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8. 00:51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5. 밝기가 변하는 별.
마치 스모그가 대낮의 푸른 하늘을 뒤덮어 뿌연 하늘로 만들어버리듯이, 도시의 밤을 장식하는 수많은 인공 빛들은 검은 밤하늘을 뿌옇게 만들면서 별들을 우리의 밤하늘로부터 앗아가버렸다.
이를 일컬어 빛공해(광해)라고 하는데,
어렸을 적 등화관제 민방위 훈련이 있었던 밤이나, 혹은 시골에서 밤하늘을 온통 뒤덮었던 별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별들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별 자체가 빛난다기 보다는 별 빛이 대기중에 산란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게중에는 정말 반짝반짝 밝기가 변하는 별들이 있었고, 바로 이 별의 발견을 통해 천문학에서는 천체간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1784년 영국의 존 구드릭이라는 젊은 천문학자가 케페우스자리에서 케페우스자리 델타별(델타 세페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앞서 헤르츠스프룽-러셀도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별들은 주계열의 흐름 내에서 중력과 핵융합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한에 있어 광도가 최대 1내지 2% 이내에서 상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변광성은 그 이름 자체가 의미하듯 밝기의 변화가 나타나는 별인데 이 별은 실제로 시간에 따라 그 지름이 변하는 '맥동 변광성'에 속하는 별이었다.
별이 스스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사실은 도플러 효과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즉, 별의 표면이 우리로 다가올 때, 스펙트럼 선은 푸른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반대로 별의 표면이 우리로부터 멀어질 때는 스펙트럼 선이 붉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별이 이처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면서 밝기의 변화를 발생시키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되고 있다.
우선 별의 수축이나 팽창은 중력의 주된 통제를 받는다.
별의 수축은 중력에 의해 수반되는 것이며, 수축에 의해 수반되는 압력의 상승은 별의 온도를 상승시켜 별 외곽부의 1가헬륨이온을 2가이온으로 변환시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를 흡수하며 궤도에서 이탈한 자유전자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광자는 증가된 자유전자에 갇혀 별로부터 빠져나가기 어렵게 되면서 별의 광도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축을 계속하다가 수축에 의한 압력이 중력보다 강해지게 되면, 중력과 평형을 이루는 정도내에서 다시 팽창을 일으키게 되고, 이때는 수축과는 반대로 2가이온이 전자를 흡수하여 1가헬륨이온상태로 변하면서 자유전자의 수를 감소시키게 된다.
그 결과 별로부터 방출되는 광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광도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맥동변광이 발생하는 원인보다는 그 원인으로부터 발생한 현상, 즉, 밝기 변화의 주기와 광도 사이에 모종의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규칙성이란 '주기가 길수록 광도가 크다'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주기와 광도 사이의 관계는 1908년 하버드 대학 천문대 직원이었던 헨리에타 레빗(Henriettal Leavitt)에 의해 발견되었다.
헨리에타 레빗은 당시 천문대 대장을 도와 저임금의 단순노동에 투입되었던 여직원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인 대마젤란 성운과 소마젤란 성운에서 발견된 수백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행태를 수집하고 기록하였는데, 당시에는 지구로부터 이 두 성운간의 거리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상태였기에 더더욱 거리에 상관없이 변광성 '자체'의 행태를 연구할 수 있었다.
레빗은 밝게 보이는 세페이드가 항상 광도 변화에 있어서 긴 주기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레빗은 주기가 별의 광도와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추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당시 마젤란 성운까지의 거리는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레빗의 측정은 광도의 차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실제 숫자로 주기와 광도간의 관계를 정의하기 위해서, 천문학자들은 우선 가까이 있는 몇 개의 세페이드에 대한 거리를 측정해야 했다.
그 결과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음과 같이 천체까지의 거리 유추가 가능하게 되었다.
1.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시차 측정 방법으로 알아냄.
2. 그렇게 발견된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와 각 주기간 광도를 파악함.
3. 머나먼 천체에서 동일한 주기를 가진 변광성을 발견함.
4. 동일한 주기를 가진 변광성을 발견하였다면, 해당 변광성의 주기를 이용하여 각 주기에서 원래 광도가 얼마일 것이라는 점이 유추됨.
5. 별의 광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2번에서 측정된 광도와 4번에서 측정된 광도의 차이에 의해 거리가 계산될 수 있음.
(바로 이러한 과정을 우주적 거리 사다리the Cosmic Distance Ladder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함)
이것이 마침내 시차에 의한 거리 측정법이 가지고 있었던 기선의 한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세페이드 변광성의 발견이야 말로 천체까지의 거리 측정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었다.
우리은하에만도 수 백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이 발견되고 있다.
대부분의 세페이드는 3일부터 50일 사이의 주기와 태양광도의 1천배에서 1만 배까지의 광도를 가지고 있으며, 광도의 변화는 수%부터 10배까지이다.
북극성의 경우 4일 조금 모자라는 주기 동안 0.1등급의 광도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세페이드 변광성과 관련된 변광성으로서 그 성질이 나중에서야 이해된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 변광성은 별의 변광 주기가 하루 미만이며 대부분 1등급 이하의 밝기 변화가 발생하는 변광성이다.
세페이드보다 훨씬 더 흔하게 존재하는 이 유형의 변광성은 우리 은하에만 수 천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학자들은 어느 특정한 성단에 속한 모든 RR 라이어리형 변광성의 겉보기 등급이 거의 일정하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RR 라이어리형 변광성은 태양광도의 50배에 해당하는 고유 광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RR 라이어리형 변광성은 일종의 표준 전구와 비슷한 역할로 활용될 수 있었다.
오늘날 RR라이어리형 별은 대략 2백만 광년, 세페이드 변광성은 6천만광년 떨어진 곳까지 발견될 수 있기때문에 이 범주내의 천체 거리를 측정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6. 분광학적 시차를 활용한 거리의 탐색.
맥동변광성의 내용을 보면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있어 광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가를 알 수 있다.
분광학적 시차를 할용한 거리의 탐색은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 위치하며 앞서 언급한 헤르츠스프룽-러셀 도를 활용하여 거리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헤르츠스프룽-러셀 도에는 과학적 성과에 의하여 누적적으로 축적되고 있는 별의 광도 계급이 잘 나타나있다.
(Ia : 가장 밝은 초거성, Ib : 덜 밝은 초거성, II : 밝은 거성, III : 거성, IV : 준거성(거성과 주계열 별의 중간), V : 주계열성.)
헤르츠스프룽-러셀 도에는 별의 표면 온도를 구분짓는 분광형이 나타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당 천체의 광도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구분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일한 분광형 내에는 주계열 별 뿐 아니라, 거성이나 초거성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별의 스펙트럼을 활용하게 된다.
앞서 4장에서 언급했듯 별의 스펙트럼은 별의 온도와 압력, 질량과 같은 실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동일한 분광형 내에서 관측의 대상이 된 별이 초거성인지, 거성인지, 주계열성인지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
결국, 별의 완전한 분광 분류는 광도 계급을 포함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을 가지는데 예를 들어 분광형이 F3인 주계열 별은 'F3 V'라 표기하고, M2 거성은 'M2 III'라 표기한다.
이처럼 분광형과 광도 계급이 알려지면 H-R도 위에서 별의 위치가 유일하게 결정되며 이는 온도에 대한 광도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해당 별로부터 고유 광도를 읽어낼 수 있음을 의미하고, 고유광도가 추출되었다면, 그 별의 겉보기 밝기로부터 측정되는 밝기의 차이를 이용하여 (별의 광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7. 표준 전구
발광체로부터 발생하는 빛의 광도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하늘의 특정 천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고자 할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천체로부터 발생하는 빛이 어느정도의 광도를 가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즉, 대단히 밝게 빛나는 천체 A와 이보다는 흐리게 빛나는 천체 B가 있다면 A가 B보다 광도가 높아서 밝게 빛나는 것인지, A가 B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밝게 보이는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광활한 밤하늘에서 하나의 기준점 구실을 해 줄 표준 전구의 존재를 필요로 해왔고, 맥동변광성의 발견은 그 맥동변광의 주기로부터 광도를 측정함으로써, 이러한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경우 변광주기 자체를 관측하는데만 해도 어마어마한 천체의 거리로 인해 관측 장비의 한계에 그대로 영향을 받고 있었다.
앞서 2장에서 기선을 이용한 거리 측정이 1000광년 범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고 맥동변광성의 발견은 그 범위를 6천 5백만 광년까지로 확대시키긴 하였으나 현재 우주의 나이가 130억년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범위역시 전체 범위의 0.005%밖에 커버하지 못하는 미약한 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이상의 천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어야 했고, 그 일환으로 발견된 것이 바로 표준전구로서 쌍성계의 백색왜성 폭발과 관련된 제 I형 초신성이었다.
7-1. 찬드라세카르 한계와 백색왜성의 폭발
별이 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냉각과 수축을 반복할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태양과 같은 별은 외부물질을 모두 털어내는 행성상성운의 단계를 거친 뒤, 백색왜성으로 식어버리게 된다.
별이 수축을 반복하여 밀도가 높아지면 중심핵 역시 압력을 받아 수축을 하게 되는데 원자레벨로 볼 때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전자는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없으므로 수축압력에 반발하는 전자의 운동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까지 수축을 지속하게 되고, 이렇게 뜨겁고 밀집된 가스의 상태를 축퇴(Degeneracy)되었다고 표현한다.
백색 왜성은 이처럼 더 이상의 수축에 대해 안정된 축퇴 전자의 중심핵을 가진 별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백색 왜성 단계가 다른 질량의 별에서는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를 처음으로 계산한 사람이 인도의 서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였다.
찬드라세카르의 계산에 의하면 별의 질량이 태양의 1.4배 이상이 되면 수축압력은 별의 반지름을 Zero(0)로 만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즉, 이 계산이 말해주는 것은 축퇴 전자의 힘조차도 태양의 1.4배 이상의 질량의 별에서 발생하는 수축압력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이는 물리 법칙에 있어서 반지름 Zero인 무한 질량의 물체를 상정하여야 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문제로 비화하게 되었다.
그림 10> 찬드라세카르의 계산을 바탕으로 한 백색왜성의 질량과 반지름 사이의 이론적 관계.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이론은 질량이 커짐에 따라 별 크기는 줄어든다는 것을 예측하고 있다.
(출처 : 우주로의 여행II P437)
처음 찬드라세카르가 이러한 계산을 했을 때는 결과가 암시하는 엄청난 결과에 의해 많은 천문학자 및 물리학자들의 조롱이 되었으나, 결국 그의 계산은 거대한 질량의 별의 최후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추측가능하게 한 실마리가 되었고 이처럼 전자의 축퇴압을 넘어서는 질량 상한선을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고 부르게 되었다.
(참고 : 결국 거대한 질량의 별이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나리오이지만, 여기서는 천체까지의 거리 측정 방법을 대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백색왜성의 폭발 문제로 다시 돌아오도록 한다.)
그러면 이상의 지식을 바탕으로 제 I형 초신성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백색왜성과 백색왜성보다는 작은 질량을 가진 동반성을 가정해야 한다.
하나의 태양만을 바라보고 사는 우리에게 쌍성계는 그리 익숙한 개념이 아니지만 우주에는 우리 태양과 같은 외짝별 보다는 쌍성을 이루고 있는 쌍성계의 별이 더 일반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별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별들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데 특히 둘 중 하나가 거성이나 초거성으로 부풀어 오르고, 강력한 항성풍을 동반한다면 서로 물질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보다 큰 중력을 가진 별에서는 그보다 작은 중력을 가진 별로부터 물질을 빼앗아 오게 되고 그 결과 큰 질량을 가진 별의 질량은 더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때, 물질을 빼앗아 오는 별이 백색 왜성이고, 그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가 태양질량의 1.4배를 넘어서는 순간이 되면 이 백색왜성은 더 이상 자신을 지탱시킬 수 없어 축퇴상태의 중심핵의 수축압력을 가하게 되고, 압력이 가해지고 나서 1초 이내에 엄청난 양의 핵융합과 에너지 방출로 백색왜성이 완전히 폭발하게 된다.
이러한 유형이 폭발이 바로 제 I형 초신성 폭발이 되는 것이다.
관측에 의하면 이러한 종류의 초신성 폭발은 최대 밝기에서 거의 동일한 광도(태양광도의 1천억배)를 나타내게 되며, 이정도 밝기의 천체라면 적어도 20억광년의 거리 밖에서도 탐지될 수 있다.
즉, I형 초신성이 관측되기만 한다면 20억광년 이내 거리에서 그 초신성이 발견된 은하와의 거리, 그리고 일반적으로 은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집을 이루어 은하단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그 주변의 은하까지의 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8. 툴리-피셔의 방법 : 나선은하의 회전속도로부터 광도를 측정함.
표준 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20억광년 범위에서 유용하긴 하지만, 이 정도 혹은 그 이상의 거리에서 관측대상으로서의 은하와 별을 구분하기란 아직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은하 자체의 특성을 사용한 거리 측정 방법이 대두되게 되었다.
1970년대 말 하와이 대학의 브랜트 툴리(Brent Tully)와 국립전파천문대의 리차드 피셔(Richard Fisher)는 나선 은하의 광도가 회전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은하의 질량이 클수록, 바깥 영역에 있는 천체들이 빠르게 돌고, 질량이 큰 은하일수록 그 속에 많은 별들이 들어있을 것이므로 더욱 밝게 빛난다.
툴리와 피셔는 나선 은하에서 물질이 중심에 대해 얼마나 빨리 도는가를 측정하기 위해 차가운 수소에서 나오는 21Cm 복사를 사용하였다.
이 복사파장은 좁은 선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그 선폭의 증대량은 궤도 속도의 범위를 알려준다.
이 복사 파장에 대한 조사 결과 선폭이 넓을수록 더욱 질량이 크고 더 밝은 은하로 밝혀졌다.
이러한 방법은 암흑물질과 같이 은하의 광도를 왜곡시킬만한 충분한 질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관측대상 은하의 회전 속도 측정치로부터 실제 광도의 정확한 예측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은하의 실제 광도를 알게되면 겉보기 밝기와의 비교를 통해 거리를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9. 타원은하 표면의 겉보기 밝기 변동 측정
타원은하는 대부분 매우 늙은 별과 극히 소량의 가스 또는 먼지를 포함하고 있는 은하를 말한다.
지구에서 이러한 타원은하를 관측하면 지구 대기에 빛이 산란되면서 타원은하의 상은 완벽하게 매끄럽게 나타나지 않게 되는데, 우주 공간에서 타원은하를 관측하면 지구 대기의 산란 대신, 타원 은하 자체에 속한 개개의 별에서 방출되는 빛의 뭉쳐짐 현상으로 얼룩지거나 울퉁불퉁하게 보이기도 한다.
MIT의 존 톤리(John Tonry)는 이 현상으로부터 거리측정의 방법을 발견했다.
즉, 가까운 은하에서는 개개의 별이나 성단을 볼 수 있어, 밝기가 다른 굴곡이 나타나지만, 그 은하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개개 별들이나 성단의 밝기로부터 굴곡이 분해되지 않고, 점점 매끄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앞서 8장에서 언급한 방법이 나선은하의 거리 측정에 유용하게 사용됨에 반하여 타원은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잘 보완해주고 있다.
10. 허블의 법칙.
v = H x d (v : 후퇴속력, d : 거리, H : 허블상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명성을 떨친 아인슈타인이 절대적인 우주를 가정하여 발표한 우주상수를 허물어뜨린 것은 바로 모든 은하가 우리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 그래서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허블에 의해서였다.
물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의 개념은 현대 물리학 - 특히 초끈이론에서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이론의 한 축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당시 이 거장의 이론을 무너뜨린 허블의 법칙이 가졌을 파급효과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1894년 퍼시벌 로웰이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 세운 아리조나의 프랙스타프 천문대에서는 베스토 M. 슬라이퍼(Vesto M. Slipher)라는 젊은 천문학자가 1912년에서 20년에 걸쳐 40개 이상의 성운 사진을 수집하였다.
지난한 인내가 요구되는 자료의 수집은 그 결과로서 은하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게 되는데 몇 개의 나선은하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는데 반해 대다수의 은하들은 최대 1800km/s의 속력으로 우리로부터 후퇴한다는 중요한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후 1920년대에 윌슨산 천문대에서 허블과 휴메이슨이 100인치 망원경으로 어두운 은하의 스펙트럼 사진을 찍고 이를 슬라이퍼의 결과와 함께 종합한 결과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우리로부터 멀어진다는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결과가 1931년 허블과 휴메이슨에 의해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되었다.
정적이고 완전한 우주에 대한 믿음이 주류였던 당시, 허블과 휴메이슨의 발표는 우주론에 있어서 하나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의 다양한 검증관측에서 이는 사실로 입증되어 확장하는 우주론을 굳건한 이론으로 위치시키게 되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허블 상수값이 100만 광년당 25km/s 값으로 수렴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즉 이러한 의견에 의하면 은하는 매 100만 광년의 거리마다 25km/s씩 증가하는 속력으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 되므로, 예를 들어 1억 광년 떨어진 은하라면 우리로부터 2500Km/s의 속력으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셈이 된다.
허블의 법칙을 통한 천체까지의 거리 계산은 오늘날 측정 가능한 전범위의 우주 천체에 대한 거리 측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속도는 스펙트럼 상에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를 측정함으로써 가능한데,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광속의 90% 이상의 후퇴 속도에 해당하는 적색편이까지도 측정할 수 있는 정도이므로, 어느 은하가 25만km/s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면 허블 법칙에 의해 이 은하는 우리로부터 100억광년 거리에 있음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11. 천체까지 거리 측정의 다양한 방법들
지금까지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살펴보았거니와 각 방법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글을 시작하는 처음에도 언급했거니와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악전고투의 노력속에는 근대 천문학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리고 하나의 발견이 그 다음 발견을 개선시키고 그 다음 발견이 그 다음 발견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이전 발견을 개선(또는 폐기)시키는 과학의 생태가 그대로 녹아 있음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나열된 내용만을 보자면 몇 가지의 방법만으로 천체까지의 거리 측정이 매우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현대 천문학에서 관측 대상의 천체를 분석하는데 거의 전부가 될 수 있는 처음 단계는 해당 천체의 빛을 모으고 이를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관측 기술의 발달은 빛의 수집과 분석 작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은 온전히 과학도들의 인내와 끈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도착하지 않고 달려오고 있는 빛이 있다면 그 빛이 인지되는 순간 또 하나의 도전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천체까지의 거리를 파악해내야하는 천문학의 과정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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