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 - 1 -

2008. 5. 17. 22:05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1. 광년이라는 단위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거리 단위는 '광년'(Light Year, 'LY'로 표기함)이라는 단위이다.
  
'광년'이라는 개념은 일상 생활에서는 실제 접하게 되는 거리개념이 아님에도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20세기 과학문명이 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많은 과학용어들이 있거니와 '광년'이라는 용어 역시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용어이다.
  
'광년'이란 말 그대로 빛이 1년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말한다.
빛이 1초동안 움직이는 정확한 거리는 29만 9천 7백 90킬로미터인데,
일상적으로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사용되곤 한다.
  
하루는 86,400초이므로
1광년은 300,000(Km) * 86,400(초) * 365(일) = 9,460,800,000,000(Km)라는 어마어마한 거리에 해당한다.


우리 생활에서 9조 4천억 킬로미터라는 거리를 쓸 일은 전무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거리 개념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1광년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곤 한다.
  
- 1광년의 거리는 370,837,253개의 지구를 일렬로 늘어놓았을 때의 길이에 해당한다.
-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8.3광분이다.
즉 태양과 지구까지의 거리를 63,240배 하면 1광년의 거리이다.
- 태양으로부터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는 빛의 속도로 4시간 16분이 걸린다. 즉, 태양으로부터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를 태양계로 가정하고 
해왕성의 공전궤도를 태양계의 지름이라고 가정할 때 태양계 1,052개를 늘어놓을 수 있는 길이에 해당된다.
      
...흠...써놓고 보니 여전히 이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어쨌든 1광년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거리이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 프록시마 별까지지 거리는 무려 39,735,360,000,000Km 이다.
이를 광년으로 표시하면 4.2광년이다.  

 

이처럼 광년이라는 거리를 킬로미터로 환산한다면 기본 1광년에 0을 무려 12개를 써야 하니 '광년'이라는 단위는 무지막지한 숫자로 그려낼 수밖에 없을 우주를 간단한 숫자로 표시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 이웃 은하이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어,
한국인들의 개념집합소로 인식되고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220만 광년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은하에 속한다.
그리고 수많은 천문학 서적에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거리는 천만, 억, 십억 광년의 거리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엄청난 거리로 떨어져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한 것일까?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에는 현대 천문학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는 이러한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과 이러한 방법이 개발되는데 동원된 여러 천문학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설명하고자 한다.
  
2. 가장 기본적인 방법 : 삼각측량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거리 측정방법은 삼각측량법이다.
이 방법은 수학시간에 이미 접한 쉬운 방법으로서 이 방법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도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인간을 포함한 육식동물들의 눈은 일반적으로 전방을 향해 2개가 배열되어 있다.
이는 사냥감까지이 거리를 재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는데, 일견 타당한 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개의 눈이 있고 피사체가 하나 있다면 두 개의 눈과 피사체를 연결하는 삼각형이 그려질 수 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이므로 양 눈까지의 거리와 각 눈에 맺히는 피사체의 입사각이 구해지면 삼각함수를 이용해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두뇌가 이러한 계산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눈까지의 거리, 즉, 삼각함수에서 말하는 '기선'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일상생할에서 어느정도 가까이 있는 물체의 거리는 어림짐작으로 얘기할 수 있음에 반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기 어렵게 되는데 이는 양눈까지의 거리,  
즉 기선이 충분히 길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기본 4광년 이상 떨어진 천체까지의 거리를 재는데

지구 내에서의 기선이라는 것이 그리 만족할 만한 거리를 제공해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만으로도 어느정도 충분한 기선을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는 지구가 공전하기 때문에 제공받는 기선이다.

 

즉, 지구는 1년 한 바퀴씩 태양주변을 공전하고 지구의 궤도반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년의 반을 분할하는 시기의 지점. 예를 들어서 춘분에서 추분까지의 거리가 바로 기선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1> 지구 기선과 천체 : 지구공전궤도로부터 제공받는 기선의 길이는 약 299,200,000km에 달한다.

 

 

거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전에 여기서 하나의 천문 단위를 더 익힐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대로 1광년의 거리 단위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거리 단위이긴 하나, 사실 태양계 내에서는 1광년의 거리 단위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태양계 자체는 광년의 단위에 비해 그리 큰 규모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1광년에는 태양계 1,052개를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킬로미터 단위를 쓰기에는 태양계가 또한 무척 큰 규모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로 활용되는 단위로 'AU'(Astronomical Unit)라는 것이 있다.
1AU는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를 말하며, 정확한 거리는 149,597,892km이다.
  
하기는 태양계 각 행성간의 거리를 AU로 표시한 표이며,
따라서 지구가 제공하는 자연 기선은 2AU에 해당된다.

 

 

 

자, 이제 친절한 지구의 공전덕분에 엄청난 기선을 얻게 되었으니,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진 셈이다.
  
천체 망원경과 각도기를 준비하고, 춘분 자정에 거리를 알고 싶은 별을 하나 찍어
별까지의 시선 각도를 측정하였다.

그리고 6개월을 기다려 추분 자정에 역시 그 별의 시선 각도를 측정하였다.

 

그러나 이게 왠걸?
춘분과 추분의 시선 각도가 동일하게 나오고 말았다...
  
여기서 어떤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까?
관측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관측하고자 하는 천체가 하나같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이처럼 엄청난 거리를 고려하였다면

더욱더 정밀한 측정기와 측정기술을 준비해야 했다는 점에서 측자에게 책임을 물을 만도 할 것이다.  

 

지구 자체의 특정 지점에서 특정 지점까지의 기선, 또는 공전 궤도를 활용한  특정 일시로부터 특정 일시까지의 기선을 통한 측량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왔지만,  늘상 문제가 되는 것은 별까지의 엄청난 거리였다.

 

실제 1년의 반을 횡분할한 두 개의 지점에서조차 이 차이는 거의 인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이 별이 멀리 있다는 근거보다는, 오히려 지구가 우주의 중심으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왠만한 별들의 시차는 1초보다도 작다.
1초가 1도를 3600분한 각도이니 그 각도의 측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별의 시차를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1838년의 일이었는데 이때, 측정된 시차로서 가장 가까운 별이었던 알파 센타우르스가 1.5초의 시차를 가지고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삼각측량의 기선으로 2AU가 아닌 1AU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각 지점에서 측정된 시차는 2분할하여 이를 진정한 '시차'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여기서 새로운 천문단위가 하나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시차 1초가 가지는 거리를 재는 단위로서 파섹(parallax second, pc로 표기)이라는 단위가 그것이다.
  
즉, 1AU를 기준으로 양 끝점에서의 시선이 1초의 각도로 수렴되는 거리로서 이 거리는 206,265AU에 해당하며 약 31조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그림2> 1파섹의 개념

 

오늘날 천문학에서 얘기하는 거리 단위는 이처럼, 광년(LY), 천문단위(AU), 파섹(pc) 세가지 단위가 각각의 목적에 맞게 혼재되어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내용에서 이미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시차가 1.5초라는 얘기는 왠만한 천체를 측정하는데 시차의 활용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음을 말해주는 단적이 예가 된다.
  
오늘날 지상에 위치한 망원경을 통해 측량 가능한 시차의 한계는 1천분의 1초이다.
  

즉 360만분의 1도까지 측정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오차를 고려할 경우 의미있는 시차의 한계는  0.05초로 설정되어 있어 사실 그리 유용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0.05초의 시차는 파섹으로는 20파섹, 광년으로는 60광년이 조금 넘는 거리로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도 이것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할 뿐더러 사실 우주의 광대함으로 볼 때, 지구로부터 60광년의 거리에 있는 별들이 그리 많지도 않은 것이 현실임을 감안해볼때 유용성이 크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시차 측정을 거리측정의 방안으로 사용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또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 대기의 영향으로 인한 시차측정의 어려음이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을 별이 '빛나는' 현상으로 잘못알고 있거니와, 사실 이러한 현상은 지구 대기에 의해 별빛이 산란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나같이 미미한 크기의 시차를 지닌 별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별빛이 지구 대기에 어른거리는 현상은 정확한 시차측정에 큰 장애요소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즉, 우주공간에서의 시차 측정을 꿈꿔왔고,
이러한 바람은 1989년 유럽 우주국에서 히파르코스라는 이름의 고정밀 시차 측정위성을 발사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었다.

 

별의 안시등급을 처음으로 측정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이름을 딴 이 위성은 비록 목표한 궤도진입에 실패하긴 했지만 약 10만개의 별에 대해 정확한 시차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오늘날 시차로 측정 가능한 천체의 거리 범위는 약 1000광년 이내이다.
비록 처음의 시도에 비해 엄청난 진보가 있긴 했지만, 우리 은하의 지름이 10만 광년임을 고려해 볼 때, 1000광년은 고작 1%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거리의 천체만을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

 

 

3. 레이더 반사를 이용한 거리 측정 

 

만약 거리를 재고자 하는 대상 천체의 범위를 소박하게 태양계 내의 행성이나 위성으로 잡는다면 레이더 반사를 이용한 거리 측정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40년 내 전파천문학의 발달이 가져다 준 이 방법은 거리를 측정고자 하는 대상 천체를 향해 레이더를 발사한 후 이 레이더가 반사되어 되돌아온 시간을 측정하여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를  매우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즉 빛의 속도는 정해져 있으므로, 전파 발사시간부터 반사전파가 입수된 시간을 양분하여 이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하면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가 구해지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수성, 화성, 목성의 위성들, 토성의 고리 그리고 여러개 소행성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가까이 위치한 고체행성의 측정에만 유용하다는 한계가 있다.
  
장대한 거리의 천체까지 도달하여 반사될 만한 막강한 전파를 만들어 그 회신까지 무려 수만년을 기다릴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빛의 반사가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태양계 외행성을 구성하고 있는 목성이나 천왕성, 해왕성등의 기체행성에는 사용하기 어려울 뿐더러 가까이 있는 태양 역시 빛의 반사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 방법은 오직 태양계의 내행성이나 위성등의 고체 천체에 한해서만 사용가능할 뿐이다.

 

   - 계속 -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 - 2 -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 - 마지막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