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3. 22:54ㆍ4. 끄저기/끄저기
2009년의 행복한 기억들.
1. 신인작가 입봉한 울 안쥔.
2009년을 장식한 가장 행복했던 일은 4년여동안 드라마 작가공부를 해온
울 안쥔께서 2009 KBS 라디오 극본 공모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일이다.
매번 공모가 있고, 그 결과가 나올때마다 상심해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기도 했지만,
공모에 선정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대학입시나,
입사 등등의 사건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공모 입선에 대한 기쁨이 더 크기도 했다.
2009년은 내게 있어서 여러모로 힘든 한해였지만,
안쥔덕에 즐거운 연말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아래> 뉴스에까지 이름이 나온 울 안쥔, 완존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
2. 마르티스를 키우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는 유독 마르티스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집에 이미 요크셔테리어가
한 마리 있었고,
회사 생활로 평일에는 거의 집에 있는
시간이 없는 내가 강아지를 한 마리
더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는
뭣보다도 안쥔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씌워진건지
몰라도, 묻지도 않고 마르티스를
사오게 됐고, 이 놈이 우리집 둘째
하늘이다.
안쥔께서도 강아지를 좋아하는지라
하늘이는 예상밖의 대환영을 받았고
지금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안쥔 말로는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강아지가 정작 뭘 원하는지를
살피는게 부족하다고 한다.
하긴 내가 그런 측면이 있지...
매사에 배울게 많다.
3. 즐거웠던 여름의 화진포
올해도 결국 여름휴가를 쓰진 못했다.
아니 솔직히 못썼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여름 휴가를 쓰긴 썼다. 나눠서 쓰다보니 느낌이 안 나는 것일 뿐이지....
물론 이것마저도 사치이리라.
하지만 정작 휴가가 아닌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 올 여름의 화진포 여행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별히 즐거운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도 아니고, 숙소가 이쁜 팬션이거나 해서도 아니다.
그저 텅 빈 생각으로 갔다올 수 있었고, 2만원짜리 민박에서 맘편히 하룻밤을 보내고 왔으며'
민박 바로 앞에 펼쳐진 초도리 해변의 고즈넉함이 진한 여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4. 폴란드 출장
3년만에 다시 찾은 폴란드.
폴란드는 물론 유럽에 가면 사람냄새가 나서 좋다.
이곳에는 우리 대한민국과는 다른 향기가 난다.
바로 사람의 냄새, 사람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냄새이다.
중요한 것은 그 냄새가 회사라는 극히 이익지향적인 공간에서도 난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상식이 있고, 얘기가 통한다.
밟고 밟히는 것이 모든 스토리의 거의 전부인 대한민국의 회사라는 공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물론 내가 사람냄새가 난다는 폴란드의 그 회사 분위기가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스트레스 받는 회사 분위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절대적인 기준치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위가 대한민국, 2위가 폴란드이다.
물론 1, 2위간 격차는 엄청나다.
한편으로는 노동시간 2위 국가의 사람들로서 1위 국가 회사에서 일하는 그 곳의 폴란드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폴란드도 앞으로 발전을 지속할 것이고,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유럽의 분위기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구 한켠에 사람이 살고, 그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 실현되고 있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소중한 일이다.
짧은 기간이나마, 그 속에서 상식에 맞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
아마 많은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렇게 숨쉬고 살고 있는 것이겠지.
다만 그 즐거움과 기쁨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그 사이 낡고 무디어진 것이리라.
다시 찾아야지 작은 것에도 기뻐했던 예전의 모습.
나의 또 한해를 채워준 2009년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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