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머스 3

서호주 일식 여행 15 - 빛의 향연

2023년 4월 20일 아침 6시 30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엑스머스 하늘에 해가 떠올랐다.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빛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이미 바닷가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엑스머스 골프클럽 주차장 정문은 바닷가로 이어진 길목에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다로 나가는 차들이 종종 보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나가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 싶었다.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안쥔마님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가져다 주기로 했다. 해변이 가까우니 여러가지로 참 편했다. 해변으로 들어오는 길목 양쪽에 큰 모래 둔덕이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드넓게 내려다보였다.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분다는 것이었다. 강한 ..

서호주 일식 여행 14 - 약속의 땅, 엑스머스(Exmouth)

날이 밝을 때까지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아침이 되자, 어제는 어두워서 잘 볼 수 없었던 Big4 Plantation Caravan Park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독특한 규칙이 있었다. 하수구가 따로 없고 허드렛물은 그냥 잔디밭이나 나무에 버리라고 되어 있었다. 캠핑카에 물을 채울 수 없다는 규정도 있었다. 그러고보면 서호주에서 만난 오토캠핑장은 저마다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캠핑장에 머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물론 화장실과 샤워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공통점은 한결 같았다.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엑스머스까지의 거리가 36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한편 어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신 정의완 선생님 가족은 아침부터 서두르셨다..

서호주 일식여행 1 - 그 하늘과 그 태양, 그 달을 향한 여정의 시작

글을 쓰며 사는 삶은 삶 자체가 슬럼프다. 글이 안 써지면 안 써지기 때문에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하고 써지면 써지기 때문에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글이 써져도 그 글이 과연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지 확신조차 없다. 그래서 삶 자체가 슬럼프가 되고 방 자체가 감옥이 되고 나란 존재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난 지금의 삶이 좋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닌 내가 선택한, 나를 위한 삶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24일. 퍼뜩 '개기일식' 생각이 들었다. 2019년 7월 칠레 아타카마에서 만났던 그 개기일식. 이후 모든 개기일식을 쫓아다닐거라 다짐했지만 세상의 국경이 잠기며 가지 못했던 그 개기일식. 그러나 세상은 이미 포스트 팬데믹에 접어들고 있었고 국경이 열리고 있었다. 그래!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