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5. 00:03ㆍ4. 끄저기/끄저기
책은 벌써 사 놓았지만,
선뜻 잡아지진 않았던 책이다.
우선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명이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에서 발췌한 글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유서가 믿기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책을 손에 잡았던 기간동안 지방선거가 있었고,
예전같지 않은 열기와 수고가 있었지만, 미완의 승리로 끝이났다.
여전히 저쪽 세력은 마치 대한민국을 이끄는 양대 사상의 축에서
하나를 차지하는 것인양 버티고 있고,
정작 보수와 진보를 나누어야 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깔의 차이를 묻은채
반 한나라당 연대하에 선거를 치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 6석은 그 양아치들이 걷어갔다.
노대통령의 자서전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유시민 씨에 의해 정리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의 전반에서 유시민 씨의 스타일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노대통령께서 남기신 자료와 기록, 구술들이 충실하게 엮여져
노대통령께서 직접 쓰신듯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애달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손에 잡았던 기간 중 책을 읽을 만한 장소는 출퇴근하는 버스 안이었다.
출근하면서 혹은 퇴근하면서 책을 펼치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1988년 5공 청문회 시절,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그 날들의 추억이
새록새록 밀려왔고, 그 때문에 눈물짓게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렸을 적 초등학생 때,
선생님께서 외국의 대통령은 같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북유럽의 어느 나라에 대한 예였을 것이다.
마치 꿈이나 선진국의 얘기인 듯 싶었던 그 얘기는
채 20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내가 서 있는 대한민국에서 실현되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문제는 이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직 이곳은 '시민'이 아닌 '백성'들이 더 많이 사는 나라다.
그 백성들이 깨어나기 위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한 건 그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도 재조명될 것이다.
어느정도 재규명도 필요하리라 본다.
여전히 갈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