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여행 7 - 내 인생 첫 오토 캠핑장

2023. 6. 3. 16:28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이름을 만난다.
동일한 대상을 나라나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오토캠핑장이 그랬던 것 같다.

'오토 캠핑장'이라는 단어는 그저 예전부터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일 뿐  호주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호주에서는 주차장을 'Car Park'라고 불렀다.
'Auto'라는 말대신 'Car'가 쓰인다는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뭔가 올드한 느낌이랄까?

구글 지도나 구글 어스에서 오토 캠핑장을 검색할 때는 Caravan Park라는 단어를 썼다.
실제 지도나 관광 안내문과 같은 공식 문서에도 Caravan area, Caravan & Campgroud 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Caravan'이라는 단어가 오토 캠핑장을 뜻하는 대표 단어인 것 같았다.

사기업 수준에서는 다양한 단어들이 쓰였던 것 같다.
Tourist Park, Holiday Park라는 단어들이 쓰였고 아주 드물지만 Station Stay라는 단어도 사용되었다.
오토 캠핑장이 주로 연맹체로 운영되다보니

BIG4나 Discovery 등 연맹체의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 오토 캠핑장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호주에 오토 캠핑이 일반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내가 서호주 로드 트립에서 첫 번째로 선택한 오토 캠핑장은

퍼스 중심가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B4 Midland Tourist Park였다.

 

낯선 운전 환경도 그렇지만, 오토 캠핑장을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오토 캠핑장이 어떤 곳인지 학습도 필요했다.
그래서 가까운 오토 캠핑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오토 캠핑장에 들어가는 과정은 전혀 어렵지도, 까다롭지도 않았다.
오토 캠핑장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리셉션 룸에 들어가 예약 내용을 보여주었다.

 

BIG4 Midland Tourist Park 입구

 

리셉션 풍경 : 첫 오토 캠핑장이다보니 리셉션 바로 앞에 차를 대면 된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찾아갔다.

 

진입로 풍경 : 모든 오토 캠핑장 내의 속도는 시속 8킬로미터였다. 엑셀을 전혀 밟지 않고 움직이는 속도이다.

 

직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중.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직원이 캠핑장 지도를 주었다.

내가 사용할 캠프 사이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가까왔다.

잘 모르는 오트 캠핑장 내부를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좋다고 생각했다. 

캠핑장 지도에 표시된 우리 캠프 사이트 위치, 입구와 가까운 널찍한 사이트인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갔을 때 길을 잘못 들어 끝까지 갔다가 돌아나와야 했다.

그만큼 오토 캠핑장이라는 공간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오토 캠핑장에 들어와서 헤매는 모습이 안쥔마님 핸드폰에 남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안에까지 들어갔다 나온 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뭇가지들이 차 윗면에 쓸리는 경험을 하면서 차고가 높다는 걸 새삼 인식하게 해 준 것이다.

이후 여러 주차장을 다닐 때마다 항상 위쪽에 걸리는 건 없는지 신경쓰게 되었다. 

 

캠프 사이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전기를 연결하고 상수도를 연결했다.
가이드 없이 직관적으로 할 수 있었다.

전기와 상수도 연결은 나 같은 초보자가 그냥 봐도 쉽게 연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하수도였다. 
하수도 호스를 어디에다 놔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수도를 연결하는 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리셉션으로 가 아까 안내를 해준 예쁜 여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도움이 좀 필요한데."
"뭐가 궁금한데?"
"하수도는 어디로 연결해야 하니?"

그러자 옆 문이 열렸다.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이 나왔다.

 

"뭘 도와줄까?"
"사실 내가 오토 캠핑장이라는 곳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야.

 하수도 호스를 어디에 연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화장실 오물 처리(Dump point) 말하는 거야?"
"아니 그냥 하수도(Grey Water)."

그러자 건장한 청년이 알려주겠다며 따라나섰다.
주차장 잔디밭에 너무나도 당연한 듯 하수도 구멍이 있었다. 
뭐든 알고나면 쉬운 법이다.

또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는 친절한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수도 호스(검은색 호스)를 하수구에 연결한 모습. 뭐든 알고나면 쉬운 법이다.


이젠 호둥이 실내를 정리할 차례다.
호둥이 실내는 평소에는 탁자와 의자 구조였다.
잘 때는 탁자를 제거하고 의자 등받이 쿠션을 바닥에 놓아 침대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탁자가 필요없다.
방에서 모든 걸 해결했던 옛 세대 아닌가 말이다. 

왠만큼 모자란 것 쯤은 이래저래 융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침대를 만들었다.

아니, 침대라기 보다는 방을 만든 것이다. 
밥은 방에 앉아 작은 박스를 개다리소반처럼 놓아 먹으면 될 일이다.

 

뒤는 아예 침대를 펴버리고 사물함 구석구석에 짐들을 정리해 넣었다.


정리가 끝나고 털썩 엎드려 버렸다.

 

피곤이 몰려왔다. 
낯선 캠핑카, 낯선 도로에, 낯선 운전에, 낯선 캠핑장에 
어쨌든 모든 걸 잘 마쳤다. 

내일 예약된 오토 캠핑장은 Ledge Point에 있는 캠핑장이었다. 
거리는 약 130킬로미터.   
오늘보다는 훨씬 긴 거리지만 하루에 움직일 거리치고는 길지 않은 거리였다.
그래서 원래는 Perth 바로 아래에 있는 Fremantle이라는 항구도시를 구경하고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일 바로 도시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운전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정을 변경했다.
Fremantle은 돌아올 때 들르기로 하고 대신 내일은 중간에 있는 얀챕 국립공원을 들려 느긋하게 구경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와 캠핑장을 한 바퀴 돌았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캠핑장이라기 보다는 월세집이 몰려 있는 단지같은 느낌이었다.

 

캐빈형 숙소라기보다는 우체통까지 갖춘, 아예 집처럼 보이는 곳도 여러 곳 있었다.

 

카라반이 놓여져 있는 이곳 역시 아예 정주형 주택처럼 보였다. 이런 곳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고보니 이 캠핑장 지도에 'HOMES FOR SALE'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러네, 그냥 이런데 살면 되겠네. 

집이 무슨 필요야. 이 세상이 다 집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화장실은 한쪽에는 좌변기 블록이, 반대쪽에는 샤워실 블록이 있었다.
따끈한 물이 잘 나왔고 화장실은 무척 깨끗했다.
하지만 공간이 커서 새벽에 혼자 올 때 사람에 따라서는 무서움을 느낄 법도 했다.

실제 안주인 마님은 새벽에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해서 화장실 앞까지 같이 다녔다. 

 

깨끗하지만 휑해 보이는 화장실 및 세면장

 

세탁실에는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다.
1달러 혹은 2달러 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모든 시설이 깨끗해서 맘에 들었다. 

공용 부엌도 괜찮았다.
전자렌지와 가스렌지, 커피포트는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프라이팬과 식기, 조리도구 등이 있었다. 
비가 내려 차 안에서 식사를 해야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용부엌 풍경 : 깨끗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편안하게 쓸 수 있었다.


뛰어 다니는 아이들, 한 두 명 지나가는 어른들 모두 우산을 쓰는 사람이 없었고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녔다.
호주에서는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자연환경이 깨끗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부러웠다. 

식사거리를 챙겨들고 나오자 우리보다 먼저 온 노부부가 있었다. 
인사를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서양권에서 으레 그랬듯 이곳 역시 처음 본 사람들끼리라도 인사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잘 하지는 않는 반면 일단 서로 인사를 했다면 인사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다음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곳은 반대다.
서로 인사는 하는 대신 인사만 하고 끝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재미있는 차이다. 

불판에 잔뜩 올린 안쥔마님의 로망 양갈비구이, 덕분에 나도 잔뜩 먹었다.

 

식사를 하다보니 코스트코에서 사 온 술 한잔이 생각났다. 
그래서 남은 것을 챙겨 차로 들어가 술을 땄다. 

 

첫 캠핑카, 첫 오토캠핑장을 만난 하루를 마무리하는 술 한잔!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뜨거운 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됐다.

캠핑카도 몰아봤고, 오토 캠핑장이 대충 어떤 곳인지도 알게 됐다.

이제 열심히 움직이기만 하면 될 일이다. 

오늘처럼 안전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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