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일식여행 3. - 캠핑카 렌트가 필요할까?

2023. 5. 19. 16:221. 별과 하늘의 이야기/2023 서호주 일식 여행기

1. 캠핑카 렌트가 필요할까? 

서호주 개기일식 여행을 마음 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2023년 4월 20일, 엑스머스(Exmouth)에 숙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모두 매진된 상태였고 아직 예약이 개시되지 않은 몇몇 숙소는 너무나 비쌌다. 

 

따라서 나의 렌트카 선택은 자연스럽게 캠핑카로 귀결되었고
이후 숙소로는 오토 캠핑장만 찾아보게 되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캠핑카 대여업체는 마우이(MAUI)와 아폴로(APOLLO)라고 한다.

그래서 이 두 개 업체의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캠핑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우이 홈페이지 : https://www.maui-rentals.com/au

아폴로 홈페이지 : https://www.apollocamper.com 

 

하지만 워낙 캠핑카에 대해 아는 게 없다보니 모든 정보들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내 목표는 너무나 확실했다. 
"화장실이 있는 2인용의 가장 작은 캠핑카"이기만 하면 됐던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여러 홈페이지를 전전했다.

 

특히 캠퍼밴파인더(https://www.campervanfinder.com.au)라는 사이트는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가장 저렴한 렌트카를 중개해주고 있었다. 

 

물론 비용도 중요하긴 했지만 
드넓은 서호주에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절대적으로 없길 바랬기 때문에 
내게는 차량의 연식이 더 중요한 조건이었다. 
결국 이 조건 때문에 중개업체보다는 업체명을 걸고 직접 대여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레츠고라는 이름의 회사 사이트(https://www.letsgomotorhomes.com.au/)에서 
2인용 모터홈(Moterhome)을 예약했다. 

 

이렇게 자료를 찾다보니  

막연하게 캠핑카로만 알고 있었던 차박용 레저차량의 종류가 대체로 세 종류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첫째는 '캠퍼밴(Campervan)'이다. 
캠퍼밴이란 잘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레저용 차량을 말한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가스렌지, 전자렌지, 냉장고, 싱크대 등이 갖춰진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모터홈(Moterhome)'이다. 
모터홈은 캠퍼밴의 기본 설비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차량을 말한다. 

설비를 더 갖추고 있는만큼 모터홈이 대체로 캠퍼밴보다 덩치가 크다. 


마지막으로는 '카라반(Caravan)'이다. 
카라반은 모터홈처럼 모든 생활 설비가 갖춰진 별도 트레일러 공간을 말한다.
즉 카라반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카라반을 끌고 다닐 자동차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만큼 외형에서 명확하게 구분된다. 

 

서호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카라반의 모습,

 

기본적으로 이 세가지 종류를 구분할 줄 알아야 했다. 
왜냐하면 숙소를 예약할 때 내가 가져갈 차가 어떤 종류인지 선택하고 길이를 기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터홈은 특히 사이즈가 다양하여 길이와 높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카라반의 경우는 이동의 제약이 종종 보였다. 
예를 들어 몇몇 캠핑장에서는 
체크인을 하고 나서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 카라반은 이동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다는 경우가 있었다. 
국립공원에서도 제약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칼바리 국립공원이 그랬는데, 
카라반의 경우 게이트 옆에 있는 주차장에 카라반은 정박해두고 차만 들어가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사실 트레일러를 끌고 다닌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보통 운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캠핑카를 렌트하는 입장에서 카라반을 빌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사람의 취향이란 다양한 것이니, 혹시 로드트립에 카라반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제약사항을 알 필요가 있다. 

내가 모터홈을 빌리는데  사용한 비용은 다음과 같다. 

 

반납시 보증금에서 가스 사용료(35AUD)를 빼고 환급받음

 

대여기간이 총 16일이었으므로 하루에 약 22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서호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비용을 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서호주 고속도로는 동호주와 달리 모두 무료이다. 
따라서 톨패스(Toll Pass)는 전혀 필요 없다. (내가 묻기전엔 대답도 안 해 줬음...어이상실)

다행히 이 정보는 미리 알게 되어 Toll Pass 비용(49AUD)은 줄일 수 있었다.

아쉬운 건 보험옵션이었다. 
보장범위를 기본(Bronze)에서 한 단계 높였고(Silver) 하루 30AUD씩 총 480AUD(약 43만원)를 더 냈다. 

실버등급은 사고시 부담비용을 5,000 AUD에서 2,000 AUD로 낮추는 것 외에 브론즈와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이것이 서호주 여행동안 심리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서호주에서 가장 발생가능한 일은 타이어가 펑크나는 일이다. 
그러나 브론즈나 실버 모두 이에 대한 비용 보장 옵션이 없었다. 

 

물론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비록 이번 개기일식 여행에서는

정식 오토캠핑장이 아니었던 엑스머스에서 모터홈이 유용하긴 했다.  

하지만 다시 서호주 로드트립을 간다면 캠핑카는 더이상 빌리지 않을 것 같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취사설비, 샤워장, 화장실이 필요 없음.
         카라반 파크가 하나같이 시설이 좋아서 취사설비, 화장실, 샤워실 따위를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정 이동중에 식사를 해야 한다면 코펠이나 버너를 준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화장실 역시 드문드문하긴 했지만 쓸만한 화장실들이 있었다.         

     
둘째. 숙소 대체제가 많음. 
        캠핑카란 결국 차에 침대가 있는 차이므로  평탄화가 가능한 차라면 얼마든 대체가 가능하다. 
        또한 왠만한 카라반 파크에는 캐빈형  숙소와 텐트 사이트도 있기 때문에 
        차에서 자는 게 불편한 사람들이 선택할 옵션도 충분한 셈이다. 
        물론 캐빈형 숙소의 비용은 캠핑카 파워사이트보다 평균 3배 이상 비싸긴 하다.

        하지만 캠핑카 렌트비용이 보통 차량의 렌트 비용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벌충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가 공급되는 텐트 사이트의 비용은 대체로 캠핑카 파워사이트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셋째. 익숙한 운전이 주는 안정감.
         서호주를 캠핑카로 돌아다니면서 가장 적응이 힘들었던 것은 높은 무게 중심이었다. 
         그래서 정규 속도 110킬로인 고속도로에서 100킬로 이상으로 달리지 못했다. 
         물론 110 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려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로 포장 수준이 생각보다 낮아서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는 크게 흔들렸고

         이에 따라 커지는 세간도구 소리가 적잖이 신경쓰였다. 
         꼭 승용차가 아니라 SUV나 승합차만 되었어도 이런 느낌은 전혀 없었을 것이고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리며 이동에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동영상 설명 > 높은 무게 중심과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서호주의 도로 포장 수준 때문에

                       캠핑카의 요동은 생각보다 심했고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점은 서호주에서 캠핑카를 몰고 다니는 내내 아쉬운 점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경치가 좋은 어딘가에 마음대로 주차하고 하룻밤을 보내고자 한다면 캠핑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카라반 파크가 주는 안전함과 그에따른 심리적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서호주에 다시 가더라도 결국 카라반 파크에만 머물 것 같다. 
멋진 경치는 낮에 보면 되고 찬란한 별들은 카라반 파크의 밤하늘에도 똑같이 빛나기 때문이다. 
     

2. 그 외의 준비사항.

- 항공편.
  퍼스 직항이 없어 싱가폴을 경유하는 싱가폴 에어라인을 선택했다. 
  왕복이 아닌 다구간을 선택했다. 
  돌아오는 길에 1박 2일동안 싱가폴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인터넷.
   2019년 칠레 개기일식 여행 때 와이파이 도시락을 워낙 편하게 사용해서 이번에도 와이파이 도시락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숙박을 했던 칠레와 달리 

   화장실, 샤워장, 주방 등을 이용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떨어져야 하는 오토캠핑장의 특성 상

   와이파이 도시락에서 멀리 떨어진 한 사람은 네트워크가 끊기는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사소한 문제이고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서호주에서 로밍데이터를 구입했다. 

   와이파이 도시락이 사용하는 인터넷 망 제공 회사도 Telstra고 로밍데이터가 사용하는 인터넷 망도 Telstra인데
   왜 유독 와이파이 도시락만 잘 안 되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와이파이 도시락은 배터리를 너무빨리 잡아 먹었다. 

   그래서 엑스머스와 카리지니 등 Unpowered Site에 머무는 기간에는 미리미리 보조배터리를 준비해야 했다.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움직일 때 결코 작지 않은 와이파이 도시락을 들고 다닌 것도 부담스러웠다.
    
   다음부터는 그냥 애초에 로밍데이터를 구입하든 아니면 유심을 사든 해야겠다. 
    
- 서호주 국립공원 PASS 
   서호주 관광청에서 Holiday Park Pass 한 달 짜리를 구입했다.

    (온라인 구입처 : https://shop.dbca.wa.gov.au/collections/park-passes )

    서호주 내의 모든 국립공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한국에서 프린팅을 해서 캠핑카를 빌렸을 때 대시보드 위에 두었고 국립공원에 입장할 때마다 제시했다. 

 

서호주 국립공원 홀리데이 패스(Holiday Pass) - 상단 손글씨는 피너클스 경비원이 적은 차 번호이다. 왜 적었는지 모르겠다. 돌려쓰는 사람들이 있나?

 

- 양봉모자 
    경남 사천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시장에 들러 양봉모자를 샀다.
    5,000원씩 두 개 해서 총 만원이 들었다.
    제럴턴 북쪽은 말 그대로 파리의 왕국이었다.
    희한하게 도시에 들어서면 파리가 확 줄었지만 국립공원이나 휴게소 등에서는 여지없이 파리의 습격을 받아야 했다.

    이런 곳에서 너무나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파리왕국에서 양봉모자는 너무나 유용한 준비물이었다.


    
- 기타 
  출국 한달 전에 호주 ETA 비자 앱을 설치하고 작성했다. 

 

  가까운 면허시험장에 가서 국제면허증도 발급 받았다. 

  영문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국제면허증이 별도로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다음에는 영문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자 보험에도 가입했다. 거의 비슷한 조건을 나는 KB로, 안쥔마님은 메리츠로 가입했는데 메리츠가 훨씬 처렴했다. 

 

 

이렇게 모든 여행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그 다음날 드디어 서호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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