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여행 2 - 숙소준비 : 호주의 숙소 바가지

2023. 5. 18. 15:50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서호주에 관련된 여행정보를 찾을 때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건 '대자연'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과 사막, 
캥거루와 에뮤를 비롯한 야생동물들,
별이 가득찬 밤하늘 등.
때묻지 않은 대자연이 있기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아웃도어 레저/스포츠의 천국이라는 인상이 따라붙고 '모험'이라는 인상이 그 다음을 잇는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척박함', '위험', '연락두절'과 같은 부정적 인상이 따라붙는데,
사람이 부정적인 일에 더 민감하다고
나 역시 위험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신경을 잔뜩 써야 했다. 

당연히 가장 첫 번째로 신경써야 할 일은 '숙소'였다. 

1. 숙소 - 호주의 숙소 바가지

개기일식을 6개월 남겨둔 2022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숙소나 카라반 사이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숙박 시설이  6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4월 20일 전후 1,2일의 기간동안 엑스머스(Exmouth)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숙소를 전혀 구할 수 없었다.
희한하게도 180일 전부터 열린다는 예약 사이트를 시간 맞춰 확인했음에도

예약이 꽉차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마우스 클릭이 늦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몰려서 생긴 문제라면 사이트에서 속도 저하를 비롯한 낌새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많은 카라반 사이트의 예약 현황 데이터가 업데이트 되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다만 아는 분이 알음알음을 통해 어떤 캠프 사이트 예약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국 '지인찬스'가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고보면 어떤 선입견 같은게 있는 것 같다.
영미권 사람들은 뭔가 우리보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법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성수기를 노린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었다. 

의심만 남은 매진 상황도 그렇지만, 너무나 명백한 바가지가 서호주에서도 극성을 부렸다. 

퍼스에서 엑스머스까지 중간에 있는 카라반 사이트들 중 상당히 많은 곳들이 
이틀, 사흘, 심지어는 나흘이상 반드시 묵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즉, 단가를 올리는 대신 최소 숙박일수를 올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내 경우 레지포인트(Ledge Point)와 제럴턴(Geraldton), 카나본(Carnarvon)에 있는 카라반 파크를 예약했는데 
하나같이 최소 이틀 이상 숙박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난 처음엔 으레 그런 줄 알았다. 

일식이 끝나자마자 이러한 제한들이 슬그머니 없어지는 걸 보고 그제서야 그들의 상술인 줄 알았다. 

 

어쨌든 일단 여행 일정에 맞춰 대한민국에서 미리 확보한 숙소 현황은 다음과 같았다. 

출발전 확정한 동선 및 숙소 현황

 

미드랜드 투어리스트 파크(Midland Tourist Park) 파워 사이트 1박(4월 13일 ~ 14일)

미드랜드 투어리스트 파크 파워사이트

미드랜드는 퍼스 동쪽으로 20킬로 남짓한 외곽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이다. 
캠핑카 운전이 미숙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거리만 이동할 목적으로 선택한 카라반 파크이다. 
애초에 오토 캠핑 자체가 생판 처음인 나로서는 호주의 카라반 파크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파워 사이트(Powered Site)란 전기 충전시설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레지포인트 홀리데이 파크(Ledge Point Holiday Park) 파워 사이트 2박 (4월 14일 ~ 16일)

레지포인트 홀리데이 파크 파워사이트

레지포인트 홀리데이 파크는 최소 2박이라는 제한이 있었다. 
동선 상 올라가는 길에 얀챕 국립공원에 들르고 그 다음 날 란셀린 사막 투어로 2박을 떼우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사실 몰아치면 하루에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인데 2박이라는 제한 때문에 일정을 느슨하게 잡았다. 


제럴턴 선셋 비치 (Big4 Geraldton Sunset Beach) Ensuite Site 2박 (4월 16일 ~ 18일)

제럴턴 선셋 비치 바베큐장과 놀이터

이때부터는 이미 Unpowered Site든, Powered Site든 매진된 곳이 많았다. 
Ensuite Site라는 건 그래서 선택한 곳인데 이건 화장실과 샤워실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물론 가격은 1박 당 20불(대략 18,000원) 더 비쌌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이곳 역시 최소 2박이라는 제한이 있었다.

 

 

플렌테이션 카나본 파크 (Big4 Plantation Carnarvon Park) 파워사이트 2박 (4월 18일 ~ 20일)

플렌테이션 카나본 파크 파워사이트

이곳에서 엑스머스까지는 360킬로미터 거리였다. 
서울에서 울산까지의 거리이니 상당한 거리였음에도 

엑스머스는 물론 리어몬스, 닝갈루, 코랄베이까지 모든 숙소와 카라반 파크가 매진이었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식은 4월 20일 오전 11시 6분 경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4월 20일 아침 일찍 출발하든, 아니면 전날 미리 엑스머스에 가서 노숙을 하든 할 생각을 했다. 


온슬로우 디스커버리 홀리데이 파크 (Onslow Discovery Holiday Park) 파워사이트 1박 (4월 20일 ~ 21일)
역시 에스머스 인근에 숙소가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다. 
엑스머스에서 대충 25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일식이 끝나고 이동해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실제 도로는 훨씬 더 많이 돌아가서 400킬로미터 거리였다. 


포트헤드랜드 디스커버리 파크 (Port Headland Discovery Park) 파워사이트 1박 (4월 21일 ~ 4월 22일)
일식 후로는 인근 숙소들도 매진이 많았다. 
원래는 포인트 삼손에서 숙소를 구하고 싶었는데 숙소가 없어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포트헤드랜드까지 가게 되었다. 
카리지니 국립공원을 북쪽에서 진입하는데 괜찮을 것 같아 선택했다. 

 

 

에코 리트리트 (Eco Retreat) Unpowered Site 2박 (4월 22일 ~ 24일)

에코 리트리트 언파워사이트

일식을 보고 나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카리지니 국립공원과 그 안에 있다는 숙소 에코 리트리트였다.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워낙 유명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잡광이 하나도 없다는 에코 리트리트에서 남반구 하늘의 미리내를 보는 것이었다. 
물론 카리지니 국립공원은 소문만큼 훌륭했고 하늘 역시 좋았다. 
다만 에코 리트리트는 여러가지고 실망스러웠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더 자세하게 기록할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숙소를 확정한 후 여행을 시작했다. 

퍼스에서 캠핑카를 반납하는 건 4월 28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즉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동안은 부지런히 퍼스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여정은 현지에서 더 알맞게 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2. 카라반 파크 네트워크

우리 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의 오토 캠핑장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서호주의 오토 캠핑장 시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으로 느낀 서호주의 오토 캠핑장 시설은 아주 훌륭했다. 

아마도 땅덩이가 너무나 넓고 그에 따라 인구밀도가 낮다보니 
오토 캠핑이 일상화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서 그런 것 같다. 

오토 캠핑장은 마치 항공사처럼  연맹체를 맺고

연맹체 내에서 회원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알게 된 BIG4라는 연맹체에 45,000원의 회비를 내고 회원 가입을 했다. 

물론 BIG4 소속의 오토 캠핑장 시설은 괜찮았다. 
문제는 BIG4 연맹체가 제공하는 서호주의 오토 캠핑장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뉴사우스 웨일즈나 퀸즈랜드처럼 우리가 잘 아는 호주의 대표도시들이 모여 있는 지역의 오토캠핑장은 
무려 120개에 육박하는 반면 서호주의 오토캠핑장은 고작 19개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서호주가 워낙 넓다 보니 내 동선에 있는 오토캠핑장의 수는 그보다도 훨씬 적었다. 
좀더 충분히 정보를 알았더라면 다른 연맹체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연맹체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BIG4 HOLIDAY PARKS  ( https://www.big4.com.au/ )

   내가 선택했던 연맹체.
   안주인 마님은 그래도 BIG4 계열의 오토캠핑장 시설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G'DAY PARKS   ( https://gdayparks.com.au/ )
   G'DAY PARKS는 서호주에 무려 55개의 오토캠핑장을 거느리고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G'DAY PARKS에 회원가입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 연맹체의 오토캠핑장으로

   톰 프라이스(Tom Price Tourist Park)와 덴험의 오토캠핑장(Denham Seaside Caravan Park)을 갔었는데
   두 군데 모두 훌륭했다.

덴험 시사이드 카라반 파크 씨뷰 파워사이트


   특히 Tom Price의 경우는 인터넷에 있는 사진도 그렇고 기존에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정보도 그렇고 
   다소 낡은 곳처럼 보여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시설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될만큼 좋았다. 

톰프라이스 투어리스트 파크 파워사이트

 

   
DISCOVERY PARK ( https://www.discoveryholidayparks.com.au/ )
   애초에 예약을 한 곳 중 온슬로우와 포트 헤드랜드의 오토 캠핑장은  DISCOVERY PARK 연맹체의 캠핑장이었지만 
   중간에 일정을 바꾸면서 방문하지 못했다. 
   나중에 추가로 들른 프리맨틀의 오토캠핑장(COOGEE BEACH DISCOVERY PARK)은 그냥저냥 평타 수준이었다. 

쿠기비치 디스커버리파크 파워사이트

   이 곳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 예약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래서 환불 문제가 쉽지 않았었다. 
   다만, 온슬로우부터 브룸까지 서호주 북부에 캠핑장이 많아 이곳을 여행한다면 고려할 수 있을만한 연맹체이다.  
   
   
서호주 주정부 사이트   ( https://exploreparks.dbca.wa.gov.au )
   서호주에는 사설 오토캠핑장 말고도 수많은 오토 캠핑장이 있다. 
   주로 서호주 주정부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오토캠핑장이 홈페이지에 192개나 등장한다. 
   다만 이곳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오토캠핑장들은 
   비포장도로를 통한 접근, 샤워시설 또는 수세식 화장실 없음, 전기제공 없음 등
   대체로 오지여행의 느낌을 풍기는 자연친화적인 캠핑장들이었다. 


   다만 앞서도 언급한 뭔가 알음알음으로 캠핑장 부킹이 마무리된 것 같다고 느낀게 바로 이 사이트이다. 
   결론적으로 난 여기서 제공하는 오토캠핑장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이니만큼 여기서 나오는 소식지를 구독한 것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일식 날짜가 다가오자 서호주 주정부는 엑스머스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여 다양한 임시 오토캠핑장을 마련했다. 
   이 소식을 먼저 접한 덕에 엑스머스 골프클럽에서 운영하는 임시 오토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은 상당했지만  다른 임시 오토캠핑장과 달리  깔끔한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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