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1Q84

2010. 5. 15. 18:144. 끄저기/끄저기

올해는 5월 중순이 다 지나가는 지금에서야 겨우 한 권의 책만 읽을 수 있었다.

4월까지 워낙 일에 치여 산지라 올해 처음으로 잡는 책은 가볍게 시작하자는 마음에서 소설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그건 요즘 한참 뜨고 있는 하루키의 소설 '1Q84'였다.

 

 

비록 하루키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이름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소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대학생 때 '노르웨이의 숲'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처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소설을 빌려 좀 읽어보긴 했지만

왠지 내게는 쉽게 읽혀지지 않는 문체와 더불어

별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줄거리로 초반부에서 덮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여전히 미지의 인물인 하루키의 글을 처음 접하면서

소설책 표지에 실린 이웃집 아저씨같은 인상의 아저씨로부터 튀어나온

놀라운 상상력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또한 하루키의 소설이 내내 이런 스타일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왜냐하면 대학생 때 '노르웨이의 숲'에 열광하던 나름 문학도였던 동기들이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에 열광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상상력에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거만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비판이 허락될 수 있다면

이래저래 벌려놓은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은 채, 마치 마감일을 맞추기 위한 듯, 성급하게 마치고 있는 결말은 절대적인 흠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야기는,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라는 30대 남녀의 이야기로 시종일관 교차되어 진행되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10살 때 잊지 못할 서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 두 남녀는

리틀피플에 의해 마련된 1Q84라는 공간에서 1Q84의 방식으로 재회를 이루게 되며,

그 재회의 과정까지 수수께끼의 소녀 후카에리와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결성된 단체 '선구'의 비밀이 하나하나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남자 주인공 덴고보다는 좀더 역동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아오마메에게 쏠려있긴 하지만

비밀단체 '선구'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암시되는 리틀피플과 소설의 중심 축이 되고 있는 공기 번데기의 내용에 있어서

덴고의 역할에도 꾸준히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1권은 옛날 대학생 때 처음 하루키 소설을 접했을 때처럼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이야기도 그다지 큰 파동을 그리지 않고 밋밋하게만 진행되어 또 책을 놓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1권 후반부터 2권까지는 흥미로운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금방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재미있는 이야기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하루키의 색깔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한 번 읽어 볼까?....)

 

추가>

소설 1Q84에 3권이 있다는 것을 7월에야 알게 되어 이때서야 추가로 산 3권을 이제서야 다 읽게 되었다.

 

놀라운 상상력에 찬사를 보냈던 이전의 서평과 달리 엉뚱하게 접한 3권의 소식에

새삼 늘어지는 묘사 스타일에 싫증부터 앞섰다.(마치 롱테이크 기법의 영화를 또 봐야 하는 듯한 기분...)

 

어쨌든 3권 역시 호흡이 긴 묘사로 인한 지루함 외에는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없이 넘어갔고 나름 내용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해피엔딩의 내용과 함게 3권을 덮었고

역시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를 또 얹어 보내지만 - 하지만 3권은 그동안의 스토리 라인에서 가장 현실적인 스토리로 흐른다.

- 4권이 나오는거 아냐....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ㅋ

 

꼭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3권의 압권은 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NHK수금원의 존재이다.

1Q84의 세계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 부분이며,

엄청난 작가의 필력에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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