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7. 22:04ㆍ4. 끄저기/끄저기
1년 반동안 몸담고 있었던 서초 생활을 마치고
다른 업무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팀을 옮기게 된 것은 이미 내가 4년 전부터 바랬던 일이기에 결국 일이 잘 풀린 것이긴 하지만,
이 팀은 격무로 유명한 팀이기도 하고, 실제로 팀을 옮긴 이후 평균 퇴근 시간 23시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물론 절대적인 업무의 양도 양이지만, 내 성격탓이 가장 크다는 걸 부인 할 수 없다.
이젠 배우겠다는 자세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 경력이 쌓이다보니,
업무를 바꾸는데서 오는 필연적인 무지의 영역을 하루빨리 줄이려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데도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감당되지 않는 피로에 계속 잠을 자고, 그렇게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고 하는 생활이 반복이 되고 있다.
어쨌든 서초 생활을 접은지도 꽤 되었으니 그 당시 생활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싶다.
<지난 겨울 무작정 떠난 제주도 여행 :
회사 생활을 접어야 하는지 기로에 섰던 때
그나마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직급이 오르다보니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업무 외의 일들이 차츰 자리를 파고 들었다.
계약, 고객응대와 같은 일들이 그것들이다.
1년 반동안의 서초 생활에서 이 일들이 내내 나를 괴롭혔다.
내가 평가하기로 '인간으로서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고객이었던 것이 가장 컸다.
물론, 이런 평가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흔히 사회생활이 어렵다 함은 일 자체보다는 인간관계,
특히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없는 - 고객이라든가, 상사라든가 하는 -
사람들을 대할 때 있어서의 인간관계 때문이고,
나 역시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일 뿐이었다.
어느덧 나의 회사 생활은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
업무에 성과를 내고 그래서 인정을 받는 것이 회사원으로서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통해 일방적으로 얻어낼만큼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어낸 성과를 과연 성과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
이런저런 것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그렇게라도 성과라는 것을 빨아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상황에서 약자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나도 내가 을의 위치에 있는 만큼이나 갑의 위치에 있을 때도 있고,
내가 당했던 일이라고 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은 부당함을 행사하지 말하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나 스스로의 인내의 폭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낄때가 있다.
사회생활에 치이다보니 마음의 완충장치가 점점 소진된 것이려니 하지만,
깎여나간 완충장치를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충하지 못한 마음의 완충장치가 있다면 이를 안타까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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