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8. 21:56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 에세이
승객 여러분.
지금 저희 셔틀 세이건은 태양계의 내행성계로 진입하였으며, 잠시 후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오 관람시에 간단히 설명드린바 있듯, 화성은 이미 고대시대부터 지구 인류에게는 오랜동안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1965년과 1971년, 마리너 4호와 9호가 화성을 성공적으로 관측하면서 비록 거친 황무지에 지나지 않는 화성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내행성계에서 그나마 인간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행성인 화성에는 2073년 에추스 카스마(Echus Chasma)에 처음으로 행성진출 기지가 건설되면서 이후 내행성계의 관문 및 외행성 탐사에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앞 580만 킬로미터 거리에 저희의 4번째 목적지인 화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측으로 동그랗게 보이는 선명한 구조물이 바로 저희의 목적지 중 하나인 올림푸스 화산입니다.
올림푸스 화산은 높이 25킬로미터, 그리고 그 지름이 6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화산으로 비록 화성 자신은 태양계 8개 행성 중 7번째 크기인 작은 행성입니다만, 태양계에서 가장 큰 화산인 올림푸스를 당당히 보유하고 있는 행성이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산의 오른쪽을 자세히 보시면 3개의 반점이 일렬도 도열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타르시스 화산지역으로, 일렬로 늘어선 반점은 각각이 거대 규모의 화산입니다.
이 세개의 화산이 타르시스 3대 화산으로서 위에 있는 화산부터 각각 아스크라이우스(Ascraeus, 높이 약 18킬로미터), 파보니스(Pavonis, 높이 약 14킬로미터), 아르시아(Arsia, 높이 약 19킬로미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역시 태양계 최대의 협곡으로 인정받고 있는 마리너 협곡을 보시겠습니다.
지금 저희는 타르시스를 왼쪽으로 끼고 화성의 주간반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구름이 걸려 있는 올림푸스 화산과 타르시스 3대 화산의 오른쪽으로 마리너 협곡의 왼쪽 끝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화성의 대기는 매우 안정된 상태로 화성의 전체 모습이 선명하게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정면으로 보이는, 화성의 동서를 횡단하고 있는 검은 선이 마리너 협곡입니다.
1971년 마리너 9호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어 발견우주선의 이름을 붙인 이 협곡은 길이가 무려 4천 킬로미터에 달하며, 평균 폭은 100킬로미터, 평균 깊이는 8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 협곡입니다.
지구의 유명한 협곡인 그랜드 캐년이 800킬로미터 길이에 30킬로미터의 폭, 1.8킬로미터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교하면 이 협곡이 얼마나 장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마리너 협곡으로 접근하여 이 협곡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린 후, 타르시스 지역을 지나 올림푸스 화산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는 마리너 협곡의 전체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협곡은 화성의 위도 0도에서 20도, 그리고 경도 45도에서 102.5도까지 뻗어있습니다.
마리너 협곡은 노투스 라브린투스('Noctis Labyrinthus')에서부터 뻗어나와 서쪽으로는 아치형의 열곡을 이루며 뻗어나가고 있고 동쪽으로는 'chaotic terrain'이라는 지역까지 뻗어 있습니다.
마리너 협곡과 연결되는 수많은 카스마(chasma : 깊고 길게 늘어진, 가파른 경사의 함몰부)와 계곡들은 대규모의 침식과 지각 구조의 변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마리너 협곡의 동쪽은 그 바닥을 구성하는 성분이 대부분 탄산염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 지역이 옛날에는 호수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아주 오랜 옛날에는 거대한 강이 이 협곡을 가득 채우고, 인접한 계곡으로 이 물들이 흘러가 최종적으로는 북쪽의 크리세 평원(Chryse Basin)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크리세 평원은 지구에서 보낸 최초의 탐사로봇인 바이킹 1호가 착륙한 지역으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희는 마리너 협곡 중심부에서 동쪽을 바라보며 하강 중에 있습니다.
저희 앞에 펼쳐진 마리너 협곡의 모습은 우리 행성의 일반적인 사막지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규모가 훨씬 방대하다는 것을 한눈에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곳 마리너 협곡 중심부에서는 수백킬로에 달하는 넓은 협곡과 수많은 돌출 바위들과 함께 경사면에서 흘러내린 암석 부스러기로 가득차 있는 바닥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오피르 카스마(Ophir Chasma)와 칸도르 카스마(Candor Chasma) 지역이 보입니다.
이 북쪽 지역의 지름은 거의 300킬로미터에 달하며 계곡의 깊이는 평균 10킬로미터입니다.
그러면 이 곳부터 마리너 협곡의 주요 부분을 한 부분씩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칸도르 카스마(Candor Chasma)와 멜라스 카스마(Melas Chasma)의 서쪽 지역입니다.
지금 보시는 지역의 크기는 가로 80킬로미터, 세로 220킬로미터입니다.
아래쪽이 멜라스 카스마이며 위쪽이 칸도르 카스마입니다.
각 지역의 바닥에 나타나고 있는 색채와 밝기를 통해 검은 모래와 밝게 보이는 암석 부스러기의 상대적인 분포를 알 수 있습니다.
칸도르 카스마의 서쪽 지역 바닥에서는 마리너 협곡을 구성하고 있는 층상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방대하게 수평으로 펼쳐진 층상구조와 함께, 고립되어 솟아오른 산봉우리와 분지구조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 쌓여있는 바위들은 카스마의 경사면에 노출된 암석들과 같은 재질이거나 칸도르 카스마가 드러난 후 바람이나 물 또는 화산 활동에 의해 쌓인 침전물질로 형성된 것들입니다.
칸도르 카스마의 남서쪽에 보이는 이 지형은 마리너 협곡이 한 때 깊은 호수였음을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과거 화성에 살았을 생명체의 화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로 1.5킬로미터, 세로 2.9킬로미터의 이 지역에는 100여개가 넘는 침상구조물이 보이며, 각각의 구조물은 대략 10미터 안팎의 동일한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침상구조가 이처럼 동일한 속성과 두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수차례 반복된 침식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주기적이고 동일한 간격의 휴지기나 침식 방해 작용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우리 행성에서 이와 같은 지형은 일반적으로 수중에서의 왕성한 침식 작용에 의해서 발생하므로, 바로 이것이 이 지역이 호수나 얕은 바다였을 것으로 추측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곳 역시 마리너 협곡의 중심부에 있는 티토니움 카스마(Tithonium Chasma)와 아이우스 카스마(Ius Chasma)의 서쪽 지역입니다.
가로 6.6킬로와 세로 55.6킬로미터의 지역을 확대해서 보면 북쪽과 남쪽으로 두 개의 능선을 볼 수 있는데 이들 능선의 높이는 약 4천 미터이며, 그 주변의 융기부는 이보다는 약간 낮은 3천미터의 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마리너 협곡의 사면 근처에 고지대로 막혀있는 갠지스 카스마(Ganges Chasma)의 서쪽지역입니다.
이곳을 자세히 보면 수많은 작은 검은 점들이 보이는데 이들은 하나하나가 화성 표면으로 돌출된 바위들입니다.
작은 자동차 크기에서 큰 집 크기까지 다양한 크기를 보이는 이 바위들은 모두 마리너 협곡의 사면에서 미끄러져 내린 바위들입니다.
마리너 협곡에서 마지막으로 돌아볼 구간은 마르가리티퍼 시너스(Margaritifer Sinus)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크레이터 흔적이 매우 많은 고지대로서 마리너 협곡의 북서쪽으로 연결된 chaotic terrain 지역과 맞닿아 있는 경도 0도에서 45도 지역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저희 셔틀 세이건은 마리너 협곡을 벗어나 타르시스 지역을 거쳐 올림포스 화산으로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저희는 타르시스 지역 상공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래를 보시면 타르시스 융기부와 함께 도열해 있는 3개의 거대 화산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 위부터가 아스크라이우스(Ascraeus), 파보니스(Pavonis), 아르시아(Arsia)화산이며 왼쪽에 독보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올림포스 화산이 보입니다.
이 화산들은 모두 '순상화산'이라는 종류로 구분되는 화산입니다.
순상화산이란 마그마의 점성이 낮고 비교적 차분한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되는 경사가 완만한 화산으로 마치 그모습이 방패를 엎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순상'화산이라 불립니다.
따라서 올림포스 산의 경사 역시 그리 급하지 않은 5~6도 정도입니다.
올림포스 화산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보이는 북쪽 지역을 알바 파테라(Alba Patera)라고 하며 여기에는 수많은 소규모 화산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올림푸스 화산의 310킬로미터 상공에 있습니다.
올림푸스 화산은 단연 타르시스 화산 분지에 존재하는 화산 중 최대 규모의 화산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 태양계에서도 가장 최대 규모의 화산이기도 합니다.
이 화산의 높이는 25킬로미터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산의 3배를 넘어서며 동서로는 550킬로미터 너비로 뻗어있습니다.
바로 한 가운데 보이는 칼데라에는 대략 7개의 원형 침식지대가 겹쳐 보이는데 그 너비는 좁은 곳이 66킬로미터, 넓은 곳이 83킬로미터에 달합니다.
그러면 올림푸스의 남서쪽 사면으로 접근토록 하겠습니다.
지금 저희는 올림푸스 산 정상 칼데라 부근에 접근해 있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올림푸스 산 정상에는 여러개로 겹쳐져 있는 원형 침식지대 있습니다.
이는 올림푸스 화산이 지금까지 여러번의 분출을 통해 정상 주위가 여러번의 붕괴를 겪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화성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화산들이 생겨났을까요?
우리 행성의 경우 화산 활동은 판 구조에 기인하며, 그래서 화산이 지각판의 균열부를 따라 주로 분포하지만 하나의 화산이 계속적으로 화산분출을 반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화성에는 판구조가 없기 때문에 한번 분출된 마그마가 동일한 지점에서 이동없이 계속 마그마를 분출하면서 올림푸스와 같은 고지대의 화산을 형성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올림푸스 화산 근처에는 다양한 용암이 흐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모습들이 모두 올림푸스 화산의 경사면에 나타나 있는 용암자국입니다.
올림푸스 화산 남쪽 평지대에 남아 있는 용암자국
얼핏보아 단순히 용암이 흐른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지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거친 표면 지형을 통해 서로 다른 용암의 흐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지역입니다.
용암자국을 자세히 보면 용암흐름 줄기가 분명히 보이는 한편, 각 흐름이 겹쳐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보면 어떤 용암 지류는 마치 주름이 진듯한, 혹은 끈이 주욱 늘어선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인 파호이호이(pahoehoe)용암을 연상시킵니다.
한편 이곳 표면에는 좀더 거칠고 깨져있는 듯이 보이는 지형도 있는데 이는 파호이호이 용암보다는 좀더 점성과 삼출율이 높은 아아(ah-ah)용암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승객여러분들께서 올림푸스 화산과 마리너 협곡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셔서 오픈 스페이스 바이크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픈 스페이스 바이크를 통한 올림푸스 화산과 마리너 협곡 여행에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입니다.
관람이 완료되시는대로 저희 셔틀 세이건으로 복귀하시면 저희 인류의 고향 지구로 향하게 됩니다.
지구에서 1박을 하신 후 내일 오후 2시에 저희 셔틀 세이건은 다음 목적지인 금성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그럼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 사진 출처 : 본 내용에 실린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상단사진부터)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929(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079(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003( 촬영 : 바이킹 1호 )
http://antwrp.gsfc.nasa.gov/apod/ap060730.html( 촬영 : 바이킹 1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422( 촬영 : 바이킹 1호, 바이킹 2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893( 촬영 : 2001 마스 오딧세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005( 촬영 : 바이킹 1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1692(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1459(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1460(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839(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1021(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1028(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179( 촬영 : 바이킹 1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408( 촬영 : 바이킹 1호, 바이킹 2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993(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805(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806(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984( 촬영 : 바이킹 1호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2080( 촬영 :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4039( 촬영 : 2001 마스 오딧세이 )
2. 참고 서적
- 코스모스, 칼세이건, 홍승수 역, (주) 사이언스 북스, 2004년.
- 우주로의 여행 I, 앤드류 프랭크노이, 데이비드 모리슨, 시드니 울프 공저, 윤홍식 외 8명 역, 청범출판사, 1998년
- 탐사선이 바라본 태양계의 모든 것, Newton Highlight, 2009년
3. 목차
Prologue
1경 - 토성의 고리
2경 - 목성의 대적반
3경 - 살아있는 위성 이오
4경 - 올림포스 화산과 마리나 협곡 : 현재글
5경 - 금성의 찬란한 광채와 용암예술
6경 - 미란다 : 태양계를 생성시킨 격렬한 파괴의 흔적
7경 - 창백한 푸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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