점심을 먹고 
제럴턴(Geraldton)까지 312킬로미터 거리의 여정이 오늘의 여정이다.

 

 

2023년 4월 16일 시작 브리핑

 

광활하게 펼쳐진 호주 대륙 풍경.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외국에 나가면 산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광활한 평원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속이 뻥 뚫리긴 하지만 오랜 시간 운전하다보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제 잠깐 들렀던 닐전 룩아웃을 지나 얼마 후 60번 도로가 서쪽으로 크게 구부러졌다.
그러더니 인도양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지점에 웨지 룩아웃(Wedge Lookout)이라는 전망대가 있었다.

 

웨지 룩아웃 풍경, 사진은 구글 스트리트 뷰 캡처


어제 닐전 룩아웃의 풍경이 그랬듯 울창하게 이어진 관목 숲 너머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와 하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왔다.

 

웨지 룩아웃에서 바라본 인도양 풍경


풍경을 만끽하던 중 지나가던 호주 가족 한 명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앗! 안녕하세요? 한국말 할 줄 아시네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 금발 아가씨가 웃으며 
"Just a Little."이라고 대답했다.

외국인의 Just a Little은 정말 Just a Little이다. 

겸손으로 무장된 한국인의 Just a Little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말 그대로 인사 정도?


어쨌든 이렇게 머나먼 이국에서 현지 사람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다니, 
대한민국이 머나먼 길을 참 열심히도 걸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안쥔마님 기념사진 한 장.

 

늠름한 호둥이도 기념사진 한 장 찍어주었다.


웨지 룩아웃을 나와 북쪽으로 올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피너클 사막 안내판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무척 좁은 도로 5킬로미터를 더 들어가자 피너클 사막 입구가 나왔다.

깐깐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얀챕에서는 국립공원PASS 확인만 했는데 
이 곳에서는 직접 PASS를 달라고 하더니 수기로 차 번호를 적고 돌려줬다. 

넓직넓직한 피너클스 사막 주차장.



내가 피너클 사막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은하수 사진을 통해서였다.
2016년에 NASA 오늘의 천체사진이라는 사이트에서 피너클 사막에서 촬영한 은하수 사진이 처음 등장했다.

 

2016년 2월 17일 NASA APOD에 처음 등장한 피너클스 사막 은하수 사진

이후 피너클 사막은 은하수 촬영 장소로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이곳 피너클 사막은 저녁 9시까지 개장한다.
대한민국에서 저녁 9시는 대낮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인적이 드문 서호주는 해가 지기만 하면 어두껌껌한 세상이다. 

저녁 9시까지만 개장해도 미리내를 볼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피너클(Pinnacle) 자체도 충분히 멋지고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전 정보 없이 이곳을 보게 된 안쥔마님은 피너클스 사막 풍광에 무척 놀라와했다.

 

피너클스 사막 풍광을 처음 만나는 순간

 

너무나 멋진 피너클스 사막 풍경

 

최장 높이 3.5미터에 달하는 석회암 기둥(Pinnacle) 모습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석회암 기둥들 1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석회암 기둥들 2

 

피너클스 사막의 장관 - 이 노란색 사막을 서호주 관광청에서는 Yellow Earth라고 표현한다.

 

뜨거운 햇살에도 피너클 사이를 돌며 보는 풍경은 힘들지 않고 놀랍기만 했다.


피너클스 사막은 대략 3만 년 전 해안선이 후퇴하면서 만들어진 해저지형이라고 한다. 
바닷물이 물러나면서 군데군데 조개무더기가 남았고
오랜세월 불어온 바람에 주위의 모래가 날려없어지면서
독특한 석회암 기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인식 범위를 뛰어넘는 장구한 시간동안 순전히 바람과 햇살에 의해 다듬어진 예술작품인 것이다. 

 

석회암 기둥의 세부 모습, 그 옛날 바닷물의 출렁거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그런 석회암 기둥과 함께 멀리 바다를 보며 
기나긴 세월의 한 자락을 느끼는 장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피너클스 사막과 바다 풍경


한편 피너클스 사막은 차를 타고도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구태여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지만 
꼭 사륜구동이 아닌 이륜구동 차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만큼 모래길이 판판하게 잘 닦여 있었다. 

피너클스 사막을 충분히 돌아보고 박물관에서 휴식을 취하며 뜨거운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다시 북쪽을 향했다.

 

피너클스 사막에서 북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세르반테스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세르반테스 식당 외관


식당은 크게 두 블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식사를 하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TV를 보며 술을 마시는 바 같은 공간이었다.

호주 아저씨들이 축구를 보며 일요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세 가지 해산물을 담은 모듬해산물 요리를 시켰고 안쥔마님은 랍스터를 시켰다. 
모듬해산물 요리는 영국식 요리답게 역시 바짝 튀겨져서 나왔다.
덩치 큰 랍스터가 그나마 고명식의 오명을 약간 벗어나는 외관을 만들어주었다. 

 


가격은 136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12만 4천원 돈이다.
맛은 그냥저냥했지만 호주 치고는 괜찮았던 것 같다.

식사를 하다가 왜 호주 영어를 이렇게 알아듣기 힘든지 알게 됐다.


서빙을 하는 어여쁜 호주 아가씨가 셔드 플랫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셔드 플랫?
그게 뭐지?
아! 셰어드 플레이트(Shared Plate)!

앞접시가 필요하냐고 물은 거였다. 

그랬다. 
호주 영어는 모음 발음이 많이 달랐다.
가뜩이나 못하는 영어에 당연히 못알아 들을 수밖에!

식사를 마치고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서 맥주를 샀다.
제럴턴에 도착하면 시간이 너무 늦어 술을 못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호둥이를 몰고 제럴턴으로 향했다. 

피너클 사막의 감동을 뒤로 하고 다시 북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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