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감성을 담은 최초의 편지 - 우주로 띄운 편지 마지막회 - 4 -

2008. 5. 12. 02:51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 우주로 띄운 편지 마지막 편은 보이저 1호와 2호에 탑재되어 발사된 보이저 레코드를 다룹니다.
     내용자체는 많지 않으나 인용자료가 많은 관계로 네 번에 나누어 기록합니다.

 

 

6. 보이저, 그 위대한 업적을 위한 찬사.

 

1977년 발사된 보이저1, 2호는 175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태양계 행성의 일렬 배열을 활용하여 행성의 중력을 통해 얻은 추진력으로 태양계 외행성 너머까지 도달할 수 있었으며 결국 현재까지 인간이 만든 기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간 공간을 향하고 있다.     

       

 

  <보이저 1, 2호의 비행궤도 개관 :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Image:Voyager_Path.jpg>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까지 보이저 우주선은 같은 태양계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래서 너무나 빈약하기만 했던 외행성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우선 보이저 호는 목성의 3개 위성, 토성의 5개 위성, 천왕성의 10개 위성, 
해왕성의 6개 위성을 추가로 발견하였으며 목성의 강한 자기권과 고에너지 이온을 측정하였다.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외계행성에서는 처음으로 화산활동을 목격하였으며 목성에 존재하는 고리와 천왕성에 추가의 고리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외에도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해 그리고 이 행성들이 거느리고 있는 각각의 위성들이 가진 독특한 성격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지식의 대부분은 보이저 호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엉뚱한 질문을 던져봄직하다.
  
"그러나, 그래서 그것이 뭐 어떻다는 것인가?
보이저 호에 의해 뭔가 특별히 창조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상 그곳에서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발견될 수밖에 없는 
몇몇 메마른 천체를 발견한 것이 전부이지 않은가?"
"설령 발견의 업적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잠시도 머물 수없는 거대기압과 초고속 폭풍, 고에너지 이온이 드글거리는 그 지옥과도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사용할만한 일체의 에너지를 캘 수도 없는 노릇인데, 결국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해  만분의 일도 이익이 없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이처럼 유치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태여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뭔가 다른 생각을 뽑아낼 단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보이저'를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글들이 나오고, 하나같이 보이저의 과학적 성과를 기술, 나열,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기술적 성과는 물론 찬양받을만 하지만, 이것에 매몰될 경우 더욱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보이저 호의 위대함은 오히려 이러한 비행체의 출발이 가능했던 사상적 배경 또는 이러한 비행체를 발사한 공동체(여기서는 '미국'이라는 국가 집단이 되겠다)의 사회적 각성에 중점을 두어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우주산업은 냉전 시대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미국과 소련의 경쟁 속에서 태동, 성장했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곳에나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협은 이미 지구궤도상에 공전위성체를 띄웠을 때, 그리고 달에 무인이든, 유인이든 우주선이 도착했을 때 이미 충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 이상의 도전은 더 이상 이런 시시한 과시욕으로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의 파이오니어 호를 이어 보이저 호가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을 때, 이러한 사업을 가능케 한 것은 미지에 대한 탐험, 도전, 그리고 지식에 대한 순수한 갈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장의 이익을 고수하지 않는,
비록 명백한 찬성이나  반대를 표할 기회가 없었다하더라도, 이러한 일에 기꺼이 납세자의 돈을 투자할 줄 아는 집단 공동체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업적은 그 사회가 여전히 꿈을 꾸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집단 공동체는 이를 허황되다 말하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 모든 국가적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국가공동체조차 충분히 공유할 수 없는 한줌의 이익에만 집착한다. (지금 우리 나라가 적절한 예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꿈을 꾸는 집단만이 꿈과 같은 성과를 이루고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은 행성과학을 비롯한 천문학이 찬란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연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함께 아직까지는 생명이 숨쉬고 있는 유일한 행성 지구의 보존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증대시키고 있다.
  
과연 우리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구시대의 밥통을 한켠에 젖혀두고 꿈을 꿀 수 없는 것일까?
그러한 꿈을 꿀 수 없는만큼 우리는 여전히 굶주리는 있는 것일까?
그렇게 우리는 비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7. 보이저 레코드를 위한 변명.  

 

이번 자료를 모으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글은 보이저 레코드를 "정말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만들어진 시도라기보다는 일종의 지구의 유산을 담은 타임캡슐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는 문구였다.
   
위키피디아에 기술된 이 문장은 한국어 위키피디아에서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쓰여진 많은 블로거의 글들에도 일반적으로 인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보이저 레코드의 제작 책임을 맡은 칼 세이건에 대한 실례를 떠나서도 사실과 부합된다 할 수 없다.   
이 표현 역시 꿈을 거부하는 메마른 글에 지나지 않는다.
   
보이저 레코드는 심각하고 간절한 꿈을 담고 있다.
바로 보이저 호를 우주공간에서 포획하고 이 망망한 우주에서 또 하나의 숨결이 있다는 것을 놀라움으로 받아줄 우리 이웃에 대한 간절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 켄타우로스자리 프록시마 별까지 4광년의 거리로 떨어져 있다. 
그 거리는 보이저 우주선으로도 무려 4만년이 걸리는 거리이다.
우주는 그만큼 황량하기만 한 공간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다시한번 드레이크 방정식을 바라보면 어떨까?
  

이 방정식의 모든 변수에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관적이고 보수적인 숫자를 대입해보라.
아마 턱도 없이 미미한 가능성이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황량하기만 한 우주의 모든 별들이 그 상대항으로 대입될 때, 미미하기만 했던 생명의 가능성은 엄청난 가능성으로 바뀐다.
바로 이것이 우주의 역설이자 우주의 본질이다.
  
우리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영겁의 세월을 감싸는 빈 공간만이 버티고 서 있었겠지만 우리가 내딘 미미한 첫발 덕택에 우리 앞의 무한한 공간은 점점 베일이 벗겨지는 유한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이저 레코드는 '상징'이 아닌 '가능성'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언젠가는 보이저 우주선으로부터 전송되는 눈송이 하나만큼의 갸날픈 신호조차 잡히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우주선이 계속 넓혀나가고 있을 가능성의 공간을 발판으로 그 뒤를 이은 우리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고, 결국 유한한 세월이 흐른 뒤, 수취인이 분명해진 우리의 편지는 당당한 지구의 메시지를 싣고
우주 공간 그 끝까지 퍼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후기>
이상으로 '우주로 띄운 편지'의 연재를 마칩니다.
처음 이 글을 쓰기로 했을 때, 보이저 레코드 쪽에 많은 중점을 두고자 했지만 글을 계속 쓰면서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이 계속 되다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이저 레코드 편에서는 감성이 앞서는 글들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가 사우디에 업무 출장을 나오는 바람에 자료를 충분히 모을 수 없었던 한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혹시 미진하다 싶은 부분은 간간이 자료를 모으는대로 추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태양계의 7대 비경'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우주로의 여행'이라는 책에 이런 질문이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는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우리가 우주여행을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때가 되었을 때,
과연 우리의 영원한 고향 태양계의 어떤 모습을 꼭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될까요?
제가 꼽은 태양계 7대 비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토성의 고리
2. 화성의 올림푸스 산과 마리너 협곡
3. 목성의 대적반
4. 이오의 화산폭발
5. 격변의 흔적 미란다
6. 금성 - 천상의 광채와 지옥의 온실
7. 태양계 바깥쪽에서 바라본 지구

 

물론 '비경'이 뜻하는 단어 그대로 따지자면 빠져야 할 것과 더해져야 할 것이 있지만 제가 나름 뽑아본 위의 7개의 항목으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