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7. 12:01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글을 쓰며 사는 삶은
삶 자체가 슬럼프다.
글이 안 써지면 안 써지기 때문에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하고
써지면 써지기 때문에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글이 써져도 그 글이 과연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지 확신조차 없다.
그래서
삶 자체가 슬럼프가 되고
방 자체가 감옥이 되고
나란 존재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난 지금의 삶이 좋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닌
내가 선택한, 나를 위한 삶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24일.
퍼뜩 '개기일식' 생각이 들었다.
2019년 7월 칠레 아타카마에서 만났던 그 개기일식.
이후 모든 개기일식을 쫓아다닐거라 다짐했지만
세상의 국경이 잠기며 가지 못했던 그 개기일식.
그러나
세상은 이미 포스트 팬데믹에 접어들고 있었고 국경이 열리고 있었다.
그래!
개기일식을 만나러 가야지.
남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
그 소중한 삶을 선사해준 그 개기일식을 말이다.
부랴부랴 개기일식 정보를 찾아봤다.
2023년 4월 20일.
개기일식대는 서호주를 스쳐서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를 지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지도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서호주 엑스머스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 지역의 숙소는 모두 동나 있는 상황이었다.
한정된 지역을 지나는 일식 특성을 봤을 때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대안으로 동티모르를 생각했다.
하지만 동티모르 여행정보는 너무나 없었고
결정적으로 함께 동행할 안쥔마님께서는 서호주를 가고 싶어했다.
목표지역은 결국 서호주 엑스머스로 결정됐다.
엑스머스 숙소는 잡을 수 없었지만
그 대신 가장 가까운 카나본이라는 도시에 4월 18일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숙소가 정 없으면 걍 길바닥에서 자면 되지.
사람이 지구에 누워 자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
일단 그렇게 발판 하나를 마련한 후
나는 다시 나의 글감옥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삶을 선사해준 달그림자를 다시 맞게 되었을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렇게 나의 서호주 일식 여행이 시작되었다.
'1. 별과 하늘의 이야기 > 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호주 일식여행 6 - 내 인생 첫 캠핑카 호둥이. (2) | 2023.06.02 |
---|---|
서호주 일식여행 5 - 고명식과 선입견 (0) | 2023.05.23 |
서호주 일식여행 4 - 지도로 뛰어들기 (0) | 2023.05.23 |
서호주 일식여행 3. - 캠핑카 렌트가 필요할까? (0) | 2023.05.19 |
서호주 일식여행 2 - 숙소준비 : 호주의 숙소 바가지 (0) | 202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