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여행 9 - 란셀린 쿼드 바이크 투어

2023. 9. 2. 17:47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개기일식 여행은 하늘이 일정을 정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여행적기와는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게 나같은 별쟁이에게는 아무문제도 안 되지만
안쥔마님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 머나먼 칠레나 서호주에 큰 비용을 들여 다녀오면서 
좋다는 여름(대한민국의 겨울)이 아닌 늦가을이나 겨울에 간다는 건 이해못할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예전 칠레도 그렇고 이번 서호주도 그렇고
여행 초반에 안쥔마님을 위한 일정을 넣었다.

예전 칠레 여행의 발파라이소 와인투어가 그랬고,
이번 서호주 여행에서 선택한 것은 란셀린에서의 4륜 바이크 투어였다.

란셀린(Lancelin)은 숙소가 있는 레지포인트에서 북쪽으로 12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거대한 모래언덕(사구, Sand Dunes)이다. 

해안선의 후퇴와 함께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랜 세월동안 해변가 모레를 내륙으로 밀어올리면서 만들어진 모레언덕 지형이다. 

 

란셀린 풍경


사실 란셀린 바이크 투어 말고도 웨지 아일랜드 투어와 엑스머스의 고래상어 투어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엑스머스 고래상어 투어는 일정을 내기가 쉽지 않았고
웨지 아일랜드 투어는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여행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지만 란셀린 바이크 투어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예전에 안쥔마님과 사이판에 여행갔을 때 제트보트 여행을 했었는데 
안쥔마님은 강사의 통제를 벗어나 상당히 멀리까지 혼자 제트보트를 몰고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냥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사막 바이크를 모는 거 보니 모터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름 난 폭주족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란셀린 쿼드바이크 투어 접수 사무소.

 

란셀린 바이크 투어는 현장 판매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온라인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https://www.lancelin.com.au/)

 

쿼드바이크 투어 참가 신청서 서명 중.

창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신청서에 서명을 한 후 보증금을 결제하고 여권을 맡겼다. 

사진 왼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증금은 250호주 달러였다. 
실물카드로만 결재가 가능했다. 

전반적인 시설은 기대와는 달리 아주 허름했다. 
안전교육을 하는 젊은이는 사장의 동네 친구가 나온 듯 했다. 

 

사무실로 쓰이는 차량은 물론 헬맷이나 샌드 보드 등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시골 해수욕장의 청년회 운영 시설이 생각나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없었지만 화장실이 없다는 건 아쉬웠다.
한 사람 당 무려 13만 원의 비용을 내는 프로그램인데도 말이다. 

 

접수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니 젊은 청년 하나가 모두 모이라고 한 후 헬맷부터 고르라고 했다. 
청년이 우리 머리 크기를 눈대중으로 보더니 헬맷을 골라줬다.

그런데 안쥔마님에게 골라준 헬맷이 회색이었다.
내가 청년에게 한 마디 했다.

"야~ 레이디가 쓸 헬맷인데 블링블링한 핑크색으로 줘야지."

그랬더니 청년이 웃으며 비교적 깨끗한 분홍색 헬맷을 골라줬다.
나는 유니온 잭 무늬가 선명한 호주 국기 문양의 헬맷을 골랐다. 

 

헬맷착용 - 내 머리가 큰 건지 이너마들 머리가 작은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헬맷을 모두 고르자, 청년 둘이 자기 소개를 한 후 마음에 드는 오토바이를 골라 올라타라고 했다.

안쥔마님과 함께 냉큼 올라탔다. 

 

1인용 쿼드 바이크, 오늘 란셀린 모래언덕 투어를 할 바이크이다.



청년 둘이서 오토바이를 하나하나 돌며 시동을 걸어주고 
아무것도 조작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속도를 높이는 법과 브레이크 잡는 법을 알려줬다.

그런데 갑자기 안쥔마님 오토바이가 앞으로 부릉부릉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놀랐지만, 일하는 청년들이 화들짝 놀라 안쥔마님 오토바이로 달려갔다.

 

다행히 안쥔마님 오토바이는 금방 멈췄다.

  
청년들은 어이없어 하는 웃음을 지으며 오토바이에 매달려 후진기어를 넣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안쥔마님이 문제 드라이버로 찍혔다. 

 

예전 사이판 여행때도 그랬다.
주의사항이 가득 적힌 안내문을 먼저 받았는데 
안쥔마님이 나에게 읽고 간략하게 요약해 달라고 하길래 강사님이 자기만 따라오래. 라고 정리해 주었다.

그렇게 바다에서 강사와 함께 두 바퀴를 돈 후 강사가 직접 운전해서 움직여 보라고 하자
안쥔마님이 순식간에 먼바다까지 혼자 달려나갔었다. 
결국 강사와 내가 안쥔마님을 데려온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쫓아갔던 기억이 났다. 
그 생각이 나서 너무나 웃겼다.

 

이윽고 오토바이들이 줄을 지어 출발했다.

 

쿼드 바이크 주행 중


예전에 사우디에 출장 갔을 때 사막오토바이를 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안전요원은 물론 안전 교육도 없었고 그냥 정해진 시간동안 어디를 다녀오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오토바이는 그때보다 크기가 훨씬 컸다.
게다가 란셀린이라는 곳이 여기저기 사람이 모인 곳이 많고 
차가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바이크 주행은 선두에 선 청년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으로만 진행했다.
처음에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모래 언덕에 도열해 서서 휴식겸 포토타임을 가졌다.
흰모래 언덕과 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바다, 그리고 동쪽으로 일망무제로 펼쳐져 보이는 녹지가 인상적이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휴식 및 포토 타임을 갖는다.

 

 

포토타임을 즐기는 여행객들.

 

오토바이 여행에 마냥 신난 안쥔마님의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는 내 모습 역시 기록에 남았다.

 



다시 열을 지어 출발을 했고 란셀린 구석구석을 돌아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시간은 총 한 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모래 언덕이 워낙 다채로와서 선두를 따라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스릴있고 재미있었다.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샌딩보드를 타겠다고 보드를 빌렸다. 

쿼드 바이크를 탄 사람에게 샌딩 보드 대여는 무료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샌딩 보드를 탈만한 지점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샌딩 보드 한 번 타보겠다는 일념에 꾸역꾸역 걸어갔다.

 

사람들이 샌딩보드를 타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중

 

아직도 걸어가는 중... 하...멀다 멀어.

 

어찌어찌 도착해서 보드를 타는데 나는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도 그냥 보드 위에 앉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어렸을 때 동네 골목에서 눈썰매 좀 탔다고 자부하는데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반면 안쥔마님은 너무나 잘 탔다. 

 

 

안쥔마님의 샌딩보드 실력


샌딩 보드는 타고 내려오는 것도 문제였지만 또 타려면 다시 모래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체력이 보통 강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 

 

다시 힘겹게 올라가는 중. 그냥 나이든게 보이는 처절한 사진...


그렇게 네 다섯번을 타고 철수 했다.
역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떠나야 한다.

 

쿼드바이크와 샌딩보드에 마냥 신난 안쥔마님을 위한 기념사진 한 컷.

 

나는 철수중... 자 이제 돌아갑시다. ㅡㅡ;;;

 

이렇게 2023년 개기일식 여행에 동행한 안쥔마님을 위한 접대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안쥔마님이 마음에 들어해서 참 다행이었다! 

 

이전 이야기 : 서호주 일식 여행 8 - 얀쳅 국립공원 : 본격적인 여행 시작

다음 이야기 : 서호주 일식여행 10 - 레지포인트 : 서호주 밤하늘 맛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